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24절기 중 열네번째 절기 처서(處暑)이다.
처서는 여름이 지나 더위도 어느 정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해서 처서(處暑)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일뿐..
기온도 세대차이인듯, 요즘 처서는 불볕지옥의 연속인 것은 분명했다.
어제 휴일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의 낮기온은 기가막힌 34도였다.
그리고 오늘의 낮기온도 역시 33도...
처서가 코앞이라고 했으나 폭염은 여전히 사람을 잡는 것 같았다.
예전 어른들의 말씀인즉, 처서가 되면 모기입이 비뚤어진다고 했다.
그만큼 날씨가 가을날이 되고 있음에 서늘해지고 있다는 뜻인데
그러나 그것도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인듯
요즘 모기는 완전 싸가지로 진화되어서인지?
가을이 가까워져도 더욱더 기승을 떠는 것이 늦가을 까지 간다는 것이다.
더위를 피해서 늦은 오후 아파트 소공원 나무 밑 벤취에 앉아 있다보면
시꺼먼 산모기들이 얼마나 심하게 물어대는지?
하찮은 모기가 무서워서 사람들이 피해야 한다는것이 우습기만 했다.
아무튼 이 폭염의 끝은 언제일런지?
그래도 텃밭에 가보면 무더위와 상관없이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 것 같았다.
흠뻑 내려앉은 찬이슬도 그렇고, 가을꽃이 핀다는 것도 그렇기에
무더위에 대한 절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시간이 가다보면 머지않아 가을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텃밭에 심어놓은 가을꽃인 맨드라미가
이만큼 예쁘게 피고 있었다.
늦여름 부터 11월 서리가 내릴 때 까지
오래도록 꽃이 피는 맨드라미가
텃밭 곳곳에서 가을 마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침 이슬을 흠뻑 맞고 있는 모습이
더위와는 상관없이 싱그럽게 보였다.
맨드라미는 꽃모양 때문에
계관(鷄冠), 계두(鷄頭)라고 부른다는데
맨드라미의 꽃말은 '뜨거운 사랑'이라고 한다.

맨드라미 꽃들이 수탉의 상징인 닭벼슬 처럼
붉어지면 가을이 왔음을 뜻한다고 한다.
맨드라미는 이제 부터 늦가을 까지
계속 꽃을 볼 수 있어서 토종인줄 알았는데
맨드라미의 원래 원산지는
인도 등 아열대나 열대 지방이라고 한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꽃인
흰꽃 나도샤프란이 텃밭 한켠에서
하나 둘 피기 시작했다.
이 꽃도 늦여름 부터 10월 까지 피는 꽃이다.

흰꽃 나도샤프란을 너무 좋아해서
텃밭에 심어놓은지 벌써 6년째인데
해마다 어김없이 이맘때 부터 꽃을 피운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새삼 기쁘게 해준다.
흰꽃 나도샤프란은 수선화과 여러해살이풀로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이며
꽃말은 '즐거움, 지나간 행복'이다.

넝쿨이 너무 뻗어가서
올해는 나팔꽃을 키우려 하지 않았는데
눈치를 보면서 까지
열심히 꽃을 피우는 모습이 예쁘기는 했다.

가을꽃인 배초향(방아)도
점점 보라빛을 띄우면서 열심히 피고 있다.

풍선덩굴의 하얀꽃이
열심히 꽃을 피우니까
풍선 같은 열매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새 누렇게 된 풍선덩굴이
예쁜 씨앗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씨앗을 다시 심어 놓으면
그 씨앗이 발아되어서 늦가을 까지
또 꽃을 피운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새벽 5시 30분부터 밭에 나가서
아침 8시 까지 계속해서 풀을뽑았다.
풀숲이라는 것이 끝도 없었고
김장 채소를 심으려면 하기싫어도 해야 했다.
뽑고 또 뽑아내도 끝도 없는 풀과의 씨름이다.

말끔하게 풀을 뽑는 동안
모자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옷은 비 맞은 것 처럼 되어 있는 것은
순전히 땀으로 목욕한 것이다.
그러고나니까 밭이 하나 만들어졌다.
풀을 몽땅 뽑고 나니까
밭 저쪽 끝에 보라빛 꽃이 눈에 띄였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꽃인데...

풀숲에 숨어서 이만큼 꽃을 피운 것은
보라빛 맥문동이다.
어찌나 탐스럽고 예쁘게 꽃을 피웠는지
다른 곳의 맥문동 꽃보다 훨씬 예뻐보였다.
개고생하면서 풀을 뽑은 댓가치고는
너무 즐거운 보람인듯 했다.
맥문동 꽃을 풀숲에서 구해냈기 때문이다.

알바 때문에 며칠 밭에 안갔더니
이렇게 채소들이 성장을 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가지덮밥 만들어 먹은 이후로
오랫만에 가지 한개를 또 수확했다.
올해의 가지농사는 완전 꽝인 것은 사실이다.
예쁜 애호박은 덤인듯...
그런데 오이 꼬라지는 여전했다.
그것도 분명 오이였으므로 버리지 못하고
집에 가져와서 오이무침을 해놨다.
아주 매운 청량고추도 농약을 치지않아서
고추 특유의 탄저병이 왔었으므로
그동안은 모두 따내서 버렸더니
이제 겨우 이만큼 붉은 고추를 따게 되었다.
고추 10포기에 약값이 더 비싸서
무농약으로 키우니까 그것도 뜻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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