맑은 하늘을 볼 수 없는 요즘 날씨는 또다시 변덕스러움의 우중충이었다.
며칠동안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된다는 것이 무슨 조화인지
겨울 환절기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만추의 계절은 더욱 스산하기만 했었고 첫 추위가 닥친다는 소식도 있었다.
비록 다른 지방의 추위였으나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절대로 가늠이 안되는 이곳은 '추위'라는 단어가 아예 없는것 같았다.
이곳의 기온17도~18도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더 오르지도 않고 더 내려가지도 않을듯 했다.
전형적인 동해남부의 해풍은 꽃 피우기 딱 좋은 기온이라는 것...
짙은 향기가 있는 국화꽃은 절정기였으며, 비파꽃이 피고 있었고
애기동백꽃과 털머위꽃은 더욱 예쁘게 피는 요즘이다.
그래도 팔자라는 것이 걸어야만, 오래살 수 있다고 하니
어쩔수없는 발걸음은 또다시 길 위를 배회하게 되었다.
45년 전 부터 외갓집은 미국 뉴욕을 주소지로 두고 있었으나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는 어린시절의 외갓집은
늘 그리움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나도 모르게 찾아가는 외갓집을 닮은 마을...
그 산골마을의 만추 풍경이 보고 싶어서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길을 나서봤다.
산골마을의 골목, 골목은
이렇듯 담쟁이 덩굴이 분위기를 만들었다.
도심 주변에서 보았던 담쟁이 덩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진짜 멋져보였다.
담쟁이 덩굴은 포도나무과에 속하는
덩굴성 갈잎나무라고 했다.
늘 이맘때 늦가을의 담쟁이 덩굴은
단편소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생각나게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을 읽었던 것이 국민학교 5학년 때인데...
세월이 어느 만큼 흘렀건만
아직도 담쟁이 잎만 바라보면
그 단편소설의 줄거리가 생각이 난다
담쟁이 덩굴은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돌과 벽돌만을 타고 오르는 관상식물로
오래된 담벼락에 주로 서식한다고 했다.
아주 오래된 지붕과 단풍이 된 담쟁이 잎이
너무 조화가 잘 되는 풍경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발걸음을 멈춘채
바라보는 것도 진짜 재미있었다.
산골마을이었기에 짙은 향기가 있는
튼실한 모과를 볼 수 있었다.
생긴 것은 아주 못생겼으나
색깔이 예쁘고 향기도 대단했다.
잘익은 열매는 마치 참외 같아서
목과(木瓜)라고 불리다가
모과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모과는 약재로 쓰이거나 차로 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재배한다고 했다.
모과 효능은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멎게 하며
감기예방과 피로회복에 좋다고 한다.
산골마을의 어느집 뒷곁 장독대가
참으로 정겹게 보여졌다.
반질반질한 항아리들이
참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아직은 서리가 내리지 않아서인지
초가을 처럼
코스모스꽃은 여전히 예뻐보여서
만추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언제 어디서 보더라도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감나무 풍경은 만추의 아름다움이었다.
산골마을의 감나무는
어디를 가더라도 이렇듯 다닥다닥이었다
이런 풍경이 겨울내내 계속되길 바랬으나
홍시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감이
아쉽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다.
계요등 덩굴 열매도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산골마을의 울타리 옆에는
치자나무의 열매가 볼만했다.
요즘에는 그다지 보기 힘든 치자열매인데...
이곳에서는 곳곳에서 풍성했다.
치자열매는 9월 부터 주황색으로 익는데...
일반적으로 치자 열매를
뜨거운 물에 우리면 노란물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이용해온 식용 색소 중의 하나이므로
특히 튀김, 부침개 반죽 등에 넣으면
먹음직스런 황금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본 마을은
설레일 만큼 아름답기만 한 산골 마을이었다.
10여년 전 부터 산책하듯 혼자서 다녀오는 이 마을은
4월의 봄날과 만추의 계절에 습관적으로 꼭 찾아가는 곳이었다.
어린시절의 외갓집 동네를 꼭 닮은 이곳의 산골마을은
10년 전 보다는 허름한 주택들은 많이 사라지고,
마을 곳곳에 예쁜 집으로 전원주택도 들어서서 실망스럽긴했으나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마을 또한 그다지 큰 개발이 안되었다는 것이 보기좋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읍 소재지에서 가장 오지마을이라고 일컫는 산골마을인데...
산자락에 편안한 모습으로 자리잡은 마을 한바퀴를 돌아보면
교통이 쬐끔 불편하여 30분 정도를 걷는다고 하여도
마음은 편안하고, 절대로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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