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시간도 채 남지 않은 한 해가 역사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시원섭섭하다는 생각뿐이다.
흔하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늙어간다는 것이 서글퍼서 누군가 만들어 낸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해가 가고 또 새로운 한해가 다가온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늙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겠지만
그래도 올해 같은 그런 해가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불안과 공포와 그리고 스트레스....
나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었기에, 묵묵하게 법을 잘지키는 착한 어른이 되면서, 지내온 한해의 뒤안길에는
그래도 많은 회한만 남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본다.
한해를 보내면서 꼭 마무리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날씨가 몹시 추웠지만 장안사에 다녀왔는데
경내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맞이해주는 '포대화상님' 미소는 언제봐도 천만불 짜리 미소라고 생각해본다.
장안사 경내의 포대화상님의 푸근한 미소가 한해의 시름을 덜어주는듯 했다.
아주 추운 한 해의 마지막날에,
요사채에 툇마루에 걸려있는 밀짚모자가 여름날을 생각나게 했다.
매미소리가 들리는듯한 여름을 생각하니, 약간은 덜 춥다는 생각을 하면서 웃어봤다.
2022년 임인년 "일년기도, 정초기도, 삼재기도, 입춘기도" 라고 적힌 현수막에서
새해가 밝아오고 있음을 실감나게 했다.
장안사 숲속에 모셔진 석불앞에서....
대나무 숲길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웠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날에 찾아든 동장군의 횡포는 언제 까지 계속될런지?
대나무 숲길 옆에 토끼장이 있었다.
장안사를 한달에 한번 정도는 꼭 갔었는데, 토끼장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꽃도 없고, 단풍도 없는 쓸쓸한 산사였기에, 이곳저곳 발길 닿는대로 돌아보니 토끼장이 눈에 띄였다.
날씨가 춥다는 것을, 주차장 풍경이 말을 해주는것 같았다.
추운날이라서 그런지, 자동차들이 몇대 없는 장안사 주차장이 썰렁했다.
한해를 마무리 하러 사찰에 가는 사람은 없어도, 새해 첫날은 주차장이 혼잡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새해 첫날에 부처님께 소망을 빌러 오는 사람들로 인한 혼잡한 주차장....
소망을 빌러오는 사람들에게, 코로나가 훼방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장안사에서 볼일을 마치고, 늘 그랫듯이 숲길로 들어서서 걸었다.
그런데 산길에는 정말 아무도 없다.
가끔씩 산꼭대기 암자로 가는 차량도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적막한 겨울숲길이었다.
쓸쓸함이 깃든 적막한 겨울 숲길은...
앞을 봐도 아무도 없고, 자꾸만 뒤를 돌아봐도 자동차 한대 달려오지 않는다.
이 길을 내가 늙어서 꼬부라질 때 까지, 걸어가야 할 숲길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 숲길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또다시 산길을 올라가면, 우리 아저씨가 안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련암 현수막이 보였다.
외롭게 걸어온 적막한 숲길 끝자락에 반가운 암자가 있었다.
오늘은 날씨도 추웠고, 암자 뜰앞에 꽃도 없는 추운 겨울이었기에
암자 입구에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암자를 지나쳐 갔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물고 있는, 그리움의 숲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었기에, 춥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긴 숲길을 걸어갔다.
맑고 청아하게 들려오는 새소리도 반가웠고, 잎이 모두 떨어져서 낙엽이 된 숲속도 정겨웠으며
한줌의 흔적이 거름이 된 나무도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산길을 내려오면서, 잠시 따끈한 차 한잔을 하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겨울 숲의 외로움....
새들만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숲길의 휴식처에서
따끈한 보리차가 추위를 녹여주었으며, 생각없이 까먹었던 귤맛이 달콤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숲길에서 유난히 딱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와서 소리나는 쪽을 살펴보았더니
딱따구리 녀석이 적막을 깨뜨리고 있었다.
딱딱딱딱.....
열심히 작업을 하는 ,녀석의 하는 짓을 지켜보는 것도 심심하지는 않았다.
산길을 걸어내려오면서 개울가를 바라보니 얼음이 얼어 있었다.
동해남부 해안가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
아무도 없는 산속의 개울가로 혼자 내려가서 겨울이라는 것을 체험해봤다.
웬만해서는 볼 수 없는 동해남부지방의 겨울 풍경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혼자 즐겼다.
얼음장 밑에 물고기도 보였지만
얼음이 깨질세라 조심 조심 얼음 따라서 개울가를 계속해서 내려가봤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너무 멋스러웠다.
진짜 자연의 소리인듯....
한 해를 떠나보내는 마지막날에
제적사찰인 장안사에서 교무금을 내야했고, 새롭게 바꿔야 할 달력을 받아와야 했었다.
신축년의 달력이 곧 임인년 달력으로 교체된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서운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역사의 한페이지 속에 저장 될, 신축년 한해의 기가막혔던 전염병은 ....
부디 임인년에는 스스로 전염병이 자멸되기만을 기대해본다.
한 해 동안 코로나로 인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든이들이 밝아오는 새해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지길..... 간절하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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