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은 영상 8도로 4월 중순의 날씨 치고는 꽤나 추웠으나 날씨는 맑았다.
그래도 산 깊은 곳으로 가는 발걸음이기에 혹시해서 우산 까지 챙긴 후 집을 나섰다.
부처님 오신날의 초파일은 한달 정도 남았지만 연등을 달기위해 절집에 가는 길이었다.
발인을 끝내고 장례를 모시러 가던, 그 길 양옆으로
하얀 이팝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더욱 가슴을 서럽게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
어느새 올해 여덟번째 젯상을 차린 것이 꿈만 같았다.
그러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기일에 찾아온 손님 처럼 피고 있는 하얀 이팝꽃이 반가웠다.
해마다 기일 즈음에는 쑥을 뜯은 후
생전에 좋아했던 쑥 절편을 하려고 떡방앗간에 맡기면서 생겨나는 서글픈 한숨도
이제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면역이 생긴듯..
떡방앗간 옆의 도심공원에 가서 이팝꽃이 피었나 확인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 되었다.
늘 그랬듯이 기일이 지나면 그 다음날에는 연례행사 처럼 절집으로 발길을 향한다.
대웅전에 붉은 연등을 달면서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비는 축원의 연등이 아니라
떠난이의 극락왕생을 비는 명부전에 하얀 영가등을 달아야 하는 것은 올해도 여전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가는 곳은 숲속이었다.
어김없이 기일이 찾아왔으니까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문안인사 여쭙고 싶었다.
사람의 그림자 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 그 숲으로 가는 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봄날 한낮의 정적을 깨는 산꿩 소리와 산비둘기 소리와 이름모를 새소리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이제는 만족했었고, 숲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야생화도 반가웠다.
철저하게 겪는 쓸쓸함 그리고 뒤따르는 외로움도 혼자라는 것에 이제는 익숙해졌다.

떠난 사람의 극락왕생을 비는
명부전에 달아야 하는 하얀 영가등은
재적사찰인 장안사에 해마다 달고 있다.
그래서 오랫만에 장안사에 갔었더니
벌써 장안사 경내에는 초파일 분위기였다.
바닥에 반영된듯한 연등의 그림자가
웬지 장엄하게 보여지는 것이 좋았다.

4월 봄날의 연두빛 초목이
장엄하게 보이는 연등과 너무 잘 어울렸다.

장안사 천왕문 앞에서 바라본 대웅전...
멀리 인자한 포대화상님의 미소도 멋졌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을 가기위해
숲길을 걷는데 작은꽃이 눈에 띄였다.
혼자서 '심봤다' 외쳐보았다.
편안길을 가지않고
약간 경사진 비탈길을 선택한 것은
야생화를 찾기 위함이었는데
생각치도 않게 보기힘든 꽃은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도 보고 싶어했던 '봄구슬붕이'였다.

봄구슬붕이는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숲에서 자라는 2년생 초본이다.
생육환경은 비탈지고 양지 바른 곳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다고 한다.

봄구슬붕이의 꽃말은 '기쁜소식'이다.

해마다 이맘때 봄이면
장안사 숲길에서 구슬붕이 찾는다고
헤매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그 숲길에서
은난초와 금난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봄구슬붕이가 피는 것을 보면
은난초와 금난초는 좀 더 시간이 있어야 했다.
어떤 때는 봄구슬붕이가 보이지 않은채
금난초 은난초가 피어 있을 때도 있다는 것은
야생화는 아무때나 피는 것은 아닌듯 했다.

올해는 시기적으로 조금 빠른 것인지는
콩제비꽃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콩제비꽃이 거의 꽃이 지는 것 같았다.
콩제비꽃의 꽃말은 '행복은 반드시 온다' 였다.

엊그제 통도사 숲길에서는
병꽃이 이제서 피어나고 있었건만
장안사 숲길에는 병꽃이 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덜꿩나무꽃은 보이지 않는데
병꽃은 꽃이 지고 있다는 것이
한마디로 아이러니한 자연의 섭리였다.

숲길에서 보물찾기를 했더니
겨우 덜꿩나무 한그루를 찾아냈다.
나무가지가 너무 높아서
꽃사진도 제대로 잘 찍히지 않았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곳이다.
나무 밑에 거름이 되어준...

그 숲속에 들렸다가 숲길을 걸어나와서
언제나 그랬듯이
이곳 평상에 앉아서 암자를 올려다보며
커피 한잔을 하며 휴식하는 곳이다.
누군가 가져다놓은 평상은
숲길을 오고가는 이의 편안한 휴식처였다.

정말 아무도 가지않는 숲길이었다.
이제는 무섭다는 생각은 뒷전이었다.
유튜브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you raise me up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혼자 길을 걸을 때는 늘 듣는 음악이다.
산길 끝나는 곳 까지 계속 음악을 듣다보니
진짜 영혼까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지쳐있고 영혼 까지 몹시 피로할때
시련이 찾아와서 마음이 무거워질때
그때 나는 고요속에서 가만히 머물며 기다립니다
당신이 와서 잠시 내곁에 앉아줄때 까지
당신은 나를 일으켜 세워
산 위에 설 수 있게 해주고
폭풍치고 바다 위로 걸을 수 있게 해줍니다
당신의 어깨에 기대 있을때 나는 강해집니다
당신은 나를 내가 될 수 있는 것 보다
더 큰 존재로 만듭니다*
**음악의 가사가 좋아서 적어본다**

통도사 숲길에서는 연달래가 지천이었는데
이곳 숲길에는 연달래 역시
거의 95% 꽃이 지고 있었음이 아쉬웠다.

오늘은 절에 가는 날이 아니라서인지
장안사 주차장도 너무 한가했다.
늘 꽉차있던 주차장인데...

연두빛 녹음이 예쁜 4월이다.
푸르름 보다는 연두빛이 예쁜...
장안사로 들어가는 길이다.

개울물소리도 정적을 깨는
자연의 소리여서 좋기만 했는데...
손이라도 씻고 싶었으나 그냥 돌아섰다.

개울물 소리가 제법 졸졸 거리며 흐르고 있었다.
이 길은 온갖 하얀꽃들이 피어서
발길을 많이 멈추게 했는데...
아직은 시기적으로 찔레꽃과 아카시아꽃...
그밖의 하얀꽃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아마도 5월 초 쯤이면 머리 꼭대기에서
뻐꾸기도 울며 따라올 것이고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필 향기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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