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지 2일째, 하루종일 영하의 날씨는 그냥 춥기만 했다.
서울 기온을 기준으로 하면 영하 3도~4도는 그냥 포근한 날씨라고 하겠으나
추위에 적응을 못하는 이곳 사람들은 걷기운동 자체도 몸을 도사리는 것 같았다.
머리가 띵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코 끝도 시린 매서운 추위 였는데...
춥다고 웅크리면 더욱더 나약해지기에 용감한척 동네 한바퀴도 돌아보고
낙엽이 메말라서 흙먼지 날리는 숲길도 걸어봤더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고 입버릇 처럼 중얼거렸음에 뜻이 이루어진듯 했다.
그러나 예쁘게 피고 있던 애기동백꽃은 불쌍할 만큼 얼음꽃이 되고 있었다.
겨울에는 옷을 잔뜩 껴입고 나가서 걷다보면 땀이 나더라도 부담이 없지만
가벼운 옷차림의 여름에는 걷기를 할 때 너무 더우면 옷을 벗을 수도 없다보니
생각해보건데 아무래도 걷기운동은 추운 겨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해 첫날에 해맞이를 하고나서 숨돌릴 틈도없이 바쁜 걸음으로 장안사를 갔었으며
우리집 아저씨 머무는 그 숲에도 다녀오게 되었다.
갑자기 춥기만한 했던 새해 첫날에
그래도 가볼 곳이 많다는 것은 어찌보면 몸이 고달퍼도 좋은 일이 아닌가?
아침 부터 이곳저곳으로 바쁘게 움직이면서 걸었던 걸음수는 18,570보였다.

겨울날의 장안사로 가는 길은
다른 계절보다 더 쓸쓸하게 보였다.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25분을 걸어가려면
혼자라는 것이 늘 주눅들게 했다.
그래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니까
발걸음은 씩씩하게, 기분은 즐겁게...였다.

지금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이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포근한 날씨 탓에 얼음도 보기 힘든 곳인데
며칠동안 춥다보니
계곡에서 얼음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둘이서 함께 간다면 얘기 하느라
그런소리도 들을 수 없을 텐데...
혼자 걷는 호젓한 산길이 좋을 때도 있었다.

계곡물에서 제법 얼음을 볼 수 있었다.
겨울에 고드름도 제대로 못보는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이 늘 불만이었는데...
그래도 계곡에서 얼음을 본다는 것이
나혼자만 누리는 것인가 해서 흐뭇했었다.

겨울 산사는 어디든지 고즈넉했다.
그래도 그런 풍경이 운치가 있어 괜찮았다.

겨울 나무들의 앙상함이
오히려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
그것이 겨울 산사의 매력인듯 했다.

돌다리가 있는 개울가에도
꽁꽁 얼어 있었는데...
그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자연이 전해주는 소리 같아서 듣기 좋았다.

새해 첫날이라서 호젓한 장안사에도
끊임없는 발걸음들이 바쁘기만 했다.
종무소 툇마루에 새해 달력 상자가 있었는데
모두들 달력을 가지러 온 사람들 처럼
달력은 불티나게 사람들 손에 들려졌다.
나역시 종무소에 볼일이 있었고
30년 동안 변함없이 장안사 달력을
거실과 안방에 걸어놓는다는 것이 보람이었다

새해 첫날이라고... 사람들은
탑 난간 위에 소원을 비는 붉은 촛불을 켰다.

범종각 뒤쪽 은행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있어서인지
장안사 경내에는 까치소리가 요란했다.
새해 첫날에 듣는 까치소리도
무슨 의미가 있는 것 처럼 들을만 했다.

철책 안에 얼음꽃이 피었다.
산골에서 느껴지는 추운 겨울이라는 것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기만 했다.

꽃이 없는 추운 계절에
꽃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
붉은 열매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겨울에도 늘 푸르기만한 대나무숲에
빨간 산수유 열매들이 한몫을 해주었다.

곶감 처럼 말랑거릴 것 같은
빨간 산수유 열매는 맛이 어떤가
궁금했어도 선뜻 손이 가지않는 이유는
여전히 시큼털털할 것 같아서 였다.
겨울새들 먹거리인데...
새들이나 맛있게 먹길 바랄뿐이다.

장안사 종무소에서 볼일을 마치고
우리집 아저씨가 쉬고 있는 그 숲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쓸쓸한 길인데
겨울이라서 그런지 더욱 적막한 것 같았다.
바람소리, 새소리, 개울물소리 그런 것들이
이제는 낯설지 않을 만큼 다닌 길이 되었다.
가끔 딱따구리 녀석이
딱 ~딱 나무 파내는 소리가 반가움이 되는...
숲길을 시끄럽게 하더라도 심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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