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점차적으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건만, 날씨는 아직도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고 있는듯 했다.
춥거나말거나 꽃들은 계속 피고 있지만, 날씨가 추워서 쑥을 뜯으러 가자는 약속도 취소되었다.
일년 중 낮과밤의 길이가 같다는 봄날, 춘분이 지난지 이틀이 지났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공교럽게도 올해의 춘분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었다.
농가에서는 밭갈이를 시작하고, 봄나물을 뜯어 반찬으로 사용한다는 24절기 중 네번째 절기 춘분은
추위가 물러나고 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며, 남쪽에서 제비가 날아온다고 한다는데
꽃은 자꾸만 피어나며, 텃밭 주변의 쑥도 계속 자라나서 빨리 어린쑥을 뜯어야 하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따사로워야 하는 봄날씨는 자꾸만 거꾸로 가는 것 처럼 춥기만 했다.
송도암남공원 입구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송도 암남공원은 10년전에 한번 다녀왔었다.
부산의 동쪽 끝자락에 살면서 부산의 서쪽 끝자락으로 가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닌듯...
야생화를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송도암남공원에서 찾아낸 온갖 야생화들을 보면서
한번 정도는 꼭 다녀오고 싶었기에 길을 나섰지만, 어디가 어딘지, 어디로 가서 야생화를 만나게 되는 것인지
길라잡이가 없이 ,낯선 곳에서 무작정 헤맨꼴이라니....
다녀오고 난 다음에도 그냥 쓴웃음만 나왔을뿐, 아무런 의미도없이 다녀왔음을 메모해본다.
암남공원에는 이정표가 잘되어 있었지만, 10년전에 얼떨결에 한번 다녀오고나서
그후로 부터 10년이 지난 다음에 갔었더니, 방향감각을 몰라서 무작정 '갈맷길'이정표를 따라서 걷다가 왔다.
개복숭아꽃이 곧 필 것 처럼 꽃망울이 부풀어 있었던 암남공원에는 4월초쯤 가보면
지금보다는 덜 삭막했을 것이라 생각해봤다.
암남공원 둘레길인듯, 평일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도 않아서, 길 안내에 도움이 줄 사람도 만나지 못했기에
이정표를 따라서 한바퀴 했다.
부산 광역시 서구 암남공원로 185(암남동)에 위치한 암남공원은
자연공원으로 동편에 남항, 서편에 감천항, 앞쪽에 동물검역소와 인접하여 있다고 하며
옛날엔 혈청소 입구로 불리던 곳이 해안절경이 빼어난데다 송도해안과 부산 남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두려움을 뒤로한채 한번 정도는 걸어보자는, 함께 갔던 길동무의 유혹에 눈 딱 감고 걸어보려고 했더니
고맙게도 바람이 너무 심해서였는지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마음속으로 천만다행이었음을......거센바람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예전에는 혈청소 자리였음을...
35년전에 서울에서 내려와서 한번 다녀갔을때의 기억이 있던 길을 걸었다.
그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송도해수욕장과 등대가 괜찮아 보였다.
예전 35년전의 송도해수욕장은 참으로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작은 해수욕장으로 기억하는데
역시 빌딩이 들어서 있는 풍경은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과 거의 비슷했다.
피아노처럼 보여지는 조형물은....
등대 앞으로 송도해수욕장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송도 해상 케이블카는 마침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서 잠시 중단된 상태였다.
바람이 불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케이블카였지만, 그래도 운행이 정지 되었다고 하니까
약간은 아쉬움이 있었다.
구름산책로를 지나서 ,거북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약간은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걸어보기로 했다.
투명하게 뚫린 철망 밑으로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모습에 다리가 덜덜 떨리기는 했으나
그래도 걸어봤다는 것에, 그동안 알게 모르게 몸속에 들어있는 간이 조금 커졌음을 인정했다.
송도 구름산책로를 지나서, 거북섬에서 바라본 송도해수욕장 풍경
지울수만 있다면, 해수욕장 앞의 높다란 건물들을 사진 속에서만이라도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함께 갔던 길동무의 유혹에 앗차 하면 '스카이워크'에 발을 들여놓을뻔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관광을 하기에 그저 그런 곳인가 싶어서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뒷걸음질을 했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이었다고 생각되었다.
이곳을 다녀온 후 검색을 해보니까 그곳이 '송도 스카이워크'였음을....
암남공원을 비롯한 송도해수욕장 주변에는 나 처럼 간이 작은 사람들은 절대로 갈 수 없음을 인정한다.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는 바라볼수록 아찔했다.
100만원을 즉석에서 용돈으로 줄테니, 케이블카 타자고 유혹을 해도 절대로 못탈 것이라는 나의 말은
헛말이 아니었음을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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