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길따라서 걷는 봄이오는 길목

nami2 2023. 2. 3. 22:33

은근한 추위가 여전히 남아있어서 마땅히 갈곳도 없는 요즈음
걷기운동은 하루만 하는 것이 아니라서
자고나면 또다시 걷기운동을 해야 하는 부담감은
"늘 오늘은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였다.
그래서 무작정 발길 닿는대로 걸어 가보자고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길이 끝나는 곳은 물론 해안가였고
집에서 부터 바다를 향해 걷는 시간은 50분 남짓이었다.
들길을 걷고, 시골 마을길을 지나치고, 산비탈 과수원길을 지나치고

그리고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걷다보면 멀리 바다가 보여진다.

 

길이 끝날 무렵에 나타나는 어촌마을과 바다가 있었기에
걷고난 후 휴식을 취하듯, 해안가를 걷다가 마을버스를 타는 것도
하루의 일과로서는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게 오후 시간을 보내면, 또 내일은 어디로 갈 것인가 였지만

내일은 또 내일 고민하는 것이고, 하루를 덧없이 보냈다는 뿌듯함은....

그냥 그것으로서 만족해본다.

 

산비탈의 작은 과수원을 지나면서
습관적으로 매실나무에서  보물찾기를 해봤다.
아직은 꽃망울만 다닥다닥...
겨울이라서 인적없는 산비탈의 과수원에 들어가서  

나무 위를 기웃거렸더니

그래도 헛걸음이 안되도록, 활짝 핀 빨간 꽃 한송이가 아는체를 했다.

또 다른 곳을 지나다가  매실나무가 있었기에 기웃거려봤다.

매실나무가 너무 높아서 사진 찍기에는 약간 버거웠지만
그래도 홍매화 였기에, 어설프게나마 사진 한장 남기게 되었다.

산 길을 걸으면서 철조망 주변으로 빨간 꽃이 핀듯
청미래덩굴 열매가 눈에 띄였다.

올 겨울에는 산행을 한번도 안했다는 것이

청미래덩굴 열매를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올해는 산 길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딱 한알 따서 입속에 넣어보고 싶은 청미래덩굴 열매였다.

그러나 보는 것 보다는

실제로는 맛이 없다는 것, 시큼털털의 기억이 아직도 맴돈다.

 

산 길을 걸을 때는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가끔씩 다니는 자동차가 두려움을 없애주었다.
산 길을 걸어서 산모퉁이를 세번 정도 돌고 돌아서면
해안가로 가는 길이 나온다.

그동안 얼마나 날씨가 추웠던지
길가에 피어 있었던 동백꽃들은 피어 있던채로
얼었다가 그대로 미이라가 된 것 처럼 보여졌다.
나무 마다 그런 모습의 동백꽃이 애처롭기만 했다.

동백꽃 나무에서  푸른 잎은 멀쩡한데

꽃은 엉망이었다.
추위 때문에 삶과 죽음을 동시에 보는 것 같았다.
사그러진 꽃과 피어나는 꽃송이...

꽃이 피어서 예쁜 모습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가  조화가 되어버린 동백꽃

동장군의 횡포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 애처롭기만했다.

그래도 나무 틈새에서 붉은 동백꽃을 찾아냈다.
추위에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았으나

얼어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해안가로 가는 동백숲의 동백꽃들은 모두 하나같이 엉망이 되었다.

살아서 싱싱한 모습의  꽃보다는 모두 전멸...

추위에 강한줄 알았던 동백꽃이 강추위에는 감당 못함을 알게 되었다.

 

해안가 언덕의 어느 묵정밭에서 활짝 핀 백매화를 만났다.

진짜 강인한 꽃은 매화인듯...

활짝 피는 것을 잠시 주춤 했을뿐, 추위에 다친 꽃은 없었다.

 

제대로 봄소식을 전해주는 것 처럼
그윽한 향기가 주변 까지 화사하게 만들었다.

향기를 따라서 가봤더니 이렇게 많은 꽃이 피고 있었다.

 

이미 봄이 진행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졌다.

그동안의 추위도 상관없다는 뜻...

향기 찾아 날아든 벌들도 제법 윙윙거리고 있었다.

 

 

 

꽃이 없는 겨울세상이기에  매화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걷다보니 미역냄새 때문에 바다가 가까워졌음을 알게 되었다.
이맘때면 흔하게 볼수 있는 미역채취와

미역 말리는 풍경이 어촌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미역 말리는 풍경은
어촌마을에는 이미 훈풍과 함께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장읍 죽성리 두모포 해안에서 바라본
테트라포드 사이로 보여지는 거북이바위...

해안길을 걷고 있었다는 증거로
파란 등대로 인증샷을 대신했다.

몇년 전 부터 집주변에서 가장 멋진 명소가 된 드라마 셋트장이다.
지나갈 때마다 늘 바라보는 모습이었지만  
마음이 내키는대로 풍경은 멋질 때도 있었고, 밋밋할때도 있었으며
어떤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눈여겨 보기 싫을때도 있었는데
오늘 만큼은 괜히 쓸쓸해보이면서도 멋져보인다는 느낌은

봄이 오는 길목이었기에, 바다의  비릿한 미역냄새 같은 것이

분위기 괜찮은 풍경으로 만들어 놓는 것 처럼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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