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발길닿는대로의 걷기운동

nami2 2026. 2. 14. 22:20

하루일과 중에서 내게 주어진 큰 과제는 누가뭐라고 해도 걷기운동이었다.
허구헌날 오늘은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해보는데...
어떤 때는 머릿속이 헝클어질 만큼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다는 것이 우스웠다.
그래도 그냥 생각없이 발길닿는대로 가보는 것도 더러는 괜찮을 때도 있었다.

특히 시골동네의 낯선길을 걷는다면, 예전에는 미친사람 소리를 들었는지는 몰라도
요즘은 어떤 길을 걷게 되더라도 혼자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든든하기도 했다.
그만큼 죽기살기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세상이 변한 것은 맞는 것 같았다.

엊그제 바닷가에 갔을때에도
추운 바닷가에서 어떤 사람이 혼자서 맨발로 수없이 오고가며 걷기운동을 해도
어느 누구도  그를 향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운동화 속에 모래가 들어갈까봐 조바심을 냈었던 내모습이 웃으웠고
양말을 벗고 파도가 있는 바닷물에 맨발로 걷는 사람이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루에 10,00보가 아니더라도 8천~9천보를 걷고나면 속이 후련해진다는 것인데
어떤때는 그렇게 걷는 것이 진짜 병이 된 것은 아닌가, 바보같은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5천보 미만을 걷게되면 한밤중이라도 밖에 나가서 만보를 채워야 하는가?
괜한 잡생각이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지만, 잠을 자고 나면 이튿날에 또 걷게 된다.
건강을 위한 걷기운동인지, 아니면 역마살이 끼어서 돌아다니는 것인지 답은 없었다.

어느 낯선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는데
이런 풍경도 어찌보면 아주 괜찮았다.

창문을 뒷배경으로 해서
빨간  남천열매가 제대로 멋을 만들었다.
걷다보니 지쳐있는다리를 위해서
잠시 멈춰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회색빛 무채색 콘크리트 벽에
담쟁이 넝쿨이 제멋대로
그림을 그려놓은 벽화....

봄이 되면 연두빛이 될 것이고
여름에는 초록빛  그리고 가을의 단풍
사계절이 있는 벽화가 명품이 될 것 같다.

들창문 틈새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빨간 벽돌에서 창틀을 지나 유리창 까지 

담쟁이 넝쿨이 멋진 그림을 그렸다.
그런대로 예쁜 모습...
혼자보기 아까워서 사진을 찍어봤다.

꿈꾸는 한옥이라는 간판이 붙었다.
소품들이 아기자기 했으나
선뜻 들어가서 구경할 수는 없었고
발길을 멈춰선채 사진만 찍어봤다.

벽화가 그려진 담벽에
담쟁이 넝쿨이 마무리한듯...
고풍스런 집들이 모두 담쟁이 덕을 본듯 했다.

집주변의 군청內 길을 지나가는데
주말이라서 아무도 없는 건물 앞에
청매화가 지킴이가 된듯...
어찌 그리 예쁘게 피고 있었는지?
날씨가 화창했다면 예뻤을텐데...

군청 마당에서
호젓하게 서있는 매화나무에서
달콤한 향기가 더욱 고즈넉하게 했다.

쬐끔만 날씨가 맑았더라면..;
마침 지나갈 때는 흐림이었지만
활짝 핀 꽃들은 진짜 우아한 모습이었다.

군청內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보니
어느새 가로등이 켜졌다
집으로 가야할 시간 6시가 넘었다.

4월이면 흐드러지게 필 벚나무인데
앙상한 겨울나무도 그런대로 분위기 있었다.
나목사이로 켜진 가로등 불빛이
은근하게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멀리 보이는 건물이 우리 아파트이다.
어두워지는 시간인데
20분을 걸어가야 할 것 같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는
늘 이길을 걷게되는 것이 요즘이다.

천리향(서향)꽃이 제법 피고 있었다.
계절은 절대 어길수 없음은...
이른 봄에 핀다는 법은 어찌 알았는지?

마음이 쓸쓸해서인지
앙상한 겨울나무들을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겨울나무 찍어보는 것이 요즘 일상이다.

부지런히 걸어서 아파트에 도착하니
우중충으로 많이 흐렸던 하늘이
해질 무렵에 잠시 맑아진듯 노을이 비쳐졌다.

마지막 숨 넘어가기 전의 안간힘 같았다.

 

앙상한 겨울 나무들이
거미줄 처럼 얽혀진 틈새로 보여지는 노을빛..
하루의 일과가 경건하게 마무리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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