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을 가뭄 때문에 텃밭에 물 길어다가 주느라고, 젖먹던 힘까지 집어 넣었더니 몸살이 났었다.
그래도 물 한번 더 길어다가 준다고 안간힘으로 버티며 아파트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텃밭에
물을 길어다 주었던 그 이튿날에 하루종일 비가 흠뻑 내려준 것이 고맙기는 커녕 은근히 억울했다.
하루종일 내린 빗물이 ,여름 만큼이나 철철 넘쳐났었기에 애써 키운 채소들이
10월 태풍 때 처럼 혹시 엉망이 되었는가 싶어서 텃밭에 나가보았더니
빗물의 영향이 활력소가 되었는지, 모두가 예쁜 모습이었다.
늦가을에 보여지는 쓸쓸한 풍경이 아니라 봄날에 보여졌던 초록색의 싱그러움에 꽃까지 곁들여진 풍경은
짧은 가을이 겨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여름을 거쳐 봄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비가 내린 이튿날 부터는 날씨가 더워지고, 이곳저곳에서 자꾸만 봄꽃이 보였다.
앙증맞은 '광대나물꽃'이 너무 예뻤다.
배추 밭속에서 '냉이'를 캐면 ,한소쿠리 정도 캘 것 처럼 많은 냉이가 눈에 띄었다.
여름부터 가을 까지 쌈으로 뜯어 먹어서 잎도 없었던 '왕고들빼기'가 꽃대를 만들더니 꽃을 피웠다.
텃밭가에 '벋은 씀바귀'가 예쁜 꽃을 피기 시작했다.
왕고들빼기와 비슷한 꽃인데, 잎은 씀바귀였으니 확실하게 '씀바귀꽃'인 것이다.
가을 무우가 공드려서 키운 값을 하는 것 같았다.
무우가 먹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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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태풍에 쑥대밭이 되었던 배추도 그런대로 예쁘게 커서 속이 노랗게 차기 시작 했다.
예쁘게 키우느라고 ,가을 동안에 몸살을 심하게 두번이나 앓았다.
10월 태풍에 쑥대밭이 되었던 쪽파를 다시 심었더니 잘 자라주었다.
이번 비에 더욱 싱싱해진듯 보인다.
양파 심어 놓고, 3일동안 계속 물을 길어다 주었는데, 흠뻑 비를 맞으니 제대로 뿌리를 내린듯 보인다.
이른 봄에 뜯어먹을 상추 씨를 뿌린지, 하룻만에 많은 비가 내려서 씨가 씻겨 내려가지 않았을까.?
의심이 되는 곳이다.
비가 많이 내린 덕택을 보려고, 빠글빠글 모여 있던 케일을 모종해서 분산 시켜 놓았다.
나의 아침식사 대용들이다.
토끼마냥 야채 샐러드 한접시를 먹어치우려면, '케일과 치커리, 상추가 가장 많이 필요하다.
겨울에도 겉절이와 쌈용으로 필요한 '유채'가 제법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청로메인, 적로메인, 조선상추에 치커리와 케일, 그리고 사과와 오이와 양배추....
아삭 아삭 아침마다 토끼처럼 먹어대는 나의 식사가 겨울에도 잘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밭에가서 이 녀석들을 들여다 보면서 많은 고민을 해본다.
치커리가 점점 먹음직 스럽게 커가고 있다.
곧 갓김치를 담가야 할때가 오는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들여다 본 결과는 채소들이 모두 예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주말농장, 텃밭지기들의 밭고랑에 가지나무는 빠지지 않고 심겨졌던 것인데
유일하게 우리 밭에만 남아 있다.
예쁘게 피는 보라색 가지꽃이 예뻐서, 가지나무를 뽑아낼 수 없었던 것이 이유였는데
늦가을에 가지가 주렁주렁이다.
동해남부 해안가는 12월로 넘어가야만 서리가 내리니까, 함께 마지막 까지 가보기로 했다.
가지 열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라색 꽃을 피우는 '가지나무'가 내게는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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