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점 없이 하루종일 봄비가 예쁘게 내렸다.
하염없이 내리는 봄비속에서, 벚꽃잎은 한치의 흩으러짐 없이 예쁜 봄날 풍경을 만들어냈다.
텃밭에 달래를 모종하고, 도랑가에서 돌미나리도 캐다가 옮겨 심었으며, 맷돌호박씨도 심었다.
완두콩 새싹이 손가락 한마디 만큼 커가고 있음에 ,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간절했다.
약간의 봄 가뭄이 시작되려는 찰나에 내려주는 단비같은 봄비였기에
벚꽃잎이 비에 젖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모종을 한 채소들에게 보약 같은 봄비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도 어쩌면 코로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일이 없는 평화로운 봄날이었다면, 이번 주말이 벚꽃놀이 절정일텐데...
이곳저곳 지자체에서 "벚꽃 명소에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당부의 메세지가 자꾸만 날아오는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비에 흠뻑 젖어서 꽃잎이 땅에 떨어져도 그다지 아까워 하지 말아야겠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산을 쓰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 거리를 그냥 걸었다.
올해에 할 수 있는 벚꽃 구경은, 걷기운동을 핑계삼아서 터널처럼 꾸며진 벚꽃 거리를 걷는 것으로 끝을 내야 할 것 같다.
엊그제 다녀온 일광산 정상이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쯤에서 하차한 후 , 일광산 둘레길을 1시간쯤 걸어가서
산 정상을 향해 걷는 산행코스인데
진짜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 기장으로 이사온지가 11년째이고, 전국으로 시도 때도없이 다니는 등산인데
일광산은 처음 올라가봤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처음 찾아올 수 있느냐고, 산정상의 표지석이 나에게 한마디 하는듯 했다.
산이 너무 얕으막해서 무시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바람재 임도에서 산정상 까지의 700m는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야 했던 가파른 코스였기에
금정산 정상에 올라가는 것 보다 더 힘들었다.는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일광산 정상이다.
저렇게 뾰족하게 우뚝선 산정상이니까, 올라가는데 어찌 힘들지 않을 수가 있었는가
산정상에서 반대 방향으로 내려오는 하산 길도 , 앗차 하면 곤두박질 치면서 구르거나
낙엽 쌓인 길이 미끄러워서 발을 헛디디면,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다는 것을 메모해본다.
일광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 풍경
일광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쪽에는 일광신도시가 들어섰다.
몇 년 전만해도 그냥 시골동네였는데, 산정상에서 바라보니 그럴듯한 신도시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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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서면 언제나 같은 느낌은 "그냥 마음속 까지 상쾌하다" 였다.
오를 때는 힘들어도 "또 해냈다'라는 쾌감이다.
산 정상 쯤에는 생강나무꽃도 많았고, 진달래꽃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꽃이 지고 나면 어떤것이 생강나무였는가 구분을 할 수 없지만
노란꽃을 산 깊숙한 곳에서 보았다는 것에 마음은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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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간을 내어 찾아가보면 ,이미 사라져 있을 일광산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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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 밑에는 , 내 키보다 작은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진달래 꽃잎을 따서 화전을 부쳐주시던, 어머니도 기억 저편에서 그리움이 되었고
진달래 꽃잎을 따먹던 어린시절의 기억도 희미해질뿐....
현실은 그냥 진달래 꽃사진을 예쁘게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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