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날씨가 다른해보다 많이 추웠음은 텃밭에 나가보니 알 수 있었다.
지난밤에 또한번의 무서리가 내렸었는지?
여름 부터 늦가을 까지 기세등등하게 꽃이 피던 것들이 모두 파김치 처럼 되어 있었다.
예쁘게 피던 봉숭화꽃을 비롯하여 맨드라미, 풍선덩굴, 장미꽃...등등
보라빛 가지꽃이 피던 가지나무도 그렇고, 아직 까지 땡초가 열리고 있던 고춧대 역시
그 힘을 잃은듯, 보기가 안쓰러울 만큼 몽땅 축쳐서 못쓰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날씨가 포근하다고 한들, '무서리' 라는 자연의 힘은 어쩔 수 없음을 실감했다.
엊그제 다녀왔던 통도사에서 꽤나 즐거워 해야 할 일이 갑자기 생겨났다.
그동안 통도사 경내에서 개울가를 걸어서 갈 수 있었던 암자가는 길이 막혀있었는데
생각치도 않았던 곳에, 숲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었음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만추의 계절인데, 겨울숲이 된 곳이 많았으므로
암자로 올라가서 암자 주변의 풍경을 보려고 가는 길에서 뜻밖의 길이 눈에 띄였다.
숲길에는 새롭게 조성된듯한 이정표와 데크길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호기심 때문인지, 암자로 오르던 길을 포기한채 사람들을 쫒아가봤더니
놀랠 만큼의 예쁜 숲 데크길이 끝도없이 이어지면서 영축산이 한눈에 보이기도 했다.
데크길 끝나는 곳에는 인공호수 까지...
이제 부터는 대중교통 이용한 사람들이 발품을 팔아서 갈 수 있는 암자가는 길을
아주 쉽게 갈 수 있었음이 부처님 가피인가, 감사함도 느껴볼 수 있었음이 좋기만 했었다.

통도사 경내에서 개울가를 따라 올라가면
예전에는 암자가는 길이 이어졌는데
몇년 전 부터 이 길을 아예 막아놨었다.
그러다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들의
암자가는 길은 자연스럽게 막히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해 부터는 이 길을 따라
안양암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었기에
그나마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요사채 담장가에 매달려 있는
노란 모과나무가 시선을 끌었다.
만추 풍경으로는 딱이었으나 고즈넉했다.

돌담길과 개울가 물소리가 좋아서 걷다보니
안양암 숲길의 단풍이 예뻐 보였다.
그래서 다리를 건너서 안양암 까지
가보기로 하고 길을 따라가봤다.

통도사 산내암자 안양암으로 가려면
어째튼 이 다리를 건너야 쉽게 갈 수 있었다.

안양암으로 오르는 숲길은
호젓하면서도 고즈넉한 숲길이었다.

통도사 경내에서 볼 수 없었던
만추 단풍들은 모두 이곳으로 옮긴 것 같았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안양암 가는 숲길은
약간 급경사가 있었으나 걸을만 했었다.

안양암으로 오르고 있는데
개울가 다리를 건넌 많은 사람들이
모두 안양암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숲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이길래
나역시 안양암을 포기하고 따라가봤다.

예전에 없었던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지난해 이맘 때도 없던 길인데...
데크길 입구에 이정표를 보니
출세길, 보경호수 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통도사 다닌지 30년이 넘었는데
통도사에 보경호수라는 것이 없었으므로
계속 갸우뚱 하면서 데크길을 따라갔다.

데크길은 끝도 없이 계속 이어졌다.

봄날이었으면 봄꽃들이 많이 보였을텐데
만추의 숲길은 그냥 쓸쓸했지만
앞서 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계속 가봤다.

길 끝나는 곳에 과연 뭐가 있을까?
호기심...?
딱 그것 하나로 계속 데크길을 걸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영축산이 한눈에 보였다.
예전에는 저 산의 능선을 따라
다람쥐 처럼 오르내렸었는데...
언제 까지나 젊음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즐거운 추억이 지금은 서글프기 까지 했다.

데크길 끝나는 곳에 호수가 있었다.
통도사 장밭뜰에 인공으로 조성된
보경호수라고 했다.
가을 어느날에는 이 호수 주변 저쪽에
메밀꽃이 하얗게 피었다고 한다.

영축산 중턱 한가운데, 백운암이 숨어 있었다.
보일듯 말듯...
예전에는 저곳의 암자에도 자주 들렸었는데
호수 앞에서 바라본 백운암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오르고 싶었다.

만추의 계절의 쓸쓸한 인공호수는
아마도 내년 봄 부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았다.

호수에서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다.
큰절로 가는 길...
혼자걷기도 딱 좋은 멋진 데크길이었다.

내년 봄날 2월에는
개울가에 버들강아지도 눈에 띌 것 같았다.

큰절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 앞에서
시간을 재봤더니
출세길이라는 이정표 까지 15분 걸렸으나
왕복 30분이면
숲길을 충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통도사 신평 버스터미널에서
통도사 까지 걷는 40분 길의 왕복
그리고 왕복 걸었던 숲길 데크길(출세길)...
초하룻날 통도사에 다녀왔던 걸음숫자는
18,500보 걸음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지친 이유중에 하나는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단팥빵 1개와 커피 1통 그리고 생수1통
고행길인지, 행복한 길인지, 헷갈린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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