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해무가 가득한 해안가에서

nami2 2021. 6. 14. 21:55

장마철이라고 예고 한적은 아직 없건만,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날씨는 하루라도 멀쩡한 날이 없었다.

햇빛이 언제 있었는가 할 정도로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흐리고, 바람불고, 바다에는 해무가 가득하고...

그러다보니 텃밭의 잡초는 자기들의 세상처럼 기고만장하게 활개를 치고 있었다.

풀을 뽑아도 뽑아도 줄어들지 않는 풀과의 전쟁은 언제쯤 끝이날런지는 모르나

자꾸만 비소식만 전해주는 일기예보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해안가로 가는 길의 하늘과 바다와 산, 그리고 들길은 모두 우중충인데

흑백 처럼 흐린날에 돋보이는 것은 얕으막한 주택의 지붕을 넘어선 빨간 접시꽃이 그림처럼 예뻤다.

    

창백한 얼굴에 빨간 맆스틱을 바르면 얼굴이 돋보이듯이

우중충하기만 한 날씨에 빨간 접시꽃은, 길을 가는 사람들의 마음 까지도 화사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빨간색깔이 이렇게 예쁘게 보이는 것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영산홍이 제법 예쁘게 피고 있다.

철쭉은 그다지 예뻐보이지 않았지만, 철쭉과 비슷한 '영산홍'은 참 예뻐 보였다.

역시 비내리는 날에 바라보니 마음 까지 화사해지는 것 같았다.

 

비를 흠뻑 맞은 영산홍이 참 예뻐보인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우산을 쓰고 어렵게 사진을 찍어 보았다.

 

영산홍은 일본에서 자라는 철쭉의 한 종류인 '샤스끼 철쭉'을 기본종으로 하여

개량한 철쭉의 원예품종을 일컬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영산홍(映山紅)이라고 한다는데

일본에서는 영산홍이라는 이름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싸리꽃이 피기 시작했다.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되었나 할 정도로 세월이 빠른 것 같다.

 

싸리꽃은 7~8월에 꽃이 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 싸리꽃이 제법 예쁘고 피고 있었다.

낙엽이 지는 활엽관목으로 높이 1~2m이다.

싸리꽃의 꽃말은 '생각'이다.

 

싸리꽃과 많이 헷갈리는 '낭아초'가 싸리꽃과 경합을 벌린 것 처럼 보여졌다.

산길에서 만난 낭아초, 그리고 그옆의 싸리꽃...!

누가누가 더 예쁜가 내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낭아초는 해안가의 따뜻한 곳, 우리나라의 남부지방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서식하며

낭아초라는 이름에는 풀을 뜻하는 '초(草)'가 붙었지만, 낭아초는 나무로 낙엽활엽성반관목이라고 한다.

키는 약2m정도 이다.

 

해안가로 가는  산길에는  요즘 한창 꽃이 피는 '까치수염'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날씨가 흐린 날에 더욱 하얗게 보여지는 '산딸나무'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산딸나무꽃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요즘, 산길에서는 딴세상 처럼 멋지게 피고 있었다.

 

빗물에 '자주개자리'꽃이 완전하게 푹 퍼져 있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일으켜 세우고 싶었지만, 이미...

 

보랏빛 '자주개자리'꽃도 해안가로 가는 산길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다른곳에서는 어쩌도 보여지는 꽃인데

내가 자주 걸어 다니는 산길에서는 정말 예쁜 모습으로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분홍색 토끼풀꽃

 

비내리는 날이 아니면 더욱 예쁜 모습이었을텐데, 빗물을 흠뻑 맞고 있는 '돌가시나무꽃(땅찔레)'

 

꽃모양은 가지꽃을 닮아서 예쁜데, 잎과 줄기에 무시무시한 가시가 붙었다.

그래서 이름도'도깨비가지'라고 한다.

도깨비가지꽃은  잘못 만졌다가는 가시에 찔려서 손이 엉망이 될것이다.

 

갑자기 바다가 없어졌다.

내가 일하는 곳은 마당 끝이 바다인데, 창밖을 내다보니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창문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마당 끝으로 가보니 겨우  갯바위만 보일뿐이다.

 

이렇게 해무가 잔뜩 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바다인지 무엇인지, 이 순간에 지나가는 자동차 안의 사람들은 헷갈렸을 것이다.

 

40분쯤 지나니까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안개속에 희미하게 보여지는 듯 하더니, 차츰 차츰 멀리 등대 까지 보여졌다.

살면서 참 희한한 풍경을 보게 되었다.

앞도 뒤도 분간 못하는 해안가의 풍경은 요즘 들어서 완전 엉망진창이다.

 

며칠째 바다는 회색빛이었다.

습도가 높으니까 마음도 우울해지고, 바다가 해무에 갇혀 있으니까 색깔도 완전 무채색이 되었다.

언제쯤 파란 하늘고 파란 바다를 볼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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