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선선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해 뜨는 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인지
요즘은 텃밭으로 나가는 시간 까지 약간 게으름을 피우는 것 같았다.
새벽 부터 땀 흘리며 일하다가 오전 8시만 되면
불볕 더위에 쫒겨서 하던 일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던 것이 엊그제인데...
어느새 그런 것들 마져 잊어버릴 만큼 날씨가 선선해졌음이 고맙기도 했다.
언제 까지 무더울 것인가, 기약없는 폭염에 대한 불평불만도 사라진듯...
늦으막하게 밭으로 나가게 되니(오전 6시30분) 텃밭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어린배추 배추 모종을 심고나서, 안전을 생각해서 종이컵 까지 씌워놓은채
어제 하루 텃밭에 결근을 하고 오늘 밭에 나가봤더니 기가막힌 일이 벌어졌다.
어린배추 모종들이 잘 계신가 하고, 종이컵을 열어보는 순간 ....
배추가 뜨거운 물에 삶아놓은 것 처럼 녹아버린 것들이 10포기 였다.
배추 22포기 심어놓은 것중에서 10포기가 망가졌다는 것이 진짜 황당했다.
그것은 순전히 나의 실수였으므로 누구에게 원망도 못한채 속만 끓였다.
종이컵을 씌우면서 바늘 구멍 만큼의 숨 구멍을 내놓은 것이 큰 실수였다.
한낮은 아직 28도 폭염인데...
바늘 구멍의 종이컵 속에서 어린 배추 모종이
뜨거운 물에 푹 삶겨진 것 처럼 되어있음이 당연한 일이거늘 할말을 잊었다.
종묘상에 가서 어린 배추 10포기를 사다가 정성들여 또다시 심어놓고나서
이번에는 종이컵 바닥을 크게 구멍 뚫은 후, 모자 씌우듯 씌워놓고 돌아섰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밭에 머물며 서성거리다가 부추밭에 시선이 갔다.
부추꽃이 하얗게 핀 작은밭에 웬 나비들이 그리도 많이 날아드는 것인지?
함께 있던 텃밭지기와 부추밭에서 날아다니는 나비 사진을 찍다보니
어린배추 때문에 속상했던 일들을 모두 잊을 만큼 은근히 즐겁기만 했었다.

부추꽃이 활짝 피면
아무리 '부추전'이 먹고싶어도 뜯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부추가 질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 피지 말라고 꽃대를 잘라내면서
자꾸만 훼방을 놔도
부추꽃은 번식을 위해 씨를 만들기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면 죽기살기로 꽃을 피운다.
그래서 요즘 들판 곳곳은 하얀꽃 세상이다.

종족번식은 생물들의 본능인데
씨를 만들지 못하게 방해를 해도
피기 시작하는 꽃은 억지로 막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많은 꽃이 피니까
벌과 나비는 당연하게 찾아든다.

어린배추 모종 때문에 속이 상해 있는데
텃밭지기 동생이 "나비좀 보라면서"
부추밭에서 자꾸만 부르고 있었다.
나비는 한 두마리가 아니고 제법 많았다.

이녀석의 이름은 '네발나비'였다.
네발나비 안쪽은 치타를 연상하는
점박이 무늬가 있고
바깥쪽은 나무잎을 연상 시키는 무늬가 특징..
네발나비는 우리나라 전체에 분포하는데
여름형은 6~8월 사이에 보이고
가을형은 8월에서 이듬해 5월 까지라고 한다.

네발나비는 도시의 개천이나
낮은 산지의 계곡 주변 강가 등에 사는데
개체수가 제법 많다고 한다.
네발나비의 특징은
여름형은 주로 나무의 진에 잘 모이고
가을형은 구절초 산국 등 각종 꽃에서
꿀이나 과즙을 빨아먹는다고 했다.

호랑나비와 완전 검정나비가 날아왔는데
검정나비(제비나비)는 사진을 못찍었고
호랑나비들만 사진 찍게 되었다.

나비들이 부추밭으로 집합하는 이유는
나비들 세상에서나 소통될뿐...
꽃향기도 없고, 꿀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부추꽃에 제법 날아들었다.

호랑나비는 사진 찍기가 엄청 애매했다.
아마도 호랑나비 사진만 30장을 찍은듯...
그 중에서 몇장을 골라냈다.

어린시절 여름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 할 때
호랑나비를 직접 잡았던 기억은 없는데
곤충채집 잘했다는 우수상을 받은적이 있다.
누가 잡아줬을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호랑나비는 나비목 호랑나비과의 곤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미얀마 등 주로
동양권에서 많은 개체수들이 서식한다고 했다
다른 녀석들은 나비 꼬리가 두개인데
이녀석은 꼬리가 한개뿐이라고
텃밭지기가 계속 궁금해 했는데
원래 이렇게 생긴 녀석인가 나도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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