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시골동네 에서 뜻밖의 풍경

nami2 2026. 1. 8. 22:38

한겨울 엄동설한이라는 말은 있었으나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아무리 춥다한들 영하7도 이상의 기온은 앞으로도 겪게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영하2도~영하 4도,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7도~8도가 되고 있을뿐...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의 추위라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한겨울의 기온이 이렇다보니

들판을 걷다보면 파릇 파릇한 채소들은 겨울인데도 너무 잘 크고 있었고
매실나무에 다닥다닥 맺혀서 부풀고 있는
매화 꽃망울 역시 이 정도의 추위는, 추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처럼 보여졌다.
그렇듯 꽃망울이 자꾸만 부풀고 있으니까 매화꽃을 보는 것도 시간 문제였고
애기동백꽃 역시 추위에 약간은 지친듯 했으나 "그 정도 추위쯤이야" 하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추운 겨울이라는 것이 마땅하게 걷기운동 할만한 곳이 없다보니
어느 낯선 시골동네로 발걸음을 한번 옮겨봤다.
아무런 풍경이 없는 겨울에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동네를 한바퀴 해보는 것도
알 수 없는 호기심 때문이라도 지겹지 않았으므로 발길 닿는대로 가봤더니
뜻밖의 풍경들은 발길을 멈추게 했었고...

이럴수 있을까 할 정도로 보여지는 풍경들은 신기했으며, 자연스런 멋이 봐줄만 했다.
비록 겨울바람 찬바람에 시달리면서 꽃을 피우느라 애잔하게 보였으나
예쁜 꽃들이었고, 이 겨울에 절대로 볼 수 없는 꽃들이었기에 감동스럽기 까지 했다.

새빨간 남천 열매가
시골동네에서는 색다른 멋이 되고 있었다.
삭막한 풍경 앞에서는
빨간 색의 열매도 화사함이 된다는 것이
아름다움으로 봐줄만 했었다.

해안가에서만 볼 수 있는 갯국화가
시골동네 한켠에서 아직은 예뻤다.
그러나 머지않아 사그러들 것 같았다.

애잔한 모습으로 사그러들고 있는
갯국화의 쓸쓸함이 숙연하게 느껴졌다.

5월에 꽃이 피는 붉은 인동초 꽃이
한겨울 1월에도 끄떡없는 모습에서
식물들의 한계는
어디서 어디까지가 되는 것인가 생각해봤다.

가을국화는 아직도 아름다웠다.

화단가에서 이렇게 예쁜 모습은
겨울 한복판의 1월에 믿을 수 없었으나

싱싱한 모습앞에서는 할말을 잊게 했다.

지면패랭이꽃은 5월 부터 피는 꽃이다.
그런데 이 추운 겨울날에 예쁜 모습이
말도 안된다는 표현뿐이었다.

어느집 대문 앞에 노란국화가 지천이었다.
언제쯤 사그러들지는 의문이지만
겨울을 지나서 봄을 맞이할 것 처럼 보여졌다.

낡고 허름한 시골동네 집앞이었으나
꽃이 있어서 그나름의 아름다움은
시골동네 였기에 너무 잘 어울렸다.

어느집 마당가의 풀숲에는
먹음직스런 모습의 열매들이 다닥다닥이었다
순간 어떤 열매일까 눈여겨봤었더니
열매는 다름아닌
여름철에 아주 흔했던 계요등 열매였다.

색깔도 선명했고
다닥다닥의 수준도 꽤나 멋져보였다.

계요등은 꼭두서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아시아 지역에 넓게 분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방에서
지겹도록 볼 수 있는 식물인데
내륙에서는 주로 충청도 이남에서 자라고
해안지방에서는
울릉도와 대청도 까지 자생하고 있다.

계요등의 열매는 9월~10월에
광택이 나는 황갈색으로 익으며
새들의 좋은 먹거리가 되어준다고 하는데
추위에는 약하며, 건조한 환경을 잘 견디고
바닷가 해풍에도 매우 강하다고 한다.

계요등(溪尿藤)은 식물체에서
닭의 오줌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시골동네에는 빈집이 많았다
빈집이라기 보다는 폐가였다.
그런데 폐가의 문짝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문짝만 가져가고 싶었다.

 

예전의 잘알고 지내던 지인은

폐가를 다니면서 문짝을 떼어다가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봤었다.

지금은 아주 귀한 창호지 문살이 정겨웠다.

 

어린시절에 살던 고향집이 생각났다.
예쁜 꽃이나 단풍잎 말린 것을 넣고
창호지 문을 바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폐가의 문짝을 보니까 그리움이 되었다.

언제 어느때 폐가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한때는 가족들의 정겨운 보금자리였을텐데
이렇게 귀신 나올 것 같은 집앞에서

 

그 옛날의 고향집을 생각해보니
씁쓸함과 허무함이 마음을 헤집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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