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눈이 내리는 것에 대해서 시큰둥 하겠지만
이곳 동해남부 '기장'에 눈이 내렸다는 것은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더구나 이틀동안 도로가 마비되어서 해안가 외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고립이 되었을 정도였다.
부산에서 25년간 살면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렸던 것은 이번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설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겨울 여행을 해보았는데, 올해는 그나마 여행지(무주)에서도 눈구경을 제대로 못해서
아쉬워 하고 있었더니 겨울의 끝자락인 2월에 생각치도 않은 폭설이 내렸다.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 날 아침에
이것이 꿈은 아닐것이라고 중얼 거리며, 한의원 가는 길에 일부러 눈을 맞으며 걸었다.
아침 산책을 하듯이 일부러 한의원에 갈 때 걸어 다니던 냇가에 눈이 쌓였다.
하얀 눈을 덮고 있는 빨간 열매는 정말 예쁘다.
빨간열매와 하얀 눈이 너무 잘 어울리는 '아왜나무 열매 '
늘 다니던 길에 눈이 쌓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눈을 밟아본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낙엽이 쌓인 늦가을에 분위기 있었던 길이었는데, 겨울의 눈쌓인 길은 더욱 걷고 싶은 길이 되었다.
한의원 앞에 있는 공원이라서 가끔 쉬어 가는 곳이다.
아파트 앞의 동네 길이다.
눈 내린 것이 너무 신기해서 무작정 쏘다녔다.
미끄러운 길에 적응이 안되었지만....
늘 다니던 길가에 만들어진 작은 꽃밭에 눈꽃이 피었다.
동네 길을 산책할 때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찻집앞의 작은 꽃밭이다.
부산에 살면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사람들은 말을 했다.
이틀 동안 인정 사정없이 내리는 눈은
눈이 오지 않아서 한맺힌 사람들의 한을 풀어준 것 같았다.
기와지붕에 내린 눈이 어린 시절에 보았던 풍경이다.
눈이 많이 내리던 곳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온지 25년만에
처음으로 많은 눈이 내린 것에 한풀이를 톡톡히 했다.
그럭저럭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었다.
눈이 내린 시골 풍경이 늘 그립다.
기억 저편에 남겨진 어린시절에 보았던 풍경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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