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이라도 장소에 상관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 보여지면, 주변을 살펴보면서 우선적으로 걷는 습관이 생겼다.
내게 있어서의 이번 가을을 너무 허망하게 보냈기 때문에 아쉬움에 대한 미련때문인 것 같다.
앞도 뒤도 바라볼 겨를 없이 긴박하게 시간을 보냈던 병원생활에서의 가을은 그냥 지나가는 계절이었는데
조금은 숨을 쉴 여유가 생기니까 별난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아서 우습기도 했지만...
아직도 꽃이 보이는 남부지방이라는 이유 때문에 우물에서 숭늉을 찾듯
들길과 마을길뿐만 아니라 삭막해진 숲길 까지도 가을의 흔적을 찾아내고 싶은 간절함뿐이었다.
열매 마져도 사그러든 나뭇잎이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뻐 보였다.
그림 물감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
어쩌다가 때늦은 단풍잎을 발견했다.
대박이었다.
하얀눈이라도 한바탕 쏟아진다면, 멋진 풍경이 되었을 겨울인데....
.
떨어진 낙엽 마져 지나는 사람들에 의해 가루가 되어버린 숲길에서 단풍을 보았다는 것이 즐거움으로 남는다.
풀 숲을 뒤져보니 꽃이 보였다.
산박하
갈퀴나물꽃
이 겨울에 꽃이 피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정말 탐스럽고, 싱싱하고 예쁘다.
.
장안사 주차장
바싹 마른 나뭇잎이 땅위로 떨어지지 않고, 만추의 계절처럼 보여지는 것이 고마웠다.
사찰 입구이니까 앙상함 보다는 바삭 마른 나뭇잎이라도 나무에 붙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안사를 다녀오면서 들렸던, 어느 찻집의 마당에도 바싹 마른 나뭇잎이 땅위로 떨어지지 않은채
빽빽하게 매달려 있는 나무를 보았다.
마른 나무잎이라도 겨울 내내 그렇게 낙엽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추위에 떨고 있을 앙상한 나무가 보기싫기 때문이다.
'감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년 새해 첫날 일출 (0) | 2018.01.02 |
---|---|
겨울 감나무의 아름다운 풍경 (0) | 2017.12.29 |
쓸쓸한 겨울 산책길 (0) | 2017.12.17 |
강추위 속에서 살아 남아 있는 것들 (0) | 2017.12.16 |
가을이 떠나간 숲길에서 (0) | 2017.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