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없이 좍좍 내리던 물폭탄 세례도 지쳤는지, 비가 멈춘 것 같았다.
이미 텃밭의 농작물을 절반 정도 망쳐놓고 난 상태에서 비가 멈추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 정도에서 비가 멈춰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7월 한달 중에서 맑았던 날은 일주일도 채 안된, 지긋지긋하게 내리던 비가 7월과 함께 막을 내린듯 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8월은 견디기 힘든 폭염이 시작될텐데...
그래도 비오는 날보다는 매미소리 들리는 더운 여름날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초복, 중복 모두 지나가고 이제 말복만 남아있는, 이 여름에 들판에서 앙증맞게 눈에띄는 '더덕꽃'이다.
한여름으로 갈수록 더덕꽃은 더 많이 피어난다는 것을, 들길을 산책하면서 알게 되었다.
시골동네의 어느집에는 담장가에 온통 더덕을 심어놨는 것 같았다.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민 더덕꽃에 마음을 빼앗겨서,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봤다.
더덕꽃은 초롱꽃 처럼 무엇이 그리 수줍은지, 고개를 숙인 꽃이다.
그래서 꽃사진을 찍으려면, 고개를 한껏 쳐들어가면서 찍어야 하는 꽃이라는 것이 웃습다.
비를 흠뻑 맞은 들판의 더덕꽃이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들판에서도 더덕꽃을 보면 사진찍기 바쁘다.
무슨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이녀석들은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될 만큼 예쁘게 꽃이 피어 있었다.
앙증맞으면서도 약간은 특이한 모습의 더덕꽃 옆에 서면, 쌉싸름한 더덕향기가 나는듯 했다.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눈에 띄는 어느집 대문옆에 달린 포도송이가 여름임을 알려준다.
알갱이 한개 따서 입에 넣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그냥 눈으로 맛을 보았다.
아직은 시큼할법한 포도송이가 점점 까만색으로 변하자면, 얼마나 여름이 더울것인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한쪽에서는 포도가 새까맣게 익어가고 있었다.
옥수수 잎사귀에 매미가 붙어 있었다.
무더위와 함께 신경을 자극시키는 매미소리는 또 얼마나 시끄럽게 울것인지?
장마가 끝났다고 좋아해야 하는것인지는 생각해봐야겠다.
오전에는 절대로 볼수 없는 '분꽃'을 만나려면, 무조건 오후 4시 이후에 밖으로 나가야 한다.
오후 4시가 넘어가니까 곳곳에서 분꽃이 피기 시작했다.
자연에 순응하고 사는 식물들이 경이롭기 까지 하다.
내 나름대로 잎사귀에서 지긋지긋한 향기가 난다고 투정하는 '방아꽃'이다.
향기는 싫어하면서도 보라빛 꽃이 좋아서 텃밭에도 심어놨는데, 어느새 이곳저곳에서 방아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곳에 살면서 절대로 매운탕을 먹지않는 이유인즉
부산에서는 매운탕에 꼭 방아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지긋지긋한 냄새가 나는 산초가루를 넣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절대로 매운탕을 먹지않는데
절친 같은 지인집에 가면, 내가 먹는 매운탕에는 깻잎을 넣고 후추를 넣어준다.
들판이 온통 하얗게 하얗게 들불 처럼 번져간다.
사위질빵꽃"이 넝쿨을 뻗어서 끝도없이 이어져 가면서 하얀꽃을 피워댄다.
여름이 절정에 다달았다는 뜻이다.
하얗고 예쁜 '사위질빵꽃이지만
허름한 집의 지붕과 담장을 하얗게 덮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기가막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장마비가 그친 7월의 마지막날이다.
오랫만에 드러낸 맑은 하늘은 보기좋았지만 ,한여름이 시작된 8월을 마중하기에는
습도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들이 폭염으로 탈바꿈 되는 과정이 두렵기만 하다.
걷기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땀범벅에 젖어버린 마스크가 애물단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들길에 넝쿨지어 번져가는 하얀 여름꽃을 보니, 이 여름도 한 철 뿐이라는것에 위로가 되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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