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만 지속되던 9월이었는데, 갑자기 춥다는 느낌을 받게 되니 그냥 얼떨떨이다.
그래서 누가 뭐래도 지금은 가을이니까 기온이 떨어져도 그러려니 해보는데
전형적인 가을이라서 기온이 내려간 것이 아니라 이번에도 또 태풍탓...
그러면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폭염보다는 낫다는 것이 우선이었다.
해마다 추석 무렵에 우리나라를 휩쓸고 가는 무자비한 태풍의 습성인데
17호 태풍이 어디서 발생해서 어디로 갈 것인가도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 상태로 기온이 뚝 떨어져서 살맛 나는 가을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날씨가 시원하다못해 춥기 까지 하니까 오전 7시쯤에 텃밭에 나가서
오전 10시 까지 일을 해도 능률이 오를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오전 6시30분 쯤 밭에 가서 일을 하다보면
너무 더워서 오전 8시 30분 쯤이면 집으로 가야만 했었다
오늘 하루종일의 기온은 한낮에 잠시잠깐 24도 였고, 계속해서 21도에 머물렀다.
태풍 탓에 오락가락 내리는 잦은 비 때문인지?
그동안 가뭄 때문에 숨죽였던 가을꽃들이 풍성하게 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식물들에게는 역시 빗물이 최고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은 꽃들이었다.
아무리 물을 퍼다 주어도 반응이 없던 텃밭의 화초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
채소밭은 고라니 때문에 스트레스였으나, 텃밭에서 자생하는 꽃들을 보면서
늘 즐겁다는 생각을 느끼게 되니까
텃밭에 화초를 심어서 꽃을 보게 되는 것이 참 잘했다고 자화자찬 하고 싶어졌다.

너무 덥다는 것에만 신경쓰고 살아서인지
이맘때 쯤 꽃무릇이 핀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오늘 아침 텃밭에 나갔더니
풀숲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꽃무릇 자리에
붉은 꽃이 거짓말 처럼 화사하게 피고 있었다.
하루만에 이럴수 있는가 했으나
어제도 못봤던 꽃무릇이 오늘은 보였음이
신기하고도 반갑기만 했었다.
어제는 고라니가 저지른 것 때문에
화가 나있어서 꽃무릇을 못본 것 같았다.

텃밭 가장자리 풀 숲에 예쁜 꽃이 피었다.
꽃이 비슷해서 '고마리'꽃인줄 알았으나
그것은 며느리 밑씻개풀꽃이었다.
꽃이름 보다는, 꽃이 너무 예쁘다는 느낌은
해마다 꽃을 볼 때마다 느껴진다.
며느리 밑씻개풀의 꽃말은 '시샘, 질투'이다.

텃밭에 풀을 뽑다보니
이미 사그러졌다고 생각했던 여름꽃
채송화꽃이 새삼스럽게 피고 있었다.
끈질긴 생명력의 채송화꽃이 반가웠다.

7월에 꽃을 피우고 완전히 사라졌다가
8월 끝자락에 다시 씨가 발아되고 자라서
꽃을 피운 후, 두번째의 삶을 살고 있는
텃밭의 봉숭화꽃이 예쁘기만 했다.

4월에 씨를 뿌려서 덩굴을 뻗어가게 하는
풍선덩굴은 생명력이 너무 강했다.
눈꼽만한 하얀꽃은 아직도 다닥다닥이고
꽈리 모양의 풍선 덩굴은
아마도 12월 까지 풍성한 모습이 될 것 같다.
풍선덩굴 꽃의 꽃말은 '어린시절의 추억'이다.

텃밭에서 10 여년째 꽃을 피우고 있는
흰색 나도 샤프란꽃이 절정인듯 했다.
주말농장이었기에 텃밭을 옮길 때는
꼭 뿌리를 캐서 데리고 다니다보니
어느새 텃밭에서 키우는 반려식물이 되었다.

흰색 나도 샤프란은
외래식물로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이다.

흰색 나도 샤프란의 꽃말은
청순한 사랑, 순수 이다.
이 꽃을 좋아해서 텃밭 짜투리 땅에
자꾸 번식을 시키다보니
나도 샤프란이 텃밭 곳곳에서 이쁜짓이다.

맨드라미꽃은 텃밭 지킴이가 된듯했다.
호위무사 처럼 텃밭 곳곳에서
피어 있는 모습이 예쁘기만 했다.

씨가 떨어져서 어찌나 많은 새싹이 나던지?
심을 수 있는 공간에는 모두 심어놨더니
텃밭에 들어서면 구석 구석에
붉은 맨드라미 꽃이 지킴이 처럼 보여졌다.
맨드라미의 꽃말은 뜨거운 사랑이다.

율무 씨도 굉장한 번식쟁이 였다.
한번 씨가 떨어지면
끝도없이 싹이 나서 자라고 있는데...
그래도 한 두 포기는 관상용으로 심어놨다.
율무는 동남아가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약재나 차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곳 저곳의 쌈채소 그리고 상추
이번에는 가을 무우 까지
모두 울타리를 쳐놓은 것은
순전히 고라니 때문이라는 것이 우습다.

얼기설기 엮인 그물망 속에서 상추가 자라고 있는데
고라니 나쁜놈이 그물망 틈새로
일단 주둥이를 집어넣어서 억지로라도 들어가면
상추를 뜯어 먹는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가막혔다.
텃밭 그물망 주변을 호시탐탐 노리는 고라니놈은
이른 새벽에 매일 같이 찾아와서 느긋한 짓을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내가 뛰는 놈이라면, 고라니는 나는 놈이다.
누가 고라니를 짐승이라고 했을까?
그 몹쓸 놈은 인간의 머리꼭대기에서 놀고 있어서
감당이 안되는.. 진짜 귀신 같은 나쁜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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