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은 몇번씩이나 입원을 했었을 수도 있겠으나
골골장수'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서 부터 허약체질로 병원 문턱은 쉴새없이 드나들면서 부모속은 썩였으나
神의 보살핌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중년이라는 세월 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었다면 그 누가 믿어주겠는가 생각해봤다.
그러나 누가 믿어주든 말든, 단 한번도 입원이라고는 해본적이 없던 내게도
어쩔수없이 비켜갈 수 없는 상황이 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씁쓸하기도 했다.
엊그제 음력 9월 초하룻날에 통도사 다녀오면서
10월, 통도사 개산대제 기간 중에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 행사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저런 구경 끝에 발길이 머문 곳은 버섯귀신이라는 별명때문인지는 모르나
송이버섯을 비롯하여 야생버섯을 판매하는 곳에서 살까말까 망설이며 구경을 해봤다.
그러다가 24만원이라는 송이버섯의 가격이 꽤나 부담스러워서 포기한채
야생 느타리버섯 앞에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늘 마트에서 사먹었던 느타리버섯과는 생김새는 다르지만 그래도 방송에서 봤던
그 모습과 같아서 의심할 여지도 없이 구매를 한 후 만족스럽게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해를 꼬박 통도사행에 시간을 뺏기고는 무슨 기력이 남아있었는지?
집에 돌아와서는 대충 저녁식사를 아무렇게 때운 후
이튿날에 야생 느타리버섯을 먹었다면...그런 큰 곤혹을 치르지는 않았을텐데...
뭔가의 해괴한 유혹에 걸려들어서 부랴부랴 버섯볶음을 만들어먹었나 쓴웃음이 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후 배가 고파서
소고기에 야생 느타리 버섯을 딱 한줌 넣고, 볶음을 해서 버섯 맛을 봤을뿐인데...
야생버섯의 독성이 그렇게 무서웠음은 아마도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남은 세월은
절대로 그 어떤 야생버섯을 먹지 못할 것이라는 트라우마 까지 생기게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20분쯤 지나고 부터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식은땀과 메스꺼움 그리고 야릇한 두통과 구토와 설사....
순간적으로 야생 버섯이 범인이라는 것을 느꼈기에 곧바로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곧 죽을 것 같다는 호소였다.
응급실에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이상한 증세들은 응급처치로 잠시 멈춰졌으나
응급처치 후, 집으로 돌아와서 나타나는 증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구토를 하고 설사를 하는 것이 밤새도록이었고...
이튿날 거의 실신상태에서 죽은듯이 누워있는데 전화가 자꾸 걸려왔다.
몇번씩 걸려오는 전화는 거래은행 전화였으나, 죄지은 것이 없어서 받지않았더니
은행에서 이상한 문자가 몇통이나 들어와 있었다.
확인 결과는 버섯 구매할 때, 계좌이체 한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라는 긴급 문자였었다.
계좌이체를 받은 은행이 추적을 해서, 계좌이체를 했던 사람에게 연락한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당연히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 와중에도 신기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버섯 판매한 사람은 다급하게 그 버섯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냐는 통화에
지금 버섯먹고 죽을 것 같다는 소리만 했을뿐, 아무런 대화가 필요없었다.
버섯 판매를 했던 곳의 실제 주인은 버섯 판매를 했던 판매원이
야생버섯에 대한 주의사항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거론했다.
빨리 큰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보라는 설득과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그순간 "내가 오늘 죽는 겁니까 " 다급하게 물어봤다.
그것은 아니지만... 하면서 당황하는 표정이 전화속에서도 엿보였다.
탈진 되어서 기진맥진한 꼬라지로 병원에 가서 자초지종 이야기 한후
이런저런 검사를 한 후, 이뇨제를 넣은 수액을 맞으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피검사와 소변검사 결과는 야생버섯 독성 때문에 간수치가 엄청 높다는 것이었다.
아주 큰 병원으로 가야할 것 같다는 소견은 있었으나
그런대로 그 병원에서 한번 해보자고 하며, 급하게 입원실을 잡을수 있었다.
몸속 장기에 문제가 생겼나 하는 염려스런 검사는 입원 내내 반복적이었다.
간, 콩팥, 심장, 폐, 갑상선, 위장, 백혈구 수치..등등 이었는데 그래도 하늘이 도왔다.
다른 장기들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며
간수치만 높았고, 복부에 가스가 차고, 염증들만 우후죽순 처럼 늘어나 있었다.
결국 3박4일의 입원치료는 끝이났고, 야생 느타리 버섯을 판매했던 주인께서는
'야생버섯을 먹을 때'의 주의사항을 말하지 못했다는 판매원의 책임에 대한 사과와
병원비 계산 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 것이 오히려 감동스럽게 했었다.
긴급으로 입원을 하다보니 병실이 없어서 6인실에 들어갔었는데
6인실 룸메이트 환자들은 퇴원하는 시간 까지 버섯 판매했던 사장님 칭찬이었다.
판매원 부주의를 사과하는 과정에서 계좌이체 만으로 피해자를 수소문 해서
꼬박 꼬박 하루에 한두번씩 문안 인사와 병원비 까지 책임진다는 것...
나역시도 저승 문앞 까지 다녀왔으면서도 우선은 그 배려에 마음은 편안했었다.

입원했던 병원 뜰 앞의 주홍빛 꽃이
유난히 예쁘다는 생각을 하면서 퇴원을 했다.
3박4일 동안 단 한끼만 일반식사를 했었고
그 나머지는 흰죽만 먹었던 고통스런 시간의 병원이지만
마음은 아주 가벼움과 편안함이 미련을 남겼다.
그 이유는 함께 했던 6인실 병동 환자분들과의
새로운 인연이 좋기만 했었다.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퇴원후의 만남을
계속 이어 가기로 했던 것이 큰 즐거움이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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