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 산다는 이유로
해마다 여름의 끝자락 부터 시작되는 불청객 태풍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들어서 밤잠을 설치게 했다.
요란한 빗소리와 강풍은 한밤중에 긴장을 하게 만들었고, 수시로 날아드는 안전문자도 가슴을 조이게 했다.
집중호우로 도로통제, 저지대 침수, 산사태 경보, 이곳 저곳의 침수소식
불꽃놀이 하는 것 같이 번쩍이는 천둥소리와 번개는 강풍과 빗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지옥을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숨막히게 긴장시켰던 한밤중의 아수라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었을때는 태풍이 지나간 후였다.
그래도 하루종일 찔끔거리고 내리는 비는 태풍의 후유증인지 마음을 심란스럽게 했으며
해마다 반복되게 겪는 자연의 횡포는 끝이 없다는 것에 면역이 된듯,
태풍의 계절이 지나고나면
또다시 힘겨웠던 고통들을 잊어버린채 삶을 지속한다는 것이 숙명인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오전 10시에 2차 접종을 했는데, 아직까지는 주사 맞은 팔만 묵직하게 아플뿐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한밤중에는 어떤 후유증으로 고통을 줄런지는 모르나, 어째튼 2차 접종을 끝냈다는 것에 홀가분한 마음이다.
마스크만 잘쓰고, 가족들이 살고 있는 서울행 열차를 탈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가져본다.
엊그제 일요일에 해안가를 지나오면서 잠깐 사진을 찍어두었다.
그때는 태풍이 부산으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때였다.
장마 비가 오락가락 했을때의 바다는 멀쩡했고, 파도는 있었지만 평화스러워 보였다.
비가 내릴때는 갈매기도 편안한 휴식을 하게 된다.
태풍의 조짐이 전혀 없는 그냥 비만 내릴뿐이었다.
세찬 비가 내릴때, 선착장 풍경이다.
푸른바다의 예쁜 색깔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흙탕물이 뒤범벅이 된 바다는 바라보는 것도 두렵기 까지 했다.
기장 일광면의 학리의 작은 항구이다.
배가 항구에 편안하게 정박된 것은 비오는날 풍경이다.
만일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면 이런 풍경은 불가능하다.
벌써 열흘째 내리고 있는 비는, 여름 끝자락의 지긋지긋한 긴 장마였다.
부산 기장읍 일광면 학리마을의 등대이다.
학리마을 선착장 앞에 있는 선지국밥집에 가끔씩 가다보니 등대도 예뻐보였다.
텃밭에서 이른아침에 일을 하다보면, 배가고파서 허기질때가 있다.
오전 8시 부터 음식점에 문을 여는 곳은, 학리 선착장밖에 없었기에 가끔씩 텃밭친구와 함께 가는 곳이다.
일요일 낮에 먼 바다에서 부터 태풍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섭게 출렁이는 파도는....
해안가를 걷는 것 조차 힘들게 한다.
그래도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 있을뿐, 부산으로 지나간다는 소식은 없었다.
잘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태풍 오마이스는
물폭탄으로 곳곳에 침수가 되게 했고, 한밤중에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은채 사라져버렸다.
포구는 완전히 비상이었다.
불꺼진 횟센타와 적막감만 맴도는 바다는 늘 그랬듯이 모든 것이 멈춰버린 상태였다.
태풍이 몰고오는 재해는 어느 정도일런지, 걱정이 앞선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는 또다시 평온해졌다.
곧 또다시 태풍이 대기중이라고 한다.
12호 태풍 오마이스는 소멸되었지만
13호 태풍 꼰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어떤 위력으로
예쁘게 만들어 놓은 텃밭에 어떤 가해를 입힐런가 사뭇 걱정이 앞선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그치지 않는 빗줄기에 바다는 여전했다.
그래도 바람이 없는 바다였기에, 긴장의 끈은 느슨해졌다.
다만 언제쯤 맑고 푸른 바다가 되려는지, 여름 끝자락의 바다는 계속해서 우중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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