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끝자락이기에 그래도 기후라는 것이 양심은 있었던 것인지?
한낮은 30도 안팎으로 무덥게 했어도, 해가 지고 난 저녁부터는 22도라는
기온으로 선풍기를 끄고,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서늘함을 느끼게 했다.
곧 10월인데, 모처럼의 서늘한 밤에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게 해준 것이
그리도 "성은이 망극한 것인가?" 생각할수록 우습기도 했고 어이가 없었다.
아무튼 밤 기온은 그런대로 만족할 만큼 서늘해서 좋기는 했었다.
어제밤은 열대 26도, 오늘밤의 기온은 22도...죽끓듯 변하는 변덕이다.
주말 이틀동안 알바가 있어서 밭에 갈 수 없었으므로 점검하러 가봤더니
텃밭은 온통 그물망과 철망으로 감옥 아닌 감옥이 된 것만 같았다.
잘 키운 배추와 무우를 뽑아놓지만 않했어도 촘촘하게 끈을 엮어서
그물망을 쳐놓지도 않았을텐데...그것도 고라니 퇴치법이라고 해놨더니
풀을 뽑고, 웃거름으로 추비를 주는 것도, 흙을 북돋는 것도 버겁기만 했다
자업자득이라는 단어는 고라니에게 해당되는 것인지, 내게 해당되는 것인지
아무튼 피해를 주는 짐승이나, 피해를 받은 사람이나 똑같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고라니가 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어떤 방법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이곳 저곳 들판에서는 "고라니 때문에 못살겠다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가급적이면 농약을 덜 사용해서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고라니는 아는지 모르는지, 멀리서 '용용죽겠지'하면서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마트에는 벌써 햅쌀이 나와 있는데
이곳, 들판의 벼는 아직 누런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벼가 익어가는 냄새는 좋았다.

호박 뿌리 부분에서 새로운 싹이 나오며
호박을 매달고 있었다.
암꽃이었고, 며칠 있으면 호박을 딸 수 있었다.
이맘때 쯤이면 애호박 넝쿨은 사그러지는데
요즘은 계속해서 새롭게 싹이 나오니까
추가로 거름을 또 해주게 된다.
호박 따먹을 욕심에 마음은 흐뭇하기만 했다.

날씨와는 상관없는 것인지
암컷 호박꽃은
이곳 저곳에서 나를 웃게 만들었다.

초겨울에 동치미 담글 욕심에
짜투리 땅 이곳 저곳에 무우 씨를 뿌렸다.
그런데 고라니놈이
어느 밭은 그물망을 했어도 무우를 몽땅 먹었고
어떤 밭은 도둑 맞고 곧바로그물망을 했었고
또 어떤 밭은 고라니가 접근을 못한 곳도 있었다.
그 중에서 곧바로 그물망을 튼튼하게 했던 곳에서는
어린 무청을 솎아낼 수 있었다.
요즘 어린 무우 솎은 것으로 나물을 해먹으면
맛이 있건만,생각 만큼 솎아낼 수 없음이 아쉬웠다.

솎아낼 무청은 겨우 요것뿐이었다.
솎은 무청을 끓는물에 살짝 데쳐서
맑은 멸치액젓에 땡초와 마늘 다져넣고
고추가루 살짝 넣고
참기름에 무친 나물은 진짜 맛이 있었다.

똑같은 날짜에 세군데의 짜투리 밭에
무우 씨를 뿌렸건만
이곳은 그물망을 했으나 모두 도둑 맞았다.
뜯어먹은 빈 자리에 무우 씨를 뿌렸더니
이제서 싹이 나오고, 뜯어먹은 곳도 자라고 있었다.
그물망이 느슨해서
호시탐탐 노리는 고라니에게 도둑맞아서
무청 자체도 솎을 것도 없었다.
이 밭 때문에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했었다.

이 곳은 밭으로 들어오는 출입구 주변이라서
고라니가 아예 뜯어먹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출입구 주변이기에
사람들에게 잡힐 위기를 아는 고라니놈에게
도둑은 맞지 않았으나
출입구 쪽은 성장이 조금 늦는 것이 아쉬웠으나
고라니가 노리고 있는 곳이 아니라 마음은 편했다.

작은 배추는 모두 고라니가 뜯어먹거나
뿌리를 뽑아놔서
다시 심어놨으므로 성장이 꽤나 늦다.
부랴부랴 그물망을 하지않았다면
아마도 20포기의 배추는
모두 고라니 밥이 되지 않았을까?

쪽파는 고라니가 관심을 두지 않아서
키우기가 아주 양호했다.

케일은 고라니에게 관심이 없었으나
벌레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이다.
고라니에게 뺏기지는 않았지만
벌레가 케일을 뜯어먹고 있었다
벌레를 죽이기 위해서 약을 쳐야 하는데
그냥 무농약으로 농사짓고 싶어서
벌레는 손으로 잡아낸다.

보라빛 배초향(방아) 꽃 주변은
다른 텃밭지기의 밭인데
고라니에게 '배추를 드십시요' 하는 것 처럼
배추가 멀쩡한 것이 없었다.

텃밭에 그냥 던져놓듯 심었던
인디언감자 아피오스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꽃 향기도 있었고 꽃이 예뻐서 심었으나
아피오스 돼지감자는 입에 맞지 않았다.
인디언감자 아피오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며, 콩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들이
오랫동안 주식으로 재배하고 섭취해온 작물이
최근에는 우리나라, 일본 ...등
동아시아 에서도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사포닌 성분과 인삼 비슷한 향이 난다고 해서
인삼감자라고도 불리는 아피오스 감자 꽃은
9월초 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면 가을 내내 꽃이 핀다.
아피오스의 꽃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꽃은 차로 우려 먹거나 담금주에 이용한다고 했다.
아피오스 꽃의 꽃말은 '침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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