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봄날에 먹어보는 별미의 맛

nami2 2020. 2. 28. 23:55

         주말농장을  임대 해놓고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엄두가 나지않았다.

         삽과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가서 남들이 하는 것처럼 따라해보려니까,생각했던 것 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준비된 밭고랑에  거름을 하고, 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솎아주고, 수확을 하고...

         그것이 텃밭농사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중요한것은 밭을 만드는 것이었다.

         비가 내리면 우선적으로 빗물이 빠져나가야 하는 ,고랑을 만들어 한다는 것이 그렇게 힘들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어설프게 하다보니  몇시간동안 일하고는 쭉~뻗어 버렸다.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몸살기가 있어서 좋아하는 걷기운동도 나가지 못한채  집안에서 엄살을 피웠다.

         옥수수도 심어야하고, 상추씨도 뿌려야 하고, 감자도 심어야 하는데....

         할일은  많았지만, 새롭게 가꿔야 할 밭을  쳐다보니 멀미를 할 것 같았다.

         먼 곳에 여행중인 우리집 아저씨께

         잠시잠깐 도움을 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냥 하늘만 바라볼뿐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아직은 꽃대도 올라오지 않는 겨울초(유채)는

                 지금 뽑아서 김치를 담근다면 ,가장 맛이 있는 봄김치가 될 것 같아서 망설임 없이 뽑았다.

                 어차피  올해 부터는  나의 텃밭이 아니기에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부터, 이른봄에 겨울초 김치를 담갔다.

                이곳 사람들은 이른 봄에 먹는 겨울초 김치가 최고의 김치라고 하는데

                먹어보지 않은 겨울초 김치를 , 입맛에 적응하기 까지는  몇년 걸렸다.  

                   꽃대가 올라오면  달착지근한 맛이 변한다고 해서 ,사람들은 '봄동'을 뽑기 시작했다.

                   텃밭농사는 아직도 초보였기에,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하다보니

                   미련없이 봄동배추를 모두 뽑았다. 

                 겨울초와 봄동 배추를 섞어서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밭을 그만두어야 하는 올해에는 유난히 농사가 잘된 것 같았다.

                   통통하게 크고 있는, 쪽파도 뽑아다가  함께 김치를 담가보려고 한다. 

           소금에 절여서 씻어놓은  것이, 제법 많았다.

           아무래도 한통을 담가놓으면, 별미김치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김치냉장고속에 들어 있을 것 같다.

               김장을  했을때 남겨놓았던  양념이 있었기에, 김치는 쉽게 담갔다.

               추운겨울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살아남은 겨울채소였기에,

               이 계절에 밭에서 뜯어다가 김치를 담근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맛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겨울내내 게으름을 피우면서, 자주 뜯어먹지 않았던 탓으로 김치는 제법 많았다.

              잘먹지 않는 라면이지만  김치와 잘어울릴 것 같아서

              라면을 끓여서 김치와 곁들여 먹었더니, 진짜 맛이 있었다. 

                   봄동배추를 뽑아다가 김치에 담그는데 몇포기 넣었고

                   쌈배추용으로 남겨놓은 것에서  봄동배추전을 만들어 보았다.

                   엊그제 지인집에 갔더니 ,봄동배추전을 부쳤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또 따라쟁이를 하게 되었다.

                봄동배추전은 생각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시퍼런 잎이 뻣뻣하기만 하는데  무슨 맛일까

                지인집에서  전을 부치는것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맛을 보고는  너무 맛이 있었기에

                텃밭의 봄동배추를 뽑아다가  전을 부쳤는데,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살고 있는 주변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 같은 지인은, 예전의 엄마표 음식을 잘만들어 준다.

           혼밥을 먹기 시작했던 어느날 부터, 나의 영양실조를  걱정해주는 지인이 있었기에

           가끔은 어촌마을에 초대되어 

           수제비, 칼국수, 무우전, 배추전, 따개비죽, 쑥국, 홍합미역국, 육개장, 수수부꾸미...등을 먹고 오는데

           내가 가끔은 먹고 싶어 하는, 옛날 어머니들의 그리운 음식을 잘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봄동배추전도 입맛을 잃어가는 요즘에 별미의 맛을 보여주어서 잘먹고 왔으면서도

           할일 없는 요즘이기에 수북하게 전을 부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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