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길고 긴 추석 연휴가 전혀 상관은 없었으나 그래도 날씨 만큼은
맑은 날이기를 바랬지만 그것은 오로지 내 생각일뿐 '너무하다' 라는 표현이 맞았다.
해안가 주변에 산다는 이유가 이런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쬐끔은 기가막혔다.
바람불고, 비가 내리고, 그 다음에는 흐리고 또 비가 내린 후 우중충...
그렇지만 날씨가 무덥지 않은 것만으로도 추석명절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언제 어느 때 기온이 30도 까지 올라갈 것인가 지레짐작으로 긴장했었지만
그래도 우중충한 날씨에 기온은 22도에서 25도에 머물렀음이 고마웠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하루 중에 꼭 한번은 안개비를 뿌렸다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나 식물들에게는 안성맞춤인듯 너무 잘 크고 있었다.
벌써 20일째...하늘은 우중충이며, 하루에 한번은 꼭 비가 내렸음에
햇볕구경은 가뭄에 콩나듯이라서 지겹다는 소리들도 들려오고 있었다.
이런저런 탓에 새벽부터 나갔던 텃밭도
늦으막한 오전 8시쯤 나갔다가 10시쯤 돌아온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루에 꼭 한번은 빼먹지 않고 착실하게 안개비를 뿌려주었기 때문에
텃밭에 물 퍼다줄 일도 없었다는 것이 우선은 고마웠으며
시간 가는줄 모른채 텃밭에서 일에 집중했어도 전혀 덥지 않았음도 좋기는 했었고
또한 텃밭에 가면, 가을 채소들 보다는 가을꽃들이 피워 주어서 마음은 여유로웠다.

을릉도 취나물(부지깽이 나물)의 잎사귀는
벌레도 먹었고, 더위에 어설프게 크고 있는데
꽃 만큼은 어찌 그렇게 예쁘게 피는지?
잎사귀와 꽃은 제각각인 것인가 아리송이다.

텃밭 한켠의 나물밭은 완전 꽃세상이었다.
가뭄이 들어서 힘겹게 크고 있었던 나물들인데
요즘 하루에 한번 꼭 비가 내려주니까
살판 나는 것 처럼 보여졌다.
산나물 참취꽃들의 하얀 모습이 예쁘기만 했다.

텃밭 곳곳에 있던 왕고들빼기가
요즘은 앞다퉈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꽃 피우는 시기가 절정인듯 했다.
왕고들빼기꽃의 꽃말은 '모정'이다.

씨를 뿌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모종을 심은적도 없는데...
어디서 씨가 날아와서 정착을 했는지?
미국 쑥부쟁이꽃이 안개꽃 처럼 화사했다.
보라빛 쑥부쟁이가 띄엄 띄엄
그런 조화도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2월 부터 늦봄 까지 나물로 뜯어 먹었던
쑥부쟁이 꽃들의 예쁜 모습도 외면 못했다.

쑥부쟁이는 어디가나 텃밭의 감초였다.
붉은 여뀌풀도 텃밭에서는 잡초였건만
가을에는 예쁜 야생화가 되어주었다.

아무곳에서나 불쑥 불쑥 자라던 돼지감자는
그 키가 하늘을 닿을듯 했다.
텃밭 한켠의 보리수 나무에 의지해서
뻗어가던 돼지감자꽃이 꽃을 피우고 있다.

이 꽃도 텃밭에서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멋모르고 심었던 인디언감자(아피오스)는
아무곳에서나 끝도 없이 넝쿨을 휘감았다.
인디언감자(아피오스)의 꽃은
칡꽃을 닮았으나, 향기는 칡꽃만 못했다.

인디안감자(아피오스)는 어찌나 넝쿨을 뻗는지
대추나무 주변에 버렸더니
너무 왕성하게 자라서 대추나무를 휘감았다.
내년에는 잡초가 있는 들판에 버려야 할 것 같다.
인디언감자(아피오스)꽃말은 '침착'이다.

텃밭에서 정신없이 꽃을 피워대는 식물은
배초향(방아)꽃이었다.
텃밭지기 밭과 우리밭의
밭고랑이 연결 되었으므로
방아 씨가 우리밭 까지 날아들어서
우리밭 역시 배초향 꽃들이 지천이다.

7월 부터 풍선을 만들던 풍선덩굴이
10월인데도...
끝도 없이 꽃이 피면서 열매를 맺고 있다.
파란 것은 풍선덩굴의 열매이고
꽃은 눈꼽만한 하얀꽃...
그리고 누런 것은 씨가 바짝 마른듯 했다.
풍선덩굴 덕분에 텃밭이 더 보기 좋았다.

날씨가 선선하니까
나도샤프란 꽃이 제법 화사하고 만개했다.
꽃이 피는 시기가 9월이 제 철인데
10월의 날씨가 나도샤프란에게 좋았나보다.

씨가 떨어져서 봄 부터 자생한듯...
그러나 꽃은 가을 까지 기다렸다.
아무때나 시도때도없이 꽃이 피는
여름 코스모스가 아닌듯한 것이
진짜 가을에 꽃이 피는 가을 코스모스였다.

쪽파도 예쁘게 자라고 있었고
호시탐탐 노리는 고라니 탓에
무우 밭 일부를 끈으로 못먹게 해놨다.
고라니 놈은 어느 정도 자란 무우잎은
절대로 먹지 않았기에
거의 큰 고비는 넘긴듯 했다.

배추 밭은 완전 고라니의 먹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꼭꼭 가둬놨다.
결구 될 때 까지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겉잎 보다는 속잎을 뜯어먹으면
김장배추 농사가 꽝이기 때문에...
늘 긴장을 하고 밭에 가본다.

텃밭 한켠의 국화에서 꽃봉오리가 보였다.
소국이 아니라 대국이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메뚜기 종류가 국화 잎사귀에 앉았다.
예전 같으면 신기하고 예뻤으나
지금은 그러려니 하면서 바라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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