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비소식이 있어서 큰 기대를 했더니, 20분 정도 내린 비는 정말 병아리 눈물 만큼이었다.
국지성 폭우와 침수가 이곳 저곳을 휩쓸고 지나간다는데, 이곳의 하늘에서는 빗물이 귀한 존재가 되었다.
수도물을 수없이 퍼다 주어도 , 30분 정도 내리는 빗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20일전....
그날 이후, 비는 아무리 기다려도 흡족하게 내려주지 않는다.
5분 정도, 길어야 20분 정도에 내리는 비의 명칭은 흩뿌리는 가랑비 정도 였다.
그나마 빗물을 영양제로 받아들인 채소들은 기운을 차렸고, 싹이 나오고,자라기 시작했다.
올해 텃밭농사를 접어야 할것이라는 주변에서의 쓴소리들은 사라지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인데....
가뭄에....폭염에.... 자연의 횡포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만 가는 것 같다.
잠깐씩 내려주는 병아리 눈물 만큼의 빗물 덕택에 텃밭 주변은 생기를 되찾았다.
풀과의 전쟁도 시작되고....
부추도 제법 자라서 부추전과 부추나물을 몇번씩이나 만들어 먹었다.
더덕꽃이 피었다.
더덕뿌리에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더덕꽃을 보려고, 봄에 모종 몇포기를 얻어다가 심었다.
가뭄에 넝쿨도 제대로 뻗어가지 못하더니, 한 두차례 찔끔거리는 빗물에 꽃을 피웠다.
텃밭 주변에 잠자리떼들이 날아다니더니, 고추가 익기 시작했다.
잠자리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여름이 한창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가족들이 매운 것을 못먹는데, 주렁주렁 열린 '꽈리고추'는 어찌나 매운지?
꽈리고추볶음을 맘놓고 먹을 수 없지만, 그래도 주렁주렁 쉼없이 열리니까 기분은 좋다.
아삭이 고추 6포기 심어서 4포기가 죽었다.
맵지도 않고 아삭거리는 고추는 먹기 좋은데, 2포기에서의 고추 공급은 늘 부족하다.
상추 씨를 뿌린지 10일만에 싹이 나왔다.
어쩌다가 내린 빗물의 힘이다.
상추씨를 심은지 25일이 지나도 싹이 나오지 않아서 상추 모종을 심은 것이 잘 크고 있다.
상추가 금값이라는 요즘 모종상추 키워서 잘먹고 있다.
씨 뿌린지 10일만에 나온 상추는
또다시 가뭄이 시작되니까, 아마도 9월쯤 먹게 될 것 같은 불길함이다.
어느 정도 뜯어먹은 파란 배추벌레가 사라졌다.
이제는 완전히 내차지가 된 것 같은데, 또다시 달팽이가 접근하고 있다.
무농약으로 키우려니까 힘들었다.
호시탐탐 벌레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는듯.....
고구마를 재미삼아 키우는데, 오늘 아침에 고라니가 고구마 순을 뜯어먹고 갔다.
뻗어가는 고구마 순을 모두 먹고 갔기 때문에 철조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중이다.
이 사진은 10일전에 찍어 놓은 사진인데, 지금의 고구마 넝쿨은 제법 커졌다.
양파를 뽑은 자리에 대파를 심었더니 이렇게 커가고 있었다.
노각오이 모종 6개를 사다 심은지 한달 되었다.
틈만 나면 물을 퍼다 주었더니, 뻗어가는 넝쿨이 신통방통하다.
벌들의 윙윙거리는 모습들이 한창 진행중인 아침시간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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