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거창 우두산 Y자 출렁다리

nami2 2025. 11. 19. 22:45

이른 아침에 들판으로 산책 나갔더니 눈이 내린 것 처럼 온통 하얀 풍경이었다.
싸락눈이 내린 것인가 착각을 했었는데...
고구마 넝쿨을 비롯해서 토란잎이나 호박넝쿨에 뜨거운 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이른 아침 기온은 1도였는데

아침 햇살이 퍼지면서 봄눈 녹듯 녹아내리는 모습은 서리가 왔던 것이었다.
이곳은 따뜻한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이라서 12월 중순쯤에 무서리가 내리는데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한달 일찍 무서리가 내렸음에 추위가 빨리 온듯 했다.

아침 기온이 1도였으니 자칫하면 영하가 될뻔해서 텃밭으로 점검을 나가봤다.
영하로 내려간 것이 아니었으므로 다행히 가을 채소들은 무사했으나
예쁘게 자라고 있던 마지막 애호박이 넝쿨째 축 처져있었음이 애잔하게 보여졌다.

엊그제 다녀온 경남 거창의 짧은 여행의 끝은
Y자형 출렁다리를 죽지못해서 억지로 건너야 했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왔다.
도로 위의 육교도 무서워서 건너지 못하는 천하의 국보급 겁쟁이가
거창에 가서 출렁다리, 그것도 Y자형 출렁다리를 건넜다는 것이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라고 함께 갔었던 지인들은 아직도 우스갯소리를 한다는 것에
멋적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해냈다'는 성취감 뒤에 찾아오는 두려움...
그때의 감정을 생각하면 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리면서도 짖궂은 지인들이 생각날뿐이다.

주변에 천년고찰 고견사가 있었으나
함께 갔던 지인들은
합창을 하듯 출렁다리에 가보자고 했었다.

어디든지 여행을 가면
출렁다리 건너는 것만은 꼭 피해서 다녔는데
이번 만큼은 어떻게 피할 수가 없었다.
낙오라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기에
출렁다리 주변 까지만 가서
사진만 찍어보겠다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절대로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하면서
일단은 망설이지 않고 산길을 걸었다.

왜냐하면 가을산이 예뻤기 때문이었다.

 

출렁다리는 건너지 않더라도
모처럼의 가을산행인데...
예쁜 단풍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출렁다리를 향해서 걷는 산길은
단풍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기에
그 나름으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매일 매일 걷기운동을 하는 내게는
그냥 산책하듯 걷는 산길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금 힘들어 할 만큼의
가파른 산길이 계속 되었다.

가파른 산길이었기에
곳곳에 쉼터가 있었고, 단풍은 절정이었다.

멀리 출렁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없이
사진만 찍고 그냥 올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출렁다리 앞에 가서 서니까
바라보는 것 자체가 무서워서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었다.
다리를 건너야만 하산 할 수 있다는
진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혼자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가겠다면서
고집을 부리고 있었는데...
어찌 그리 지인들은
다리 건너는 것을 즐거워 하고 있는지?
다리를 건너야 하냐, 혼자서 되돌아가야 하냐
10분 정도 실갱이를 하다가
결국은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겠지 하는 맘으로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는데

 

거의 초죽음이 되어서 앞만 보고 부들부들...
샌드위치 처럼 앞과 뒤에서 에스코트를 했어도
이것이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다리를 완전히 건너고 나서
그래도 잘했다고 입구에서 사진도 찍어봤다.

지인들은 깔깔 웃어대면서 천하의 겁쟁이가
출렁다리를 건넜으니
기네스북에 오를 것 같다면서 박수를 쳐줬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나서 바라본 풍경은
너무 멋지고 아름다웠다.
이곳이 거창 우두산 자락이었다.

거창 우두산 Y자형 출렁다리는
2020년 10월에 개통 되었다고 한다.

거창 우두산 해발 620m 지점 계곡의
절벽 3곳을 Y자 모양으로 연결하고
109m 길이로 설치하여, 국내 최초
절벽 세 지점을 연결한 출렁다리라고 한다.

우두산은 산의 형태가 소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출렁다리를 지나서 하산 하는 코스이다.

출렁다리로 가는 곳과 내려가는 곳이
다르다고 했었다면 처음부터 가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다리를 건넜으니까
이 길도 가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여러 종류의 단풍 중에서
노란 잎의 단풍이 가장 예뻐보이기도 했다.

출렁다리를 이용할 수 있는 등산코스는
우두산 자락이 있는
항노화힐링랜드 입구에서 출발하는데
이곳은 하산하는 지점에서 만나게 되었다.

항노화힐링랜드 입구에서 출렁다리 까지
나무계단, 야자매트, 데크 길로 조성된
짧은 순환 코스는
다리를 건너는 두려움의 순간이 지나고 나니까
너무 멋진 길이었음을 인정해본다.

 

그러나 누군가 또다시

이곳의 출렁다리를 가보자고 한다면

그때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중얼거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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