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가을 숲길에서 만난 야생화

nami2 2024. 10. 16. 22:52

10월 중순으로 접어드니까 늘 그랫듯이...

가을비가 내리고나면 날씨가 많이 추워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온난화 때문에 이제는 아열대로 가는 것인가 은근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설마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절대로 없기를 바랄뿐인데...
오늘 낮 기온은 25도 였으며, 덥다는 느낌 보다는 그냥 후덥지근 했었다.
그래도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인지
기온이 올라갔어도 여름날 처럼 그다지 짜증스럽지는 않았다.

가을날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텃밭의 호박과 가지가 맛있어진다는 말이 있다는데
달착지근한 맛이 느껴지는 것은 진짜 전형적인 가을이 아닌가 했다.
그래서 아열대의 조짐보다는 잠시잠깐 비 내렸던 뒷끝이라서
더위가 찾아온 것이었다고 애써 변명을 해보고 싶었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게 기온이 올라갔으나 서늘한 바람때문인지
베란다 밖에 썰어서 널어 놓은 가지가 하루만에 바싹 말랐다.
햇볕 좋은 가을바람이 그냥 좋게만 느껴졌으나
제발 더이상의 기온이 9월 처럼 뜨겁게 올라가지는 않기를 바랄뿐이다.

추석명절이 한참 지났는데도
꼭 가봐야할 곳이
바쁘다는 이유로 자꾸만 미뤄졌었다.

엊그제 장안사에 갔었을때 첫번째 이유는
우리집 아저씨 모셔진 숲에 가보는 것이었는데
부득이하게 그날 가지 못해서 오늘 다녀왔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꼭 다녀오고 싶었다.

산모퉁이에 있는 암자 옆을 지나치는데
진짜 가을 꽃이라고 일컫는
'추명국' 꽃 한송이가 반기듯 예쁘게 피어 있었다.

산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날아드는
은은한 꽃향기가 발길을 가볍게 했다.
흔히 가을의 향기라고 하는
금목서 꽃향기는 암자 뜰앞에서 시작되었다.
만리 까지 꽃향기가 퍼져간다는 것이 맞는 말인듯...
아무도 없는 숲길까지 꽃향기는 은은하기만 했다.

암자 입구의 마당가에 늘어진
감나무의 감은 아직은 옅은 색이지만
가을이 깊을수록 더욱 예뻐질 것 같았다.

이렇다할 꽃이 없는 쓸쓸한 숲길에
붉은 빛을 띄운
참싸리꽃이 겨우 눈에 띄었다.

어째튼 색깔이 있는 예쁜 꽃이
어중간한 가을 숲에서
예쁘게 피고 있었다는 것이 반갑기만 했다.

숲길에서 가장 먼저 찾아낸 꽃은
까실쑥부쟁이' 였다.

보물찾기 하듯 기웃거리며 찾은 꽃이었다.

 

꽃이 마치 탑처럼 층을 만들며
피어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은 '탑꽃'인데
올해 처음 만나는 꽃이었다.

 

이제서 피어나는 꽃이지만 본격적으로 꽃이 피면

층을 이루며 계속 꽃이 핀다고 했다.

 

언뜻보면 층층이꽃과 비슷하다고 할 만큼
'탑꽃'은 층층이꽃과 헷갈린다고 했다.

어렵사리 '단풍취'꽃을 만났으나
조금은 아쉽게도 거의 시들어가고 있었다.
단풍취꽃의 꽃말은 '순진, 감사 '였다.

단풍취는 쌍떡잎식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봄에는 어린잎을 채취해서 나물로 먹는다.

계곡 주변에서 꽃을 만났는데
꽃과 열매가 모두 신비스러울 만큼 예쁜
누리장나무 꽃이었다.

누리장나무의 열매이다.
한 장소에서 꽃과 열매를 만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인데...
공교롭게도 누리장나무 꽃과 열매를 한꺼번에 만났다.

누리장나무의 꽃말은 '깨끗한 사랑'이다.

8월 중순 쯤에 잎 겨드랑이에서 꽃이 피며
잎에서 냄새가 미약하게 나지만
황산화성분이 있기 때문에 한약재로 쓰인다.

누리장나무 열매는 동그란 모양에
푸른 색으로 익어가는데
붉은 색이 꽃받침이 있어서
꽃 처럼 보여지는 모습이 예쁘기만 했다.

누리장나무 열매는
천연 염색의 재료(남색)으로 쓰인다고 한다.

숲길을 걷는 내내 가장 많이 보이는 꽃은
참싸리꽃이었다.
가을 숲에 가장 잘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참싸리나무는 산지에서 자라는
콩과에 속하는 갈잎 떨기나무이다.

여러종류의 싸리나무 종류 중에서
건조에 가장 강하고
줄기가 굵게 자라는 것이 '참싸리' 라고 하는데
주로 가축의 먹이나 밀원식물로 이용되고
빗자루나 밧줄을 만들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꽃들을 찾아보면서 숲길을 걷다보니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거의 도착을 했다.
마음은 늘 우리집 아저씨가 모셔진 숲으로 가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와  비가 내린다는 이유
그리고 폭염의 무더위를 핑계로
거의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발길을 끊었다.

그동안 가보지 못한 진짜 첫번째 이유는
산이 깊고, 숲이 울창했음이 핑계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이제 낙엽이 쌓이기 시작하는 가을의 호젓한 숲이 되었으니까
자주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마음속으로 하면서

혼자서 긴 숲길을 또다시 걸어 내려오는데...

도토리, 상수리, 산밤 등등 가을 열매들이 바닥에  많이 떨어졌음에

그것들을 눈여겨 보다보니 아무도 없는 숲길도 걸을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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