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내리던 지긋지긋한 빗방울도 멈춘 것 같았다.
이른 아침 흠뻑 내려앉은 찬 이슬방울들이 늘 빗물 처럼 보여지기도 했으나
빗물에 대한 지긋지긋함 보다는 이슬이니까 신선하게 보여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텃밭 때문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가 되기는 할지언정
텃밭에 물을 퍼다주는 일이 있더라도 당분간은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 비가 내리지 않는 맑고 푸른 하늘은 진짜 예뻐보이고, 진짜 가을 같았다.
가을이 시작된지 언제인데 이제서 전형적인 진짜 가을타령을 하고 있는가?
10월 내내 비 내리는 날이 많다보니
계절 감각을 모르는 5월 장미꽃이 쉼없이 피어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요즘 내게 일어났던 이런저런 일로 일주일 남짓 텃밭을 비우게 되면서
혹시 고라니가 와서 농작물들을 못쓰게 만든 것은 아닌지 아니면 무슨일이 일어났을까
자나깨나 텃밭 생각으로 밤잠도 설칠 정도였었다.
그런데 주인 발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 텃밭작물들은 눈치가 있었는지?
주인이 어쩔수없는 상황이라서 밭에 못나온다는 것을 이해 해주는 것 처럼...
너무 열심히 잘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사랑스럽기 까지 했다.
봄 부터 열심히 키웠던 국화꽃이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도 보기좋았고
텃밭 한켠의 차나무에서 하얀꽃이 오밀조밀 피고 있는 것도 진짜 큰 즐거움이었다.

눈이 시리게 하늘은 맑고, 푸르고
보라빛 가지꽃의 색깔도 너무 예뻤다.
이것이 정녕 가을 날씨였던가?
10월 끝자락이 되면서
비로서 멋진 가을을 겪게 되는 것 같다.

올해는 계절이 엉망이어서인지
가지 4포기 심어놓고
겨우 10개 정도 따먹었음이 우습기만 했다.
그래서 너무 아쉬움이 컸기에
가지나무를 뽑지 않았더니
뒤늦게 꽃이 피고 가지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은 무서리도 내리지 않는 지역이므로
12월 까지 그냥 놔두기로 했다.

뒤늦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이
신통방통하여서
가지 밭에 시금치 씨를 뿌리면서도
가지나무는 뽑아내지 않았다.
가지나무 밑에서 시금치가 자랄지언정
여전히 보라색꽃 피는 것이 예뻐서
12월 까지 가지꽃이라도 봐주기로 했다.

텃밭 한켠에서
녹차나무꽃이 아주 예쁘게 피고 있다.
다닥다닥... 노란 꽃술이 푸짐하고 예쁜
차나무 꽃은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스님들은 하얀 녹차나무꽃을 따다가
엑기스를 담는 것을 봤었다.
시간이 있다면 나도 따라쟁이 하고 싶지만
그냥 12월 까지 차나무꽃을
감상하는 것으로 대신할 예정이다.

오늘 무우를 솎아내서 김치를 담갔다.
10월 내내 비가 내려서인지
무우는 아삭거리며 맛있었고
무청은 부드러워서 아주 괜찮은 맛이었다.

김장 때 쓰려고 보라색 갓을 심었고
그 옆에는 갓김치용 청갓을 심었다.

텃밭 들어가는 입구에 치커리를 심었더니
고라니가 쳐먹지 않았다.
출입구 주변은 고라니가 얼씬거리지 않아서
쌈채소 종류는 입구에 심어놓는다.

열심히 자라고 있는 당근밭이다.
12월 크리스마스 쯤에 수확 가능하다.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고추 탄저병 때문에 빨간 고추 수확은 꽝이다.
그 이유는 약을 치지 않았기 때문...
저 고추는 땡초였으므로
파란 고추라도 따려고 겨울 까지 놔둘 예정이다.

그물망속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

고라니 때문에 그물망을 씌웠다가
배추가 결구 되고 있었기에
어제 그물망을 모두 벗겨냈다.
지긋지긋한 고라니놈... 자꾸 욕이 나온다.

배추가 요렇게 멋지게 결구 되고 있었다.
잘 된 것인지, 잘 못된 것인지는 모르나
일단 달팽이가 뜯어먹지 않아서 좋기만 했다.

텃밭 언저리에 심어놓은 국화가 피고 있다.
일반 국화보다는 제법 큰 대국이다.

대국 옆에는 소국이 피고 있고
유채나물도 잘 자라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방아(배초향)꽃도
제법 예쁜 색으로 핀다는 것이 신기했다.

온갖 나비들이 꿀을 먹는다고...
버글버글 ...와글와글 난리도 아니다.

채소밭에 거름이 좋아서인지
해국을 심어놨더니 아주 예쁘게 피고 있었다,
쑥갓과 유채 그리고 쑥부쟁이와 해국
텃밭인지 꽃밭인지 예쁘기는 했다.

우리텃밭은 지금도 변함 없었다.
맨드라미, 봉숭화, 나팔꽃, 풍선덩굴 ...
그리고 국화 '산국, 소국, 대국, 해국 까지
꽃밭 처럼 한창 예쁘게 꽃이 피고 있는 중이다.
물론 하얀색의 차나무꽃과
산나물 '쑥부쟁이, 참취, 부지깽이 나물의
하얀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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