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장안사 숲길의 '나도수정초'

nami2 2023. 5. 26. 22:26

내일이 부처님 오신날인 음력4월 초파일이다.
그러나 주말 알바 때문에

초파일에 절에 갈 수 없어서 하루 전 날에 다녀오기로 했다.

장안사 명부전에 접수 해놓은

우리집 아저씨의 극락왕생을 비는 하얀 영가등이 잘 달려있는가 확인차...

친정어머니는 23년전,
4월 초파일날에 절에 다녀오신 후 부처님 곁으로 떠나셨다.
그래서 초파일 하루 전 날인 오늘이 친정어머니 기일이기에  

명부전에서 어머니를 위한 극락왕생 기도할겸, 겸사겸사 장안사에 갔었다.

그리고 장안사에 가게 되면, 늘 그랬듯이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그 숲속에 안부 전하러 가는데
암자로 가는 장안사 숲길 초입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발길이 멈춰졌다.

통도사  산내암자 가는 길의 영축산 비로암 주변 숲속에만
자생하는줄 알았던 '나도수정초'가  불광산 장안사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엄청나게  군락을  이루고 있을줄이야... 진짜 생각도 못했다.

해마다 초파일쯤에 우리아저씨가 머무는 숲길을 5년동안 드나들었는데
그동안 한번도 '나도수정초'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은

마음이  콩밭에 가있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었나 그냥 의아하기만 했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으로 가는 길은

처음 1년은 서러운 길이었고, 2년째는 숲길이 두려워서 늘 누구와 동행을 했고

3년째는 그냥 생각없이 숲길을 걸어 갔으며

4년째인 지난해에는 다른 야생화들을 찾아보면서 걸었을 것을...

이제서 모든 것들이 편안해진 5년째 세월이었기에

숲길에서 나도수정초가 눈에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수정초는
숲속의 토양이 비옥한 곳에서
자라는 부생식물로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은 4~8월에  흰색으로  피며
줄기 끝에 1개가 종모양으로 밑을 향해 달리는데
열매가 성숙 할 때는 곧추선다고 한다.

낙엽속에서 이불을 들쳐내듯, 고개를 내밀면서
꽃이 피는 것이 반갑고 신기했다.

외눈박이 식물이 언뜻 보면 버섯이라고 착각 할 만큼...
정말 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이곳 저곳에서 낙엽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사진을 찍었다.

낙엽속에서 낙엽이불을 푹 뒤집어쓴채

머리 부분만 보여서

낙엽을 일부러 들쳐내면서 녀석들을 끄집어 냈다.

바깥세상 구경 하라고....

 

나도수정초는 국내에서는 중부 이남에 자생하며
해외로는  

러시아(사할린), 일본, 중국, 인도차이나 ,희말라야에 분포한다고 했다.

나도 수정초의 꽃말은  '숲속의 요정'이라고 한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그 숲속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한적하고  오고가는 차량도 없었다.
왼쪽 숲길은 온통 낙엽으로 푹푹 빠져드는데
숲길 곳곳에  나도수정초꽃이 어찌나 많이 피고 있었는지
혼자서 당황할 만큼 많았음을 자랑해본다.

나도 수정초가 생각나서

5월 중순 쯤, 영축산 비로암 주변을  생각했었으나
통도사 암자가는 길의 비로암 까지는
자동차 없이 걸어서 가는 것이 불가능했었기에
나도수정초 만나는 것을 올해도 마음은 있었으나 포기 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불광산 장안사 숲길...
우리 아저씨가 머무는 그 숲으로 가는 길의  낙엽쌓인 숲길 옆으로

그렇게 많은 나도 수정초가 있을 것이라고 진짜 생각도 못했다.
아마도 나도수정초가 꽃이 아니고

식용버섯이었다면  몇자루를 채취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아무리봐도  버섯으로 보일뿐

나도수정초를 알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을 빼놓고는

꽃이라고 생각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이녀석들도 일부러 낙엽을 들춰내줬다.

낙엽이불 밑에서 여전히 잠을 자고 있는듯...

 

 

 

나도수정초의 꽃말이 '숲속의 요정'이라고 했는데
진짜 숲속의 요정 처럼

아무리 들여다봐도 신비스럽기만 했다.

썪은 나무 주변은 거의 하얀색이었다.
그만큼 많은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올망졸망...
고개를 푹숙인채 수줍은듯  피어 있는'나도수정초'이다.

꽃은 젤리로 만들어 놓은 것 처럼 딱딱했다.

 

하나씩 둘씩 쫒아다니면서 낙엽이불을 걷어내줬더니

세상 빛을 보는 것이

어색한 것 처럼 고개를 숙인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널부러져 있는 녀석들을 밟을까봐
조심 조심...
정말 이것들이 야생 식용버섯이었다면
몇자루를 채취했을 것 같았다.

푹푹 패일 정도의 푹신한 낙엽속에서 잠자는 숲속의 요정 처럼...
보면 볼수록 예쁘다는 표현 보다는 신비주의 식물체...

어찌보면 외계인 같고 또 어찌보면 버섯 같은...
외눈박이 파란 눈을 가진  희귀한 식물체
그것들이 불광산 장안사 숲길에서
나를 놀라게 했고,나를 즐겁게 했으며
인기척이 없이 아무도 없는 긴 숲길을 걷는 나를
지루하지 않게 해줬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번에도 우리집  아저씨의 신통력이 아닌가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본 것은...

가끔씩 꿈속에서도 야생화 있는 곳을 데려가 주었기 때문이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것이 취미가 된지 20년째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집 아저씨 였기에

4월 초에 이 숲길을 걸을 때는  오매불망하던  구슬붕이를 만났고
4월 중순에는  금난초, 은난초 군락을 만나게 되더니
이번에는 또 나도수정초 군락을 만나게 된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그냥 마음으로 우리집 아저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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