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옥 만큼이나 덥다고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던 것이 쏙 들어갈 만큼
하룻만에 날씨가 천국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으나 사실이었다.
1시간 동안 걷기운동을 해도 땀이 흐르지 않았고
텃밭에서 삽질을 했어도 갈증이 생기지 않는 세상은 분명 천국이 아닌가 했다.
아파트 앞에서 만나는 이웃들도 "진짜 살것 같다" 라는 흐뭇한 인사가 오고 갔다.
그러나 이것이 정녕 초가을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 무슨 변덕으로 무더위가 찾아올 것인지는 그 누구도 예측을 못하겠지만
일단 서늘한 날씨는 대만족이었고, 살맛나는 세상인듯 했다.
9월7일이 백로(白露)였다.
24절기 중 열다섯번째 절기인 백로(白露)는 흰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의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서
풀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가는 길에는 벌서 부터 이슬이 내려앉아서
물방울이 대롱대롱 맺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음이 계절은 속일수 없음이 느껴졌다.
뉴스에서는 춘분쯤이면 전형적인 가을이 될 것이라고 했으나
오늘 처럼 낮기온이 27도, 밤기온이 24도로 당분간 유지만 해준다고 해도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라는 생각도 해봤으나, 지난해 끔찍한 더위의
9월을 생각해본다면, 긴가민가 믿을 수없는 계절이라는 것에 긴장을 해본다.

들판에는 주말농장들이 많다보니
곳곳에 부추를 심어놓은 곳이 제법 많았다.
본격적으로 초가을에 꽃이 피는 부추는
점점 들판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꽃이 없을 것 같은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이렇듯 하얀 부추꽃이 핀다는 것도 예외였다.

7월 쯤에 늦게 씨를 뿌린 도라지밭에서는
종족번식의 법칙에 의해
끝도 없이 꽃을 피우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날씨가 어떻든 '꽃을 피우고 보자' 라는
도라지의 마음을 누가 알겠냐만은
우선은 예쁘게 장식 된 텃밭이 예뻐 보였다.

들길이나 텃밭 주변에는
노란꽃들이 심심찮게 피고 있었다.
직접 재배하는 꽃이 아니라
씨가 떨어져서 자생하는 결명자꽃이다.
결명자의 꽃말은 '광명, 수줍음'이다.

결명자라는 이름은
눈을 좋게 하는 씨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데
결명자를 볶아 우려낸 결명자 차도 유명하다.
결명자 효능으로는 눈 건강 증진과
그밖에 노화를 늦추는 효능도 있다고 한다.

아침 햇살에 미니사과가 더욱 예뻐 보였다.
거의 익어가고 있는 것 같으나
아직은 사과 딸때가 아닌듯 했다.

단감나무 밭에 단감은
아직은 푸른 빛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폭 익어가는 단감도 봐줄만 했다.

들길에 까마중 열매가 제법 익어가고 있었다.
누구나 어릴때 한두번은
따먹은 기억이 있을 것인데...
지금은 까마중 열매를 따먹지 아니하고
잼을 만들거나 술을 담는다고 했다.

까마중 꽃은 진짜 눈꼽만했다.
접사로 해서 찍어보니 꽃이 예뻤다.
까마중 꽃의 꽃말은
동심, 단하나의 진실'이라고 한다.
까마중은 아주 좋은 약재로도 쓰이며
감기는 물론 만성 기관지염이나 신장염
고혈압 황달 종기 암 등에 좋다고 알려졌다.

요즘 늦여름에 피는 야생화들은
아주 눈꼽만하게 생긴 것이 특징이다.
그냥 대충 꽃사진을 찍게되면
형태가 잘 나오지 않을 만큼 꽃이 작았다.
접사로 찍었더니 돌콩꽃도 제법 예뻤다.

돌콩은 덩굴성 한해살이 풀인데
요즘 가장 많이 피는 들꽃 중 하나인데
꽃이 너무 작다는 것이 흠이다.
돌콩 꽃말은 '자신감'이었다.

이른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는 들판이다.
벼 포기에 이슬방울이 제법 대롱대롱이다.
다른 곳에서는 추수가 끝난 곳도 있으나
이곳에서는 이제서 벼이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언제 쯤 누런 벼가 황금들판을 만들런지?
시간을 기다리다보면
누렇게 벼가 익고, 추수의 시간이 있겠지 하며
우선은 그냥 날씨가 쬐끔만 서늘해지길 바랄뿐이다.
많이 서늘해지면 벼가 익지는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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