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잖아도 무더운 여름날에
생각치도 못했던 윤달이라는 음력 시간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인지
양력 8월이었으나 또한번 음력 6월(윤 6월)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웬지 불필요 하면서 실감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땅에서 살아왔던 옛사람들이 오래도록 살아오면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법칙이 한번도 어긋나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해본다.
그렇지만 요즘 처럼 폭염이 계속 될때는 윤달도 그냥 건너뛴채
정상적인 8월 그리고 음력 7월이었으면 하는 것이 아주 큰 바램으로 남는다.
텃밭의 식물들은 윤달 같은 것은 아예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곧 입추이고, 말복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24절기를 잘 따져서인지
봄에 심었던 농작물들은 거의 끝물이 되면서 하나 둘 사그러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날씨가 덥거나말거나 봄에 심었던 채소들이 거의 마무리 되니까
가을 채소 심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것도 오랜 시간 부터 지금 까지 해왔던 전문적인 농사일이기에
농사짓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면서도 이른아침 부터 묵묵히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텃밭에도 거의 끝물 채소들이 제법 생겨났다.
까치와 싸워가면서 옥수수 수확을 했으며, 빈 옥수수대를 뽑아내는 작업도 마쳤다.
토마토 역시 거의 끝이나서 뿌리를 뽑아냈는데...
오이들이 끝물이라는 것을 암시하는듯 이상한 형태의 오이가 자꾸만 생겨났다.

올해 호박과 가지농사는 진짜 재미없었다.
가지는 이제껏 따먹은 것이 7개였고
호박도 겨우 8개를 땄었기 때문인지?
호박은 가끔 한개씩 예쁜 모습을 보여줬다.
호박 부침개가 생각 날 만큼 먹음직스러웠다.

농작물이 거의 끝물이라서 볼품 없는 텃밭에
요녀석들이 눈을 즐겁게 해줬다.
그냥 눈요기....밭에 가면 그냥 좋았다.
넝쿨을 따라 뻗어가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풍선덩굴의 하얀 꽃은 진짜 눈꼽만했으나
그 열매가 풍선 매단 것 처럼 눈에 띄게 하니까
여름 텃밭이 삭막하지 않아서 좋았다.

노란 색깔로 변해가는 것은
꽈리 같은 열매 속에
까만 씨가 익어간다는 뜻이었다.

도랑가에 너무 잡초가 많다고 했더니
그것이 모두 돌미나리 였다는 것이
하얀 꽃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아무리 폭염과 가뭄이라도 식물들은
제 할일은 모두 잘 하는 것 같았다.
종족번식의 중요성은 꽃피는 것이 아닌가?
그래야만 씨를 퍼트릴 수 있으니까...

돌미나리꽃의 꽃말은 '성의, 고결'이다.

까치와 까마귀가 번갈아 먹어대던
방울토마토가 끝이났다.
마지막으로 따온 방울토마토는
귀엽고, 예쁘고 , 맛이 있었다.

오이가 이제는 완전 끝물이 되었다고
생김새로 암시를 하는듯...
쭉쭉 뻗어서 날씬하기만 했던 오이가
어느날 부터 이상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매일 물을 퍼다주면서 잘크라고 했더니
끝내는 기형적인 모습만 보여줬다.
그렇다고 모두 따서 버릴수는 없고
오이 넝쿨을 걷어내기에는 아까울 만큼
오이는 계속해서 열매를 만들고 있었으므로
이런 오이도 무공해 채소였기에
밑반찬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오이 껍질을 벗기고 씨를 빼냈다.
매일 물을 퍼다주었기 때문인지
끝물 오이 였으나 쓴맛이 없고 맛있었다.

먹기좋게 썰어서 소금과 식초
갈색 유기농 설탕으로 오이를 절였다.

10분 쯤 지나서
삼베주머니에 싸서 물기를 꼭짰다.
이렇게 하면
오이가 꼬들꼬들 맛있기 때문이다.

오이무침도 간단했다.
물기를 꼭 짜낸 오이에 초고추장과 고추가루
그리고 마늘을 넣고 버무린 후
싱거우면 참치액젓을 넣으려고 했는데
간이 괜찮아서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 했다.

생긴 꼬라지는 못생긴 오이였어도
이렇게 오이 반찬으로 거듭나니까
밑반찬으로는 아주 괜찮았다.
꼬들거림과 아삭함의 오이 밑반찬은
노각오이로 만든 것 보다 더 맛이 있었다.
보리차물에 잡곡+콩밥을 말아서
오이 반찬과 먹었더니 그맛이 끝내줬다.
여름철에 더위 때문에 밥맛이 없을때는
밥을 물에 말아서 장아찌와 먹어도 맛있지만
오이 무침도 장아찌 수준이라서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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