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서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하루종일 부슬부슬 그냥 하염없이 비가 내렸다.
텃밭을 생각하면 이맘때의 극심한 가뭄보다는....
그렇게라도 내리는 비가 고맙기는 했으나 일상에서는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밀린 숙제하듯, 맘 먹고 텃밭일을 하려니까
며칠동안 일기예보에도 없는 비가 일을 방해하는 것 처럼 자꾸 내리다보니
어쩔수없이 비옷을 입었어도 옷만 적시게 된다는 것이 유감이기도 했다.
본의아니게 무릎을 다친후, 보름동안 방치해놨던 텃밭이 진짜 엉망진창이었다.
텃밭에서 가을 날에 15일이라는 시간들은 그다지 두드러지게 눈에 띄지 않으나
봄날의 텃밭 시간은 단 하루 만큼이라도 성장이 꽤 빠르다는 것을 새삼 알았으니
얼마나 텃밭이 엉망이었나는 말로 표현도 안되고, 사진으로 찍어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냥 밀린 숙제 하듯, 하루에 3시간씩 꾸준히 일을 하다보니까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아픈 다리 때문에 도움 요청한 곳은 조카네였다.
도저히 쪼그리고 앉아서 양파를 캘 수는 없었고, 방법은 조카한테 도움요청이었다.
꼬맹이들과 함께 '양파 캐기 체험'왔다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들이 정말 보기좋았다.
양파를 캐는 밭이 꼬맹이들 놀이터가 되었어도 양파를 캤다는 것만으로 좋기만 했다.
그럭저럭 텃밭은 거의 마무리가 되었으나, 열무 때문에 마음이 급해서 비를 맞았다.
비옷을 입고 열무를 뽑아서 다듬고 있었는데 다행히 안개비였기에 쬐끔 옷만 적셨다.
물론 감기들지 않을 만큼 비옷을 입고 일을 했으니까 손해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날궂이 하듯, 고집스레 마무리 하고보니 이제부터 마음은 홀가분 할 것 같다.

가지꽃이 아주 예쁘게 피기 시작했다.
가지꽃이 피면 그때 부터
가지가 열리기 시작한다는 것에 기대가 된다.
가지꽃의 꽃말은 '진실'이다.

조선오이, 가시오이도 몇개씩 따먹었는데
이제 노각오이도 크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오이가
커다란 노각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조카내외가 꼬맹이들을 데리고
양파 캐기 체험 왔다고 즐거워 했다.
날씨가 더운데도
양파 캔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워 하는 모습들이 고마웠다.
이날은 비가 내리지 않은 대신에
오후 6시쯤 기온이 29도 였었다.

양파 작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너무 재미있어 하는 모습들에서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카네 양파캐서 가져갈 것이고
서울 여동생네 택배 보낼 것을 따로 담아놓고
우리 것은 거의 잔챙들인데도
그래도 흐뭇하기만 했었다.

양파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 정도 농사 지은 것도 다행인 것은
겨울 가뭄, 봄가뭄이 원인이라서
내 탓은 아니라고 변명해본다.

남겨진 자색양파는 순전히 내몫이다.
서울 택배 보냈고, 조카네 가져갔고...
밭에서 바짝 말려야 하는데
비가 자꾸만 내린다는 것이 유감이다.

밭에 남겨진 흰 양파도 내몫...
그런데 비를 맞고 있다는 것이 좋지는 않았다.
좋은 것 모두 골라서 다 보내고
혼자 먹는 양파는 이 정도라도 양호하다.

열무를 뽑아야 하는데 자꾸 비가 내린다.
부드럽게 맛있을 때 뽑아야 하는데...
머리속이 온통 열무 생각이라서
안개비 내리는 아침에 밭에 가봤다.

열무 밭 옆에 피고 있는 노란꽃은
'개구리자리'라는 야생화(잡초)이다.
개구리자리를 다른 이름으로
놋동이풀이라고 한다는데
대표적인 꽃말은 '님의모습'이라고 한다.

열무 옆에 심겨진 엇갈이배추는
전쟁터에 다녀온듯 구멍이 숭숭 뚫렸다.
총알받이 엇갈이배추는...
농약을 뿌리지 않으니까 벌레가 이 짓을 해놨다.
그래도 배추는 맛있고 고소했다.

쪼그리고 앉지를 못해서
큰 의자를 놓고 앉아서 채소를 다듬었다.
비옷을 입고...누가 보면 청승?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니까 마음은 편했다.

열무는 씨를 뿌린지 40일이 되었다.
부드럽고 아삭아삭... 맛있었다.
벌레라는 놈이 열무는 구멍 뚫지 않았다.

다친 다리 때문에
베란다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못하니까
주방 싱크대가 수고를 많이 했다.

꽁보리밥을 해서 믹서에 갈고
지난해 농사지은 빨간 고추 갈아넣고
새우젓 7과 멸치액젓 3 7:3의 비율
열무 김치는 진짜 맛이 있었다.
비닐봉지의 김치는 서울 여동생집으로 가고
김치통 것은 내몫이다.

재미로 텃밭 한켠에 심어놓은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보리가 익으면 감자를 캔다는데...

하지감자는 조금 더 있다가 캘 것 같았다.
아직은 감자 잎이 누런색이 아니었다.
감자만 캐게 되면
올해 상반기 텃밭 작물도 마무리 된다.

호박꽃이 아주 예쁘게 피었다.
황금색깔 꽃이 이렇게 예쁜데
어느 누가 호박꽃을 밉다고 했을까?
오늘 이른 아침에
애호박을 두개 땄으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왜냐하면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첫 호박 딴 것을 마수 했다고 하는 것인가
서울 여동생네로 보내는 택배 박스에는
오이와 호박 열무김치가 들어 있었으니
농사지은 것 나눔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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