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춥거나 말거나, 코로나19가 다시 나타나서 사람들을 당혹하게 하거나 말거나
화사한 모습으로 겨울을 마중하는 '애기동백'꽃이 이곳저곳에서 피고 있는 늦가을이다.
며칠 남지않은 11월을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어설프기에, 아직은 가을이라고 말하고 싶은 시간들인데,
꽃을 보면서 마음은 화사해지고 싶지만
아파트 헬스장을 다시 폐쇄한다는 내용이 ,관리사무소에서 전해지는 멘트를 스피커 통해 듣다보니
또다시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 추운 계절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참으로 야속한 전염병이다.
토종동백꽃이 아닌 일본이 원산지인 애기동백꽃이 지천으로 피고 있다는 것은
삭막하고 쓸쓸한 계절에, 감탄사가 나올만큼 예쁘지만
주춤했던 안전재난 문자가 수없이 날아드는 시간들이 이제는 너무하다는 생각뿐이다.
통도사 산내암자 주변 숲길을 한바퀴 돌면서
마지막 가을의 노란 은행잎을 나무위에서는 찾아보지 못하고
땅위에 떨어진 낙엽에게, 이 가을을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보고 싶었다.
통도사 산내암자 '보타암'의 담장너머 붉은 단풍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눈으로 직접 보았던 풍경보다, 사진속의 풍경이 조금은 어둡다는 것이 아쉬웠다.
남겨놓은채 뒤돌아 가려니까 자꾸만 미련이 남았던 단풍나무였다.
숲길의 나무들은 모두 잎이 떨어진 나목인데, 계곡 주변에서 가끔씩 눈에 띄는 단풍잎의 아름다움에
가던 길을 자꾸만 멈춰서게 하는 것도, 11월이니까 가능한 것 같다.
12월의 길 위에서는 흔적조차 찾을 길 없음을 생각하니 그냥 마음이 쓸쓸해졌다.
통도사 산내암자 취운암에서 통도사로 가는 숲길이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호젓한 숲길이기에, 어쩌다가 사람들의 모습만 보아도 반갑기만 하다.
한달에 한번씩, 초하룻날 통도사에 갈때마다 어김없이 걸었던 길이니까
올해에 벌써 열번째(음력10월) 걸었던 길이다.
수많은 통도사 산내암자로 가는 자동차길이다.
통도사에서 숲길을 걸어서, 취운암(선원) 경내를 조심스럽게 지나서
보타암을 들렸다가 다시 통도사 일주문앞 삼성반월교 다리를건너는 것이...
내가 통도사에 가면, 늘 빼놓지 않고 걷는 코스이다.
개울가에서 어렴풋이 보여지는 '보타암'의 모습이 멋져보였다.
개울 건너 아스라히 보여지는
작은 암자의 모습이 가슴 설레일 만큼, 아련한 꿈속의 어느 절집 처럼 보여졌다.
아주 가끔씩 꿈속에서 보여지는 절집이, 전생인지 현생인지는 모르나 늘 그립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었다.
이곳의 단풍나무는 가까이 다가가보니 바스락 거릴 만큼 메말라 있었다.
만추에 할 수 있는것은, 메마른 나뭇잎이 땅위로 떨어지는 것만 남은 것 같았다.
통도사 총림문을 나오면서 만난 국화꽃이다.
이 모든 가을풍경들이 다음달 음력 11월 초하루쯤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속에 가득 짙은 국화향을 담아가고 싶었다.
뒹굴고 싶을 만큼, 푹신하게 낙엽이 떨어진 ,숲속의 찻집 앞의 나무 밑에 마지막 가을이 멋지게내려앉았다.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다면 새봄이 올때까지
낙엽은 그자리에서 그대로 숲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았었다.
가끔은 싸락눈이 얼어붙어서, 하얀눈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보여주기도 하는...
절집으로 가는 길목의 숲속 작은 찻집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