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하얀 모란이 피는 암자에서

nami2 2026. 4. 19. 23:10

지독할 만큼 거세게 불던 바람은 무슨 변덕인지는 모르나 얌전하게 잦아들었으나
그렇다고 기온은 그다지 큰 변동은 없었다.
한낮에는 전형적인 봄날씨인가 했다가도 저녁이 되면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온...
일교차가 너무 심하다보니 혹시 감기들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그것도 봐주는 것 같았다.
으시시 한기는 들지만 면역력이 보충되었는지, 앓아누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다.

요즘은 진짜 눈 코 뜰새없이 바쁜 것은 사실이다.
텃밭에 봄채소 모종을 심어야 했고, 주말 알바도 가야했으며, 아주 중요한 기제사도 있다.
하나 둘 하얀 이팝꽃이 눈에 띌 정도로 피기 시작했다.

하얀 이팝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에 저쪽 세상으로 가버린 사람의 기제사...
그 기제사가 내일로 다가왔으므로 좋아했던 쑥절편을 젯상에 올리려고
바쁘게 쑥을 뜯어서 떡방앗간에 맡겨야 했고, 제사 지낼 장을 보느라 바빴으며
그것도 모자라서 텃밭에 나물과 전 부칠 채소를 뜯느라 더 바쁘기만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잠시잠깐 내 손이 두개가 아니고, 네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

손이 두개이다보니 왜그렇게 많은 할 일들이 자꾸만 뒤처지는 것인지?
입술이 부르트는 것은 기본이고, 손목과 다리, 허리에 파스 붙이는 것도 당연한듯 했다.
그러다보니 꽃피는 아름다운 봄날 4월은 해마다 기제사 준비에 서글픔이 뒤따른다.
화사하고 예쁜 봄꽃들은 거의 꽃이 지고 이제부터는 하얀꽃이 바톤 텃치 중이다.
하얀 이팝꽃이 필 때, 기제사 그리고 그다음 부터 피는 모든 하얀꽃들이 서글픔이 된다.

4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화사하게 피던 예쁜 꽃들은 거의 지고
이제 부터 피는 꽃들은 하얀꽃들이 핀다.
그것도 자연의 섭리인듯 신기하기만 했다.

통도사 산내암자 취운암 마당가에
생각치도 않았던 병아리꽃나무가 피어 있었다.

병아리꽃나무 꽃을 좋아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이 조금 한가해지면
수목원이라도 일부러 찾아가서

병아리꽃나무를 보려고 했었더니
공교롭게도 암자 마당가에서
활짝 피어있었다는 것이 반갑기만 했다.

병아리꽃나무는 낙엽활엽관목으로
한국 중국 일본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황해도 이남의
해안가 낮은 산지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발산리에는
병아리꽃나무 군락이 있고
그곳의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보호 된다고 한다.

병아리꽃나무의 하얀꽃을
병아리에 비유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대대추나무,죽도화, 자마꽃, 이리화 개함박꽃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병아리꽃나무 꽃말은 '의지, 왕성'이다.

암자 마당가에는 그밖에도
많은 꽃들이 피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꽃은 당연 모란꽃이다.

모란꽃은 색깔별로 꽃말도 있었다.
그 중 붉은 모란의 꽃말은 '사랑과 열정'이었다.

다른 암자에 비해서 취운암에는
모과나무가 많아서 모과꽃이 제법 피어 있었다.
연두빛 나무 잎사귀가 제법 자라다보니
분홍 꽃이 더 예뻐보였다.

연두빛 나무 잎사귀들과 연분홍 모과꽃
그리고 한옥 기왓장...
그냥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진
멋진 봄날 풍경들이 아름답기만 했다.

모과나무꽃의 꽃말은 '유혹'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달에 한번 찾아가는 내게 하얀 모란꽃은
진짜 대박이었다.
그리쉽게 활짝 핀 모란을 만났다는 것...

 

이렇게 활짝 핀 모습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건만
혼자서라도 그 즐거움을 웃음으로 대신했다.

모란의 원산지는
중국 티베트 우리나라 일본이라고 한다.

모란은 나무작약이라고도 불리며
작약 보다 훨씬 크고
줄기가 남아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개화시기는 모란이 먼저 피고
작약이 뒤따라서 꽃이 핀다.
하얀색 모란의 꽃말은 '순결과 존엄'이다.

대체적으로 모란의 공통적 꽃말은
부귀,화려, 명예, 번영인데...
색깔별로 꽃말이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분홍색 모란은 '로맨스와 다정함'이다.

다른 곳에는 무스카리꽃도 지고 있는데
암자에서는 아직도
무스카리꽃이 예쁜 모습으로 피고 있었다.

무스카리 꽃말은 '실망, 실의' 였다.

 

할미꽃이 여전히 피고 있는
취운암 마당가에는 이른봄 풍경 같았다.

그러나 이렇게 호호백발이 된
할미꽃들은 봄날을 아쉬워 할 것 같았다.

곧 은발머리들이 바람에 날려질 것이니까

 

계곡 주변에 병꽃이 제법 피고 있었다.
병꽃은 인동과의 낙엽활엽관목으로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한다.

 

병꽃은 길쭉하게 뻗은 긴 통꽃이며
옅은 노란색에서 점차 붉은 빛이 된다.
병꽃의 꽃말은 '전설,비밀, 희망'이다.

고즈넉한 암자 마당가에 서성거리니까
앞산에서 울어대는 산꿩소리가 그럴듯 했다.
아무도 없는 산 깊은 곳의 암자는
혼자서 서성거려도 전혀 쓸쓸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종류의 토종꽃들이 있다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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