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내리는 6월 둘쨋날에

nami2 2026. 6. 2. 22:08

내일이 전국적으로 거국적인 날인데 나에게는 오늘이 아주 뜻깊고 즐거운 날이 되었다.
12일만에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인데,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에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반깁스에 목발을 짚고, 입원가방(조금 큰 가방)을 메고 그것도 비내리는 날에
병원 입구에서 콜택시를 기다린다는 것이 상상만 해도 처량하고 끔찍한 일이었는데...

반깁스도, 목발도 없었고, 병원가방은 병원 구내식당에서 근무하는 친구 덕택에
보험회사 낼 서류도 병원에서 팩스로 보낼 수 있었으며
큰가방 들어줄 사람도 곁에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복 받는 일이었는지?
전생에 나라를 구하는데 그 주변에서 내가 쬐끔 도움을 주었나를 생각 해보게 되었다.

병원 6인실 룸메이트들은 거의 80대 초반이어서 그들에게 나는 젊은 사람으로 불렸다.
젊은사람....웃음이 나왔으나 10살이상 차이가 나면 젊은 사람 맞는가 또 웃어봤다.
그러면서 내가 퇴원을 하는데 "부럽다"라는 소리를 자꾸만 하는 것을 뒤로한채...
병원 밖에서 만나면 반갑게 아는체를 하더라도
병원 안에서 다시는 룸메이트가 되지말자고 서로들 굳게 약속을 했다.
못 올 곳은 병원이고, 못먹을 밥은 병원밥이라고 씁쓸하게 웃어보기도 했었다.
정형외과 병동이니까 복도에는 모두들 반깁스, 통깁스, 휠체어, 목발, 팔 아픈 사람들로
거의 100% 상이용사들이고, 장애인들이었다.

81세 어르신께, 주치의 께서 퇴원하라는 말씀이 있으면
창문 너머 우체국 앞에 걸린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만세를 하시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만큼 병원에서의 생활은 큰 고통이고, 무간지옥이었으며, 힘겨운 고행길이었다.

엊그제 휠체어를 타고 병원 뜰앞을 서성일때 꽃봉오리 였었던 수국나무들이
벌써 예쁜 모습으로 꽃이 피어 있었음은 초여름 6월은 어느새 수국 계절이 된듯 멋졌다.

병원문을 나오면서
개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처럼
내 눈에는 다리가 아프거나 말거나
퇴원하면서 비맞는 수국 부터 사진을 찍었다.
꽃에 미친 사람....그냥 픽~웃어봤다.

비를 맞고 있는 수국이 진짜 예뻤다.

올해들어서 처음 만나는 수국이라서 그런지
아직 덜 핀 꽃이라도 예뻐보였다.

곧 백합꽃도 필 것 같았다.
초여름의 백합, 접시꽃, 수국이 기다려진다.

수국은 범의귀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6~7월에 꽃이 핀다.

수국 꽃말은 '냉정, 거만, 무정'이다.

토질에 따라서
꽃색깔이 달라진다는 수국인데...
병원 뜰앞은 모두 빨간색 꽃이 피었다.
내가 좋아하는 수국 색깔은 '감청색'이다.
짙은 하늘색의 수국꽃이 보고싶었다.

퇴원후 집으로 돌아오니
12일 동안 주인 없는 빈집에서
반려식물들이 마냥 마냥 웃자라고 있었다.
창문을 꼭 닫고 갔던 탓이라서
베란다의 많은 식물들에게 엄청 미안했다.

창문을 열다보니
창문 너머 얕으막산에 물안개가 가득이다.
그런 와중에 뻐꾸기가 뻐꾹 뻐꾹 아는체를 하고 있었다.
집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마음속 까지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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