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사 주변으로 가는 친구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장안사에 갔었다.
다리를 다친 후 장안사에 한번은 꼭 다녀와야 하는 것이 간절한 마음이었으나
장안사를 가려면 왕복 50분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어서 길을 나서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치도 않게 친구 덕분에 장안사를 다녀왔으니 친구가 오늘의 귀인이 되었다.
4월 초파일 한달 전에 장안사 종무소에서 우리집 아저씨 하얀 연등을 접수했다.
언제쯤의 날짜에 연등을 달기 시작할 것이니까
연등이 잘 달려있나 확인하러 오라는 종무소 처사님 말씀이 있었지만 가지못했다.
왜냐하면 초파일에 절에 가서 확인하면 되는 것이므로 구태여 갈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니까 공교롭게도 초파일 며칠 앞두고 다리를 다쳤다.
어쩔수 없이 입원을 했었고, 입원기간에는 꼼짝없이 2주간 휠체어 신세였었다.
장안사 명부전에 일년 동안 달아두는 극락왕생 염원하는 우리집 아저씨 하얀등...
그것이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잘 달려있는가를 확인해야 하는데, 마음만 답답했다.
마음은 시간 날 때마다 장안사로 가보고 싶었으나 초파일이 지난지 한달 남짓이었으나
다친 다리가 부담스러워서 선뜻 길을 나서지 못한채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 말은 못하고 노심초사로 한달을 버티면서 스스로 위로 해봤다.
명부전에 달게되는 하얀 연등이니까, 언제라도 꼭 가서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면서도
왜그렇게 마음이 불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장안사 주변으로 가는 귀인 같은 친구를 만나서 소원 풀은 것이 너무 감사했다.

장안사 천왕문 앞에서 바라본 대웅전

가는 날이 장날도 아닌데
모처럼 찾아간 장안사 경내에는
인기척도 없을 만큼 너무 고즈넉했다.
한낮의 햇볕이 따가워서인가?
어쩌다가 찾아드는 몇몇 신도뿐...
통도사와는 너무 대조적인 전경이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불광산 자락에 위치한 장안사는
통일신라의 승려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범어사 말사이다.

이렇다하게 꽃이 없는 계절에
응진전 앞에 핀 수국이 다소곳하게 보였다.

명부전 뜰앞에 놓이 "정료대"는
절이나 사원 등의 뜰에
돌로 된 받침 기둥 위에 네모지거나
둥근 접시 모양으로 깎은 돌을 얹어 만든
설치물을 말하는데
불이나 불을 피워 올려놓는 도구이다.

바람 한점 없는 맑은 날에
처마 밑에 있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바람에 흔들리면 뎅그렁 거릴텐데
바람이 전혀 없었음이 유감이었다.

요즘 숲 주변에 많이 피는 하얀꽃은
꽃향기가 좋은 헛개나무였다.

헛개나무는 산중턱에 자라는
낙엽큰키나무이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방에서 자생한다.
헛개나무 꽃말은 결속이다.

부처님 곁으로 떠난이들의
극락왕생 기도를 하는 곳이 명부전이다.
이곳에 우리아저씨 하얀 연등을 달아놓았는데
그 연등이 잘 달려있는가?
확인하러 가는 길이 어느새 3개월이 지났다.

어디쯤에 매달려 있는가를 확인했더니
왼쪽에서 3번째 조형물이 있는 곳의
중간쯤에
우리아저씨 이름표가 달린 연등이 있었다.

이 세상 어느곳에도 없는
우리집 아저씨 이름 석자가
접수번호 194번 이름표에 매달려 있었다.
194번 이ㅇㅇ 영가
장안사 명부전에 당당하게 매달린 하얀 연등은
일년 내내 극락왕생을 비는 영가등이다.

장안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천왕문 앞

주차장으로 가면서 바라본 6월 중순의 한낮은
그냥 말그대로 고즈넉했고
인기척도 없었던 평온한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그림 > 산사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작약이 예쁘게 핀 암자에서 (16) | 2026.05.24 |
|---|---|
| 초파일을 앞둔 통도사 풍경 (20) | 2026.05.20 |
| 봄날에 다녀온 청도 대비사 (12) | 2026.05.14 |
| 경북 청도 운문사에서 (12) | 2026.05.12 |
| 4월 어느 봄날 운문사에서 (10) | 2026.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