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각시붓꽃을 찾으러 가는 길

nami2 2023. 4. 12. 22:35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보이는 앞산에서는
밤이면 가끔씩 고라니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여름 밤에는 소쩍새 우는 소리가 밤잠을 설치게 했는데...
요즘의 텃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산꿩 소리가 참 듣기 좋다고 생각되는 봄날이었다.

얼마 전에 진달래꽃과 노란 생강나무꽃이 온 산을 뒤덮었을 때는
혼자서는 무서워서 갈 수 없다는 핑계로 아쉽게도 봄날을 지나쳤었는데
자꾸만 들려오는 산꿩소리가 마음을 싱숭생숭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요즘 한창 예쁘게 피고 있을

아주 작은 보랏빛 요정 같은 '각시붓꽃'이 자꾸만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고라니도 있고, 멧돼지도 있는 산이라서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친구에게 길동무 되어주기를 넌지시 떠봤다.

아파트 뒷산이라고 할 만큼, 아파트의  많은 사람들이 운동겸 산을 오르는데
이제껏 13년 동안 살면서 겨우 3번 올라갔다고 하면
내가 얼마나 큰 겁쟁이였는가  생각만해봐도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짧은 봄이라서  곧 뻐꾸기 소리가 들려오고, 찔레꽃이 필때면
각시붓꽃이 흔적없이 사라질 것 같아서

간단하게 생수통 한개씩 들고 길동무와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

산으로 오르는 도중에 '각시붓꽃'을 만나게 되면 정상까지 가지않고
그냥  산을 내려오려고 생각 했었는데
중턱까지 가면서 어렵사리  각시붓꽃 한송이를 만났었기에  
욕심과 아쉬움은  발걸음을 자꾸만 산을 향해 가게끔 만들었다.

오르막만 계속되는 중턱에서

수줍은듯이 피어있는 각시붓꽃을 만났지만
이미 산 중턱을 넘어섰기에 그냥 앞으로 전진이었다.

산 중턱을 넘어서니 '양지꽃'이 눈에 띄었다.

큰 마음 먹고 친구를 꼬셔서 오르는 산행인데 

야생화들은 모두 어디 숨었는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양지꽃의 꽃말은 '봄, 사랑스러움'이다.

 

흔한 양지꽃이지만 이 산에서는 양지꽃도 귀했다.

 

양지꽃은 생각보다 훨씬 종류가 매우 많다고 한다.
나도 양지꽃, 너도양지꽃 ,솜양지꽃 ,돌양지꽃

물양지꽃, 누운양지꽃 ..등등 20여종이 된다고 하는데...

 

양지꽃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인지
그냥 산 중턱에서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반갑기만 했다.

예전 임진왜란  당시에는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었다고 해서 '봉대산'이라고 하는데

아파트 뒷곁의 얕으막한 산이라서 약간 무시를 했건만
산은 계속 정상 까지  오르막이었다.

숲속에서 노란꽃이 눈에 띄었다.
청미래덩굴 꽃이다.

청미래덩굴 빨간열매를 닮아서인지 꽃이 특이하게 예뻤다.

 

청미래 덩굴은 공식적인 이름이고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라고 하며
전라도에서는 맹감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청미래 덩굴 열매는 캡처한 사진이다.

 

                           멍석딸기

 

삼색병꽃나무를 계곡 주변에서 만났다.
이제서 피기 시작하는 꽃이라서인지

예쁜 꽃인데, 선명 하지 않았다.

산 정상 가까이 가니까
각시붓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결국에는  이녀석들을 만나기 위해서
산 정상 까지 오르게 되었다.

각시붓꽃의 꽃말은  '부끄러움, 세련됨'이라고 한다.

원래 붓꽃은 키가 60cm가 넘지만
각시붓꽃은 10~20cm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각시'라는 이름이 붙었고, 애기붓꽃이라고 한다.

하산을 하면서 산 중턱에서 

또하나의 외로운 각시붓꽃을 만났다.
혼자 있을때, 더 청초하고 더 예쁜 것 같았다.

산 중턱에서의 이정표는 반가움의 표시였다.

이정표에 우리아파트가 표시 되어 있음이 반가웠다.

 

계곡 울타리 주변에 탱자나무꽃이 보였다.

탱자나무꽃의 꽃말은 '추상, 추억'이라고 했다.

오르막만 있는 산이라서 그런지 10여분 오를 때마다 휴식처가 있었다.

산 저쪽  정상에 봉수대가 있던 흔적이 있었고
또한 산 아래는 동해남부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데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바다의 해무 때문에 사진이 선명하지 않아서
바다 사진은 찍지 않았다.

산 정상에 오르니 생각치도 않았던 빨간 철쭉이 반겨주는 것 같았다.

하산을 하면서  만난 산철쭉이다.
진달래와 비슷했지만
진달래꽃은 어느새 꽃잎만 무수하게 떨어져 있었고 

3월에 모든 꽃이 피었다가 사라져버린 산 길에는
산철쭉이 쓸쓸함을 메꿔주는 것 같았다.

 

진달래꽃 ,생강나무꽃, 산벚꽃,개복숭아꽃, 비목나무꽃 까지...
짧은 봄날에 잠시 머물다가 갔었음은...

모든 꽃잎의 흔적들이 아쉬움과 함께 사그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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