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연못이 있는 공원 길에서

nami2 2023. 8. 4. 22:48

시간이 갈수록 세상은 더욱더 뜨거운 불지옥이 되는 것 같았다.
오늘 낮 12시,이곳의 기온은 33도
올여름 들어서 처음으로 집 주변의 기온이 그러했기에
은근히 마음까지 움츠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다른 지방보다는 이곳은 10분 거리에 바다가 있어서
기온은 그러했어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옵션이 되어주었는데
오늘은 그 흔한 바람도 꽤나 인색했다.


그러다보니 죽기살기로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짜증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밥먹는 것은 건너 뛰어도
걷기운동은 하루라도 거를수가 없어서 운동하러 나간 곳이
참 괜찮은 연못이 있는 공원이었다.

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집 주변만 뱅뱅 돌아다니다가
친구와 함께 바람쐬러 간 공원길에서 늦은 오후에 산책을 하니
더워도 참아낼 수 있을 만큼  기분전환이 되어주었다는 것은
폭염의 무기력함에 활력이 되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물안의 개구리 처럼
집과 텃밭 ,시골동네, 들길 그리고

해안길만 시도때도 없이 다니다보니
폭염의 세상 밖은 어느새 '맥문동'꽃의 아름다움이

공원길에 펼쳐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폭염이라도 지칠줄 모르는 자연의 세계는 신비스럽기만 했다.
공원길의 능소화는 어찌 그리 아름다운 것인지?
뜨거운 열기에 지쳐서

쓰러지는 존재는 나약한 인간뿐인가 생각해봤다.

누가 지금 세상을 폭염의 불지옥이라고 하겠는가?
꽃들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참 아름답기만 했다.

초여름 부터 피기 시작하던 능소화는
긴 장마에  움츠려 들었다가 이제서 꽃이 피는듯...
폭염도 꽤나 즐기는 것 같았다.

공원길 주변의 사찰 뜰앞에 핀 배롱나무꽃

썩어가는 나무에

하얀 배롱나무꽃이 핀 것으로 애잔하게 여겼는데
자세히보니 그 옆의 살아있는 나무가 배롱나무였음에  
애잔함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날씨는 덥거나 말거나
예쁘게 피고 있는 배롱나무꽃은
아마도 초가을 까지 꽃을 보여줄 것 같았다.

매미소리는 시끄럽고  
늦은 오후의 기온은 떨어질줄 모르고
그래도 꽃의 화사함은 더위를 잊게 해주었다.

올해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연꽃을 보러 갈 기회가 없었다.
요즘같은 폭염의 연꽃밭은 더구나 꿈도 꾸지 못했는데
공원길 한 켠에 작은 연못이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늦은 오후였기에
활짝 핀 연꽃을 볼 수 없음인데
그래도 연꽃의 흔적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했다.

빨간 연꽃 역시 오므린 모습...
그래도 예뻤다.

어럽사리 친구가 찾아낸 홍련...

흩으러진 모습도 귀하게 여겨졌다.
친구는 "빨간 연이 몰래 숨어있다고" 해서  웃어봤다.

늦은 오후 6시쯤
이 정도의 연꽃을 보았다는 것이 감질났지만
"내 복(福)에 이것도 감지덕지"라고 ...
연꽃잎 속에 살포시 숨어있는 노란 꽃술을 사진으로 만족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연꽃보다는 연밥이 더 많은 시간들이라서
아쉽기는 했지만
연못가에서  이런 모습을 보았음도 괜찮았다.

연못 한 복판에 활짝 핀 연꽃이 있었지만
들어갈 수는 없고...
그냥 백련의 향기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친구는 어릴적에  까맣게 들어있는 연자를 빼먹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맛을 보고 싶었지만
팔을 뻗어도 손에 닿지 않아서 포기하면서 또 웃어봤다.
더위 때문에 땀을 흘려가면서

돌아다닌 연못가는 길동무가 있어서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어디선가 연못 한켠에서 황소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렁차게 들리는 그 울음소리도

오랫만의 공원산책에서 즐거움이 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올해의 연꽃 구경은 아쉽지만 이것으로 끝이 나지 않을까
제대로 된 연꽃을 보지 않았어도
연잎과 연꽃 향기가 있는 작은 연못은 그런대로 괜찮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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