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일광 해수욕장의 저녁 노을

nami2 2026. 3. 12. 22:41

오후 1시 부터, 늦은 밤 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고 하던 날이라서
일찍 텃밭에 가서 일을 하고 가급적이면 낮 12시쯤 집으로 가려고 했었다.
4월 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였기에
겨울 동안 자라고 있던 잡초제거와 밭 주변 정리를 해야 할 때가 요즘 일이었다.

그런데 오후 1시 부터 내린다는 비가 오전 11시 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것도 우산을 쓸 만큼 내렸으면 하던 일 멈추고 집으로 갔을텐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내리는 비는 그냥 흩날리는 빗방울이라는 것이 감질났다.
우산을 쓰면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우산을 접으면 신경 쓸 만큼 비가 내렸다.
그래서 비가 내리거나말거나 비를 맞으며 일을 하다보니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이제 진짜 집으로 가야하는가 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날씨가 갑자기 햇볕 쨍쨍 모드로 바뀌었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고 어이가 없었다.

집으로 가다가 다시 밭으로 가는 것도 멋적었으나 그래도 발길을 밭으로 향했다.

오후 1시 부터 밤늦게 까지 내린다는 비가 오전11시 쯤에 잠깐 내린 것이 끝이었다.
딱 10분, 그것도 비가 내리긴 했었으니까 ...
그림일기를 쓰는 꼬맹이들의 일기장에 오늘의 날씨에 우산이 그려졌을 것 같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봄날에 내린, 10분 정도의 비는 그냥 옵션이 아닌가 했다.
그 시간 이후로 오후 까지 오늘의 목표했던 텃밭일을 잘 하고 돌아왔다는 뒷얘기였다.

바다는 늘 변덕이 심해서 일광해수욕장에도 오늘은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날씨 좋고, 바람 한점 없었던 엊그제는 ...
아무생각 없이 발길 닿는대로 잘 다녀왔었음도 큰 행운이었나 생각되었다.

학리마을에 마을버스 타고 갔었다가
2시간 30분 간격의 배차시간 덕분에
집으로 갈때는 일광해수욕장 까지 걸어갔다.
버스가 없어서 터덜거리며 걷는 기분은
산책할 때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도 바다를 보며 걷는 데크길은
그런대로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만 혼자 걷는 데크길이 약간 두려워서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음을 실토 해보는데
일광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등대 덕분에
발걸음은 어느새
해수욕장 저쪽 끝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일광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빨간 등대는 이천마을 등대였고
하얀 등대는 학리마을 등대였다.

 

그 가운데로 고깃배가 지나가는데
당연히 이천마을 선착장에서 나오는 배였다.

멀리 학리마을로 가는 데크길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이다.

봄날 3월인데 일광해수욕장에도
아직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여름철에는 갯마을 축제 때문에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꽤나 붐비던
해수욕장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일광해수욕장을 지나서 발길 닿는대로
일광읍 이천마을로 가다보니
이곳 역시 생선 말리는 것이 제법 보였다.

갈치 새끼도
말려서 먹으면 맛이 있었음을 인정해본다.

빨간등대 뒤로
바다 건너에 학리마을이 보이는데
바다를 앞에 두고
일광읍 이천마을과 학리마을이 마주보고 있다

멋들어지게 잘 생긴 나무는
오래시간 동안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다.

1965년 영화 갯마을 촬영지였는데
나무가 있는 곳에 당집은
영화 속 '할매당집'이라고 한다.

3월에 피는 청매화는
파란 하늘 덕분에 더 예뻐보였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의
청매화는 향기도 더욱 그윽했다.

일광해수욕장에서
일광읍 이천마을로 걸어 갔던 이유는
바다에 비쳐진 저녁노을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런 모습은 집주변의 해수욕장 중에서
유일하게 일광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었다.

저녁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더욱 저녁노을을 멋지게 했었다.

일광해수욕장 일원은
오영수 작가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무대였다.
1965년 김수용 감독의 영화 갯마을도
이곳 일광해수욕장이 촬영지였다고 한다.

단편소설과 영화 갯마을의 무대는
부산 기장군 일광읍 이천리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영화 촬영 당시 일광읍 사람들이
엑스트라로 참여하여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며
기장군은 매년 여름마다 일광해수욕장에서
기장 갯마을 축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촌 마을의 봄날 풍경  (20) 2026.04.01
제한 유엔 기념공원에서  (14) 2026.03.19
추운 봄날의 일광해수욕장  (14) 2026.03.11
한적한 어촌, 기장 학리마을  (20) 2026.03.10
발길닿는대로의 걷기운동  (12)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