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가을채소밭 만들기 '끝'

nami2 2025. 9. 5. 22:33

선풍기를 켜면 5분도 안되어서 춥다는 느낌을 받고

그래서 선풍기를 끄면 또 5분도 안되어서 덥다는 느낌을 받다보니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느냐고
선풍기에게 잔소리를 하는 내가 한편으로는 진짜 우습기도 했었다.

진짜 가을인가?
뭐가 그리 미심쩍어서 자꾸 의심을 하고 또다시 의심을 해보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가을이 왔다는 것에 확인 도장을 찍게 된 이유가 생겼다.

가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가을 환절기 알레르기 약을 꼭 먹어야 하는데
열흘 동안은 하루에 한알씩 약을 먹다가

오늘 부터는 아침 저녁으로 약을 두번 먹게 될 정도로 증세가 심해졌다..
알레르기 증상이 약할 때는 하루에 한개씩 먹게 되는 처방약이지만
본격적인 가을바람이 불어서 알레르기가 심해지면 견딜 수 없는 고통이기에
알레르기 약은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할 만큼 불쌍한 신세가 되곤 한다.

그 이유는 약에 수면효과가 있다보니 약을 먹게되면

꾸벅꾸벅 자꾸 잠이 쏟아져서 병든 닭병아리 신세가 된다는 것이 흠이 된다.
이렇게 하루에 두번씩 먹게되는 알레르기 약은 10월 중순 까지 계속이다.

10월 중순쯤에 전형적으로 깊은 가을이 되면서 알레르기의 노예는
중환자 흉내 까지 냈던 것을 끝내고, 비로서 제대로 된 가을을 즐기게 된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던 것이 벌써 10년...
사람 사는 세상에서 참으로 어처구니 없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팔자 타령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무더운 가을보다는 알레르기 약을 먹어야 하는 선선한 가을이 좋은 것 같다.

그동안 열흘 남짓, 폭염을 피해서 새벽부터 밭에 나가서 2시간씩 일을 하다보니
그 힘겨운 가을채소 밭만들기 작업은 비로서 오늘에서야 끝이났다.
이제 부터는 예쁘게 자라는 가을채소들의 예쁜 모습을 자랑할 일만 남았다.

텃밭의 맨드라미는 5년전 에
한번 씨를 뿌린 것이 전부였는데
그 후 부터는 씨가 떨어져서 스스로 자생한다

일부러 씨를 뿌리지 않아도
해마다 꽃이 피는 화초들은 다양했다.
봉숭화 나팔꽃 채송화 분꽃 맨드라미 였는데
그 덕분에 텃밭 곳곳에서는
지금 맨드라미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있다.

맨드라미는 늦여름 부터 서리가 내릴 때 까지
아주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매력적인 화초인 것만은 확실했다.
맨드라미 꽃말은 '뜨거운 사랑'이다.

맨드라미 꽃들이
수탉의 상징인 벼슬 처럼 붉어지면
진짜 가을이 왔음을 뜻한다고 했다.

그물망 울타리 밖으로 나간 호박넝쿨....
그러다보니
예쁜 호박도 울타리 밖에서 대롱 대롱이다.

지난 금요일에 가을무우 씨를 뿌렸는데
딱 일주일만에 무우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11월 중순 쯤에 가을무우 맛을 보게 될 것 같다.

오늘 마지막 밭을 만든 후
쑥갓 씨를 뿌려놨다.
아직 배추 모종은 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무우 씨가 발아된 것이 반갑기만 했다.

아기 손바닥만하게 크고 있는 상추는
일찍 부터 그물망을 씌워놨더니
고라니가 매일 아침 들여다본 흔적으로
똥을 싸놓고 간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왔다 갔다는 흔적을 똥으로...기가막혔다.

 

상추 씨를 뿌려놓고, 그물망 보수하고
남겨진 몇개의 상추를 먹겠다고
오늘도 고라니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이릫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상추를 먹을 수 없다는 것에

그물망을 쳐야 한다는 것이 골치가 아픈데...
고라니도 뭔가 반성을 해야 하건만
오늘도 호시탐탐 상추 뜯어먹을 생각만 한다.

밭고랑을 사이에 두고
고라니 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이쪽 저쪽으로 모두 그물망을 쳐야'했다.

 

이렇게 까지 하면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회의감도 느껴지지만 

절대로 짐승과 함께 나눠먹을 수는 없었다.

 

초가을에 봉숭화 새싹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이 두번째 였기 때문이다.
6월에 새싹이 나오고, 7월 부터 꽃이 피더니
8월에 꽃씨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봉숭화는 생명이 다해 뿌리채 뽑혀나갔다.

그로부터 2주쯤
꽃씨를 떨군 봉숭화는 사그러져 뽑혔으나

꽃씨는 발아되어서 또 자라고 있었다.

 

가을 늦도록 2차로 봉숭화꽃은 예쁘게 필 것인데
요즘은 화초 까지도 유전자가 진화 되어서
한번으로 만족 못하고
두번의 삶을 유지하며 만족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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