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통도사 취운암의 봄풍경

nami2 2023. 3. 24. 22:32

엊그제 윤달 2월 음력 초하룻날에 생각치도 않은 집안일이 생겨서
그것을 해결하느라고 초하룻날에 절에 가는 것을 지키지 못했다.

 

초이튿날인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또 날짜를 어기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음력 초3일에는 꼭 절에 가야 되겠기에 길을 나섰는데...
비가 내렸던 다음 날이라서 그런지 몸은 으시시 할 만큼 추웠고

날씨는 우중충 흐림이라서 감기들기 딱 좋은 날이었다.

날씨가 그런데도 가는 곳마다 벚꽃이 많이 피어 있었고

온갖 봄꽃들이 화사한 꽃세상을 만들어놨는데
날씨가 뒷받침 해주지 않으니까 마음 까지 우중충...아쉽기만 했던 날이었다.

그래도 통도사 산문을 들어서면서 보여지는 꽃들 때문인지

날씨는 추웠어도 발걸음은 생각보다 훨씬 가벼웠던 것 같았다.

 

통도사에서 사리탑 참배와 각 전각  마다 부처님을 찾아뵙고...
늘 그랬듯이 암자로 가는 숲길을 산책하듯이 걷다보니
통도사 산내암자 취운암에 도착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만날수 있는 꽃을 혹시나 하면서 찾아 갔더니
역시 올해도 어김없이  꽃밭 가득 할미꽃이 피어 있었다.

취운암 꽃밭의 절반은 온통 할미꽃이었으나  무엇이 그리 수줍은지
모두들 고개를 숙였기에
사진은 멋지게 찍고 싶었건만, 사진 한장 찍는 것도 꽤 힘이들었다. 

취운암은 꽃밭의  절반이  온통 할미꽃이다.

할미꽃의 꽃말은 '충성, 슬픈추억'이다.

 

무릎을 꿇고, 땅에 바짝 엎드려서
할미꽃의 예쁜 모습을 겨우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다.
고개숙인  꽃이라도 너무 예뻤다는 것이 중요했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팥꽃나무' 꽃이다.

 

팥꽃나무는 자주색, 주황색으로 꽃이 피며

바닷가 근처, 바다근처 원야 및 산지에 서식한다.

꽃말은 꿈속의 달콤한 사랑, 불멸,명예이며

분포지역은 우리나라 남부, 중부지방, 일본, 대만, 중국이라고 한다.

 

취운암은 산속에 있었기 때문인지
이제서 동백꽃이 한창 절정이었다.
주로 토종동백 보다는 겹동백이 많았는데
분홍동백꽃이 꽤 인상적이었다.

취운암 담장 옆의 겹동백꽃

겹동백꽃 중에서 가장 시선을 끌게 하는 동백꽃은
빨간 동백나무에서 돌연변이 되는 알록달록 동백꽃이다.
꽃나무는 빨간 겹동백인데

같은 나무에서 이런 색깔의 동백꽃이 핀다는 것이 신기했다.

          무스카리

통도사 산내암자 취운암에는 '영축총림 율원과 취운선원'이 있었다.

취운암 입구, 양쪽으로 서있는 표지석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율원(律院)은 불교의 율사(律師)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인데

그 책임자는 율주(律主)이며

보통 강원의 대교과(大敎科)를 마친 비구승 중에서

특별히 계율의 연구에 뜻을 지닌 자들이 입학하게 된다고 한다.

 

취운암은효종1년(1650) 우운대사가 처음 창건하였고

정조19년(1795)에 낙운대사가 중수하였다고 한다.

 

취운암 입구에서 수문장 처럼 서있는 나무에 화사한 목련이 피었다.
도심은 목련이 지고 있는데
산속의 암자는

예쁘게 꽃이 피었다가 아쉽게도 어제 내린 비로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취운암의 하얀 목련

진달래꽃이 정말 화사한 봄을 말해주는듯
취운암 주변에는 벚꽃보다는 진달래꽃이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고즈넉한 취운암 경내에서 갑자기 소월 시가 생각났다.

거의 잊고 살았던  시 귀절을 중얼거려봤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진달래꽃을 보기위해 산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을 만큼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암자 주변은 온통 진달래꽃이었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김소월님의 시 귀절이  생각 날 만큼 예쁜 모습이다.

진달래꽃 속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역시 오늘도 나혼자였기 때문에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왔다.

취운암으로 가는 길의  요사채에 핀 목련이
예쁘면서도 쓸쓸함이 가던 발길을 멈추게 했다.

하얀 종이로 곱게 접어서 만든 종이꽃 같은 느낌인데

너무 예뻐보여서
출입금지의 요사채에 조심조심  들어가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

도둑사진.....그냥 픽 웃어볼 정도 꽃에 미친 사람

아니 꽃바보 였기에 

용서해 주시겠지 하면서도 마음은 흐뭇했다.

 

아름다운 봄날의 산사풍경이다.

지난 2월 중순에 요사채를 뒤덮은듯한 매화가 예뻐서 사진을 찍어놨었다
고즈넉함 까지 묻어나는 절집 모습이

꿈속에서 본듯한 어렴풋한 모습 처럼 보여졌는데...

오늘은 같은 장소에서 또다시 사진을 찍어봤다.
한달 뒤, 3월 중순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핀 요사채 풍경이었다.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  꽃들이 참 일찍 핀다고 자랑을 했었는데...

 

산속에 위치하고  있는 통도사 경내에는 벚꽃과 진달래꽃이

멋지고 ,화사하고 예쁘게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의 꽃세상이

고즈넉한 산속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신비스럽기 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