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밤기온은 여전히 변함없는 27도 열대야 라는 것이 반갑지 않았다.
제발 25도 이하로 내려가줬으면 하는 바램은 그저 딱 하루 생색만 냈었다.
늦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이 그리도 먼 거리인지 한번 묻고싶어졌는데
달갑지 않은 폭염이라는 존재는 여름이 끝날 때 까지 발악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밤기온은 27도 였으나 실제 피부로 느끼는 온도는 초가을이었다.
초가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것은
폭염의 무더위에 시끄럽게 소음을 일으켰던 매미가 꼬랑지를 내렸고
자연의 소리 같은 풀벌레 소리들이 가을이 왔음을 예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끈따끈한 한낮의 기온은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야 하므로 무지무지 덥다는 것을 이해를 하면서도
그 더위가 얼마나 곤혹스럽다는 것이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그래도 어둠이 깃드는 초저녁 부터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진짜 가을이었다.
걷기운동 하면서 주변의 공원길을 살펴보니
어느새 나무의 열매들이 붉은 빛을 띈다는 것이 일단 반갑기만 했었다.
계절의 흐름은 누가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이치였음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매미들을 고발하고 싶을 만큼 밤잠을 설치게 했건만
이제는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듣게되는...
밤의 고요속에서 정적을 깨트리는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가 좋기만 했다.

공원길을 한바퀴 돌다보니
붉으레한 꽃사과 열매들이 아주 예뻤다.
맛있는 과일이었다면
한개 따서 입속으로 밀어넣겠건만...
새들이 좋아하는 꽃사과는 그냥 눈요기였다.

예쁜 꽃으로 공원길을
멋지게 했던 4월이 생각날 만큼
가을을 마중하는 꽃사과는
한껏 붉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공원길 잔디밭에 붉은 단추 같은 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천일홍이라는 이름이 있었건만...
내 눈에 보여지는 천일홍은
예쁘게 꽃이 피는 붉은 단추 같은 꽃이었다.
천일홍의 꽃말은 '불변, 매혹'이었다.

어느집 울타리 주변에는
하얀 장미꽃이 소담스럽게 피고 있었는데
제철에 피는 장미 처럼 그리 예쁘지는 않았다.

달맞이꽃이 아주 요염하게 피고 있었다.
이른 새벽이니까 꽃을 볼 수 있었음에
부지런한 농사꾼이었음을 인정해본다.
달맞이꽃의 꽃말은
기다림, 말없는 사랑이었다.

수세미꽃이 한참이었다.
여주와 작두콩, 수세미가 주렁주렁 ...
여러 과일들이 붉게 익어가는 것은
가을바람이 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수세미꽃의 꽃말은 '유유자적'이었다.

햇볕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은
꽃이 아니라 예쁜, 백당나무 열매였다.

인도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백당나무 열매를 한방에서는
기관지염, 위궤양, 위통 위염을
치료하면서 좋은 약재로 쓴다고 한다.

들판에 뒹굴고 있는 노란 맷돌호박들이
가을을 부르는 것 같았다.
누렇게 익은 모습들이 예쁘기만 했다.

텃밭에는 밭주인이 심어놓은
대추나무가 몇그루 있었다.
잘익은 대추를 먼저 따먹는 존재는 까치였다.
누구든지 먼저 따먹는 사람이 임자라는데...
사과대추는 단맛이 있어서 먹을만 했다.
맛이 들어가는 대추를 시식한 것은
이번에도 또 까치가 감별사인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맛이 들었겠다싶어서
대추를 땄고, 집에서 숙성중이다.
어영부영 하다가는
모두 까치밥이 된다는 것이 그냥 심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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