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인 9월 첫날에는 8월 보다는 아주 쬐끔 기온이 내려간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이틀동안 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가 내릴때는 약간 시원한 느낌이었으나, 그 비는 하루 하고도
반나절 정도를 더 내렸지만 내린 비는 겨우 종이컵으로 한 컵 정도뿐이었다.
그래도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였기에 감지덕지 고맙기는 했었다.
그 만큼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가을농사는 엉망이 되지 않았을까?
물을 끊임없이 퍼다 주어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 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뜻이다.
흙먼지 날리는 밭에 물을 퍼다가 줘가면서 뿌린 가을 채소 씨앗들이
빗물 맛을 보약 처럼 봤을 것이니까
며칠만에 밭에 가봤더니 겉으로 보기에는 흙들이 촉촉한듯 보였으나
호미질을 하면서 살펴보니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밑에 흙은 뽀송뽀송이었다.
그렇게 내린 비라도 고맙기는 했었으나 하루종일 오락가락 내리는 비는
습도만 높여서 환장할 만큼 무덥기만 할뿐...
가을 시작의 9월 첫날은 여전히 사람 잡는 무더위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계절이 바뀐 것을 농작물들은 스스로 알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봄날에 심어놨던 농작물들도 끝물이라는 것이 서글플 만큼 짠한 것도 느낄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부추밭의 부추들은
꽃을 피우고 씨를 맺게 하려고 노력중이다.
종족번식이라는 사명감 때문인지?
부추 밭에 꽃이 하얗게 피고 있으니까
벌써 가을이 깊어가는 느낌이다.

애호박도 끝물이다보니
뭔가 급해진듯...
쌍둥이 호박이 수정된듯 웃음이 나왔다.
이런 모습의 호박이 두쌍이나 자라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한쌍은 예쁘게 자라다가
비 바람에 떨어져서 뒹굴고 있었다.

호박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거의 끝물이라는데...
추워질까봐서 성급함 때문인지?
단 한개의 호박이라도 더 만들고 싶었나보다.

구부러지고, 못생기고
심지어는 쌍둥이 호박 까지...
이렇듯 저렇듯 생겼어도
호박이 많으면 좋은 것 아닌가 웃어본다.

노각오이는 벌써 끝물이 된지 오래였으나
혹시라도 오이가 열리지 않을까
오이꽃이 필 때마다 암꽃에게 눈여겨본다.

기존의 오이 넝쿨 옆으로 새순이 나오면서
오이가 제법 매달려 있어서
솔직히 욕심 때문인지?
오이 넝쿨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오이 넝쿨에는 이런 오이가 매달려 있다.
끝물이라는 것이 짠할뿐이다.
오이넝쿨을 걷어도 되겠으나
이렇게 생긴 오이도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어쩌다가 이렇게
구부러진 오이라도 만나면 반갑기만 했다.
농약없이 키웠던 오이였으므로
오이를 따서 그자리에서 먹어도
부담 없다는 것이 텃발 농사의 장점이다.

오이 넝쿨 밑에 심어놓은 상추를
오늘 내린 비 덕분에 모종을 했다.
하루빨리 고라니가 먹지 않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우선적이었다.

텃밭 한켠에 심어놓은 상추도 끝물이고
치커리와 쑥갓도 뽑을 때가 되었다.
현재로서는 텃밭에 남는 것은 맨드라미뿐이다.

이른 아침이라서 나팔꽃에 그늘이 생겼다.
떠오르는 햇살 탓이긴 하나
텃밭 주변에는 바람한점 없이서 덥기만 했다,

요즘 텃밭에서 가장 많이 꽃피는 것은
스스로 자생하며 자라는 나팔꽃이다.

봄날에 한번 씨를 뿌려놨을뿐인데
풍선덩굴은 끝도없는 번식력으로
아주 예쁜 모습을 만들어주고 있다.

날씨는 더워도 진초록이 있는 풍경은 예뻤다.
한낮의 풍경은 폭염에 지친 모습일지언정
오전 8시 이전의 풍경들은 보기좋았다.
가을 채소의 씨가 발아되어서
예쁘게 자라기 전의 텃밭은 쓸쓸할뿐인데
그래도 이런 녀석들이 있으니까 괜찮았다.
참나리꽃이 사라진 흔적 위로
풍선덩굴들이 휘감은 모습도 봐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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