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음력10월16일,달이 뜨는 밤

nami2 2024. 11. 19. 22:46

엉터리 한파 예보 문자메세지는 빗나갔으나 그래도 엊그제 보다는 서늘했다.
아주 춥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형적인 늦가을 기온이라고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아직 무서리도 단 한번도 내리지 않았으며

며칠 전 까지만 하더라도 얇은 옷을 입을 만큼
20도를 넘나드는 가을 날씨가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추울 것이라는 예보를 아예 무시한채

약간 두툼한 가을 옷을 입고 걷기 운동을 나가봤더니
땀이 흐르지 않는 서늘함과 상쾌함이 어우러져서 걸어다닐만 했었다.

엊그제 주말에 해안가로 알바를 하러 갔었다.
늦가을이 되면서 바다는 약간 거치른듯 파도가 출렁거리긴 했으나
그런대로 평온함이 있어서인지 갯바위 주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다른 지방에서는 단풍이 예쁘게 물든 풍경에 분위기 있는 늦가을이라지만
이곳 해안가 주변에는 나무라고는 단 한그루도 없다보니
초가을인지, 늦가을인지 가늠할 수가 없는 진짜 재미없는 만추인듯 했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알바를 하러 가기위해서 해안가 주변에서
마을 버스를 하차했다.

 

날씨가 쬐끔만 맑았더라면

나팔꽃과 어우러진 해안가 풍경이 멋졌을텐데....
바다를 바라보면서 아쉽다는 생각이었다.

바다 저멀리 수평선을 바라봤더니
하얀 펜으로 줄을 그어놓은듯...
수평선에 스며든 빛이 아름다워 보였다.

해안가 주변은 날이 흐려서 흑백인데
수평선에는

맑은 햇빛이 그려놓은 수묵화 처럼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었다.

 

해안가 숲그늘에서
노란 털머위꽃과 보라빛 해국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해안가 주변에 '갯국화' 꽃이 눈에 띄였다.
아직은 활짝 피지 않았으나
노란빛을 띄운 모습이 곧 필 것 같았다.

갯국화는 일본 해국(海菊)이라고 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하며
원산지는 일본이다.
갯국화의 꽃말은 '일편단심'이라고 한다.

알바하는 집 마당가에 핀 국화는
처음에 꽃이 필 때는 하얀색이었으며
활짝 피면 꽃 중심부에 노란색이 짙어졌고
꽃이 사그러질 무렵에는
분홍빛으로 꽃 색깔이 바뀌는 모습이
아주 신기하고 예쁜 국화꽃이었다.

오후 5시 30분 쯤 실내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밖을 내다보니
수평선 부근 하늘에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오후 5시 30분에 해가 뜰 수는 없었고
달력을 보니 음력 16일이었다.
음력 보름이 하루 지났기에
달이 뜰 수 있다는 생각은 당연했다.

알바하는 집의 실내에서 보는 달 보다는
마당가로 나가서 제대로 달을 바라봤다.
마당 끝이 바다라는 것이 그냥 좋았다.

오후 5시 50분,  퇴근을 하면서
바다를 바라봤더니 방금 전 까지
구름 속으로 들어갔던 달이 모습을 보이면서
바다가 멋진 풍경이 되어주었다.
달빛 옆의 등대에서도 파란 불빛이 예뻤다.

알바하는 집에서 마을버스 타는 곳 까지는

한적한 해안길이었다.
6시 5분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해안길은 너무 쓸쓸한 초저녁이었으나.
달이 뜨고 있어서 사진 찍기 바빴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주의산만한 짓을 해봤다.
해안가 소나무 숲 사이로

보여지는 달은 어느새 환한 달빛이 비춰졌다.

버스 시간이 촉박하면서도 

자꾸만 사진을 찍게 되는 나는 사진 중독자...

 

바다 건너 저쪽의 카페와 등대 사이에
달이 훤하게 떠있었다.

퇴근 후 5시 55분 부터 해안가를 걷는 내내
훤한 달빛은
내가 걸어가는 발걸음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

하루 해가 짧은 계절이라서인지
퇴근에 맞춰서
방파제 불빛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볼거리가 되어주었다.

마을버스 승강장 까지 걸어갔더니
달빛은 어느새 어촌 마을 포구 까지 쫒아왔다.

마을버스에서 하차 후
어두워진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갔더니
얕으막한 산 위로 달이 떠있었다.

집 주변에서 확실한 달빛을 보려고
아파트 후문으로 나가서 들판으로 가봤더니
달빛은 제법 훤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달이 뜨는 음력 보름날(15일)의 뒷날 16일에
달빛이 훤하게 비추는 초저녁은 봐줄만했다.

나무 사이로 비추는 달빛에 만족하며
아파트 소공원에서 걷기운동을 좀 더 많이 하고 싶었으나
공원의 가로등 불빛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헷갈렸기에

어느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감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북한산 주변의 만추 풍경  (21) 2024.11.22
어설픈 단풍도 예쁜 늦가을  (28) 2024.11.21
산골마을의 만추 풍경  (22) 2024.11.15
감이 있어서 더욱 멋진 늦가을  (18) 2024.11.08
뜰앞에 예쁘게 핀 해국 풍경  (16)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