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하얀 눈이 내린 산사 풍경

nami2 2025. 12. 26. 22:31

늘 어긋나기만 했었던 일기예보가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적중한 것 같았다.
영상 18도~20도를 넘나들던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의 기온이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영하에 머물러서 몹시 추웠다.
계절은 분명 겨울이었으나 그동안 겨울같지 않은 기온탓에 설마 했었건만
오늘 아침에는 영하 7도 였고 한낮에는 영하 3도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갑작스런 영하의 날씨에 적응을 못해서인지, 체감온도는 더 춥게 느껴졌었다.

그래도 추울 것에 대비해서 강추위에 견딜만한 옷들을 준비한 것이 잘한 것인지
날씨가 많이 추웠어도 걷기운동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혹시 비소식이라도 있었다면 눈이라도 펑펑 내릴텐데...
몹시 추운날일수록 하늘은 맑고, 햇볕은 쨍쨍이었다.
그렇지만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몫을 하게 되다보니 실제온도 보다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만큼 추워서 얼굴이 시리기 까지 했었다.

지난번 서울에 머무를때 첫눈이 내렸었고, 밤새도록 많은 눈이 내렸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하얗게 많이 쌓여 있어서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10여년이 되도록 눈이 절대로 내리지 않는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서 살다보니
눈 그리움에 어린애 처럼, 눈이 온 날 아침에 추운줄도 모른채 뒷산에 올라가봤다.

시도때도없이 눈이 내리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눈 그까짓 꺼' 하겠으나
눈 구경을 하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동화속의 세상 처럼 멋지고 예뻤고...
눈이 많이 내렸던 옛 고향집이 생각나는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좋기만 했다.

눈이 내린 날 아침 기온은 영하 14도였다.

 

부산에서는 절대로 겪어보지 못했던 기온인데
영하 14도라는 자체만으로도
주눅이 들어서 많이 움츠려들겠으나
눈이 내린 아침에 눈부신 햇살 때문에
눈이 녹아내릴까봐 서둘러서 뒷산을 올랐다.

북한산 자락이라서 데크길이 곳곳에
아주 잘되어 있어서 걷기는 불편하지 않았다.

나무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사찰의
작은 전각이 눈속에 쌓여 있어서
그 나름으로 분위기 있었다.

서울둘레길, 은평둘레길, 수국사
이정표는 반가울 만큼 잘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침 햇살이 퍼지기 시작해서
혹시 눈이 녹아내리지 않을까
은근히 조바심이 난 걸음이 바쁘기만 했다.

은평둘레길 주변 숲속에는
아주 오래된 고찰이 있어서
서울에 갈때 마다 가끔 찾아가는 절집이다.

산 위에서 절집으로 내려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니까 미끄러운 빙판이라서
조심 조심...눈길에서 이런 체험도 해봤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전각앞이지만
아침이라서 들어가보지는 못한채
그냥 지나치는데, 눈이 쌓인 산속의
고즈넉한 작은 전각이 분위기 있었다.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구산동 314에 위치한
사찰은 수국사였다.
여동생네 집에서 걸어서 20분쯤 소요되는
산속에 위치한 고찰이다.
사찰 건물 뒤로 멀리 북한산이 보였다.

 

산길에서 계단을 타고 경내로 내려오니
스님들께서 눈을 치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수국사는 1495년에 세조가
요절한 의경세자를 기리기 위해 지은 사찰로
그 당시에는 상당한 규모에
우수한 풍광을 자랑하는 절이었다고 한다.

어느 시점 부터 화재와 붕괴로
거의 폐허가 된 수국사였는데
고종 시기인 1900년에 세자였던
순종의 병을 스님의 기도로 완쾌되자
그 보답으로 수국사를 다시 중건했다고 한다.

1995년에 아예 금박을 씌워
오늘날 알려진 황금사원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숲길은 눈이 하얗게 쌓였으나
나무 숲 저쪽으로 퍼지는 아침햇살은
금방 눈을 녹이는 짓을 할 것 같았다.

황금사원으로 잘 알려진
수국사 윗길을 걸어서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 또다시 이런 눈을 밟게 될 것인가?

 

부산 사는 나에게는 꿈속 같은 풍경이라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걷고싶은 심정이지만...
아쉽기만 했었던 눈쌓인 산길을 걸어봤다.

산길을 벗어나니까
부지런한 마을 사람들이 골목마다 모두
눈을 쓸어내고 말끔하게 치워서
참 허망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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