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비가 내리네" 지긋지긋하다는 중얼거림들이 곳곳에서 또 들려왔다.
언제쯤 흐린 날과 비 내리는 날이 사라질런지?
휴대폰의 날씨 모드에서 "이후 10일" 이라고 표기된 곳에는 맑음은 없었고
앞으로 열흘 동안은 계속해서 흐림과 비소식이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체념 해본다.
이러다가 어느날 깊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단풍 색깔도 우중충하지 않을까?
이런 재미없는 가을에 멋진 단풍색은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새벽 부터 오후 1시 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렸으나 빗물의 수량은
겨우 종이컵으로 한컵 정도라는 것도 그냥 짜증섞인 지겨움이었다.
어두컴컴한 날씨에 창문을 두두리는 빗소리 때문에 모처럼 게으름을 피웠으나
땅바닥에는 물이 고이지 않아서 비내리는 것이 그다지 실감나지도 않았다.
그래도 우산을 쓰고 다녀야 했고, 내리는 빗물 때문에 텃밭에도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어제보다는 오늘 날씨가 선선해서, 얇은 겉옷을 걸칠 만큼 기온이 내려갔다.
하루종일 20도에 머물고 있었으니 진짜 가을 같아서 좋기는 했었다.
언제 부터인가 외출시에 우산은 필수품이 되었다.
가을 장마, 우기의 계절이 믿기지도 않았고,생각 할수록 진짜 재미 없었으나
들판에는 어느새 여름꽃은 뒷전이고, 가을꽃들이 핀다는 것이 새로웠다.
8천보를 걸었어도 땀이 흐르지 않는 적당한 가을 날씨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비가 그친후 잠시나마 햇볕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저 아쉬움뿐이었다.
더구나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니까
웬지모를 쓸쓸함이 서글프게 느껴지는 아주 씁쓸한 그런 가을날이기도 했었다.

알게모르게 가을은 계속 진행중인데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은 아예 없어졌다.
그저 우중충한 회색빛 하늘 밑에서
단풍도 억새도 그다지 예쁘지는 않았다.

엊그제 까지도 꽃봉오리 였었던
아스타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스타꽃이 절정으로 피면
이곳저곳에서 국화꽃이 피기 시작한다.

어느집 담장가에 복분자가 익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때늦은 복분자인듯...
진짜 복분자 열매는 9월에 익는 것을 봤었다.

들판 한복판에서 노랗게 무리지어 피는 꽃이
언뜻 돼지감자꽃인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놓고보니
노란꽃은 돼지감자(뚱딴지)꽃이 아니라
미국 미역취 꽃이었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들길로 나가봤더니
노란꽃들은 진짜 미국 미역취꽃이었다.
어느새 가을이 깊어가는 느낌이었다.

미국 미역취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미국 미역취 꽃말은 '경계' 였다.

들길에는 헬기에서 씨를 뿌린듯...
미국 쑥부쟁이가 안개꽃 처럼
하얀 무더기를 만들어서 곳곳에 피고 있었다.
꽃이 많아서 지겹다는 생각보다는
예쁘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드넓은 들판에 씨를 뿌려서
재배가 되는 공원의 코스모스보다는
들판에서 자생하여 핀 코스모스꽃이
자연스러워서 예쁘기는 했었지만
웬지 쓸쓸해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골동네의 어느집 대문 앞에
메리골드 꽃이 화사하게 피고 있었다.
비가 그친 오후 였기에
더욱 예쁜 모습으로 눈에 띄는 것 같았다.
*멕시코에서는 죽은자의 날에는 망자에게
길을 밝혀주는 꽃으로 쓰이기도 한다는데...*
메리골드의 꽃말은
이별의 슬픔, 죽은이를 향한 사랑이라고 한다.

비가 내렸던 날의 오후 날씨는
웬지 쓸쓸하게 느껴졌는데
감나무의 붉은 감도 고즈넉하게 보여졌다.

날씨가 맑아서 푸른 하늘 밑의 감나무와
오늘 처럼 우중충한 날의 감나무와는
어떤 날이 더 분위기 있었을까?
걷기운동을 하다가 사진을 찍으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웃어봤다.
얼마나 맑고 푸른 가을하늘이 그리웠으면
쓸데없는 생각으로 골머리를 앓을까
지겹도록 무덥고 길기만 했던 여름날이었는데
흐리고 비가 내리는 것이 25일 남짓되는 가을날
이런 이변의 기후라면
평생 눈이 내리지 않은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에
겨울 내내 흰눈이 쌓였으면 하는 과대망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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