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된서리가 내려서,가을 내내 파릇거리던 깻잎이 더운물을 끼얹은 것 처럼 새까맣게 변한 것을 보았다.
들판의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텃밭 주변에 나가보았더니
추위에 약한 몇몇 채소들을 빼놓고는
된서리가 내렸어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들에서 웬지 모를 '희망'이라는 것을 생각해냈다.
희망!!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바닥으로 내려앉아 수렁속으로 빠져들어간다고 해도
실오라기 같은 한가닥의 희망이 보인다면,어떠한 고통도 견뎌보겠다는 마음속의 다짐을
하루에도 몇번씩 하게 되는 요즘인데
된서리를 맞아도 흩으러지지 않는 모습들에서 알 수 없는 신의 한 수를 배우는 것 같았다.
메마른 덤불 속에서 호박을 발견했다.
호박잎은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당당한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아둥바둥.....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필사적인 모습
가을날의 시간들이 더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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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호박덩이 주변에 새롭게 호박꽃을 맺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병원생활 하느라 호박잎 쌈도 먹어볼 수 없었는데
몇장 눈에 띄는 호박잎을 따먹기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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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호박 옆에 또다시 늦둥이 호박이 열매를 맺으려고 한다.
이 정도는 호박찌개 끓이면 될 것이고
요녀석은 호박전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은 사그러는 모습들인데
그것들을 방석 처럼 깔고 자리를 잡은 매끄러운 호박의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호박 때문인지 된서리도 비켜간듯
호박넝쿨 마져도 튼튼해서 12월에도 잘 이겨낼 것 같은 모습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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