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가을 때, 태풍으로 인해서 나뭇잎들이 모두 날아가버린 감나무는
예쁜 단풍의 모습도 볼수 없을 만큼 앙상한 겨울나무가 되었지만, 붉게 익어가는 감들은 멋진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다닥다닥.... 감풍년이 된듯, 가는 곳 마다 그냥 스쳐 지나가지 못하도록 자꾸만 발목을 잡는 유혹에
오늘의 걷기운동은 감나무를 찾는 핑계로, 집 주변의 시골동네를 누비기위해 또다시
시골버스(마을버스)를 탔다.
만추 쯤에나 볼수있는 풍경들 때문에, 요즘은 감탄을 하면서 자꾸만 나무를 바라보게 되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가에 그려진 감풍경의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이 된 요즘이다.
어느 시골동네의 나무들은 제법 사이좋게 늘어서 있었다.
오동나무꽃이 예쁘게 피었던 봄날을 기억하게 만든 오동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붉게 익은 대추나무가
여유로운 가을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어촌마을의 어느 집
담장도 헐리고 폐가된 집도 헐렸다.
홀로 마당가에 서있는 감나무와 우물이 집 터를 지키고 있었다.
마을버스 지나가는 길목이기에, 짠한 마음에 일부러 찾아가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감나무와 비파나무와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어느집 울타리 너머로 보여지는 풍경은
가을이어서 더욱 쓸쓸해보였으나, 지저귀는 작은새들의 목소리가 여운을 남기는듯 했다.
하늘은 왜 그렇게 눈이 시리도록 파란 색깔인지?
앙상한 감나무와 몇개 남겨진 감들은 겨울을 향해 시간 여행을 하는 듯 보여졌다.
그래도 푸른 잎이 남겨졌어야 가을날의 풍경으로 봐줄수 있건만....
여유로운 풍경으로 볼수 있었던 것은 아직 감나무잎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가 훤하게 보이는 어느집 마당가에 서있는 나무가 멋져보였다.
활짝 피면 '대국(大菊)'이 될 녀석이다.
국화 향기 짙게 뿜어내는, 들국화의 이름은 '산국'이다.
유자가 익어가고 있었다.
따끈한 유자차를 생각나게 하는 싸늘한 가을날씨에 '유자'는 점점 노랗게 되어가는 것 같다.
감나무의 감도 다닥다닥, 유자나무의 유자도 다닥다닥....
깊은 가을을 느끼게 하는 열매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 한다.
늦은 오후의 산책길은 바람 마져 싸늘했다.
요즘은 오후 5시만 되어도 어둠이 찾아드는 듯 했다.
오늘이 아니면 억새를 못볼 사람 처럼, 왜 그렇게 바쁘게 사진을 찍은 것인지?
저녁 햇살이 역광이 되어서 무지개를 만드는 것 처럼 보여졌다.
올해는 집에서 갇혀 있는 시간들이 많아서 이렇다할 여행지를 가보지 못했다.
가을날의 서정을 만들어내는 억새 역시 집주변에서 봤을뿐....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마지막 억새의 사진을 찍고 싶어서 바쁜 걸음을 했다.
이미 억새의 은발은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분위기스런 은발머리는 거의 날아간듯, 빈 쭉정이만 남아있는 것 같은 모습도 아직은 예뻐 보였다.
억새꽃이 예쁘게 피어나던 초가을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은발이 되어버린 억새는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초췌한 가을을 만들어 내는것 같았다
누런 논에서 팔팔 날아다니던, 메뚜기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 휑한 가을들판은
점점 황량한 만추의 가을이 되어가고 있다
늦은 오후, 석양에 반사되는 억새가, 가슴 까지 멍할 만큼 쓸쓸해 보였던 산책길은 그냥 씁쓸했다.
'감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가을 저녁 산책길 (0) | 2020.11.05 |
---|---|
산골마을의 만추풍경 (0) | 2020.11.04 |
해안 산책로에서 (0) | 2020.10.20 |
가을 들판의 풍경 (0) | 2020.10.18 |
깊어가는 가을날에 (0) | 2020.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