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곳 남쪽 지방의 가을이 유난스레 짧은 것 같다.
늦게 찾아 왔던 가을과 빨리 찾아온 겨울의 중간지점에서 손해를 많이 본 셈이다.
10월이 다가도록 푸르렀던 풍경들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낙엽이 지는가 했더니
만추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제대로 만끽 하기전에 동장군의 횡포에 움츠러들어야 했다.
강원도 지역에 늦게 찾아온 봄을 느껴보기 전에 여름이 찾아오는 것과 똑 같은 현상이었다.
짧은 가을의 아쉬운 작별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듯, 추운 날씨에도 시골마을은
여전히 늦가을에 머물러 있었다.
한낮의 날씨도 영하의 차거운 날씨인데, 사진속의 풍경은 가을속에서 멈춰섰다.
만추의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길바닥에는 빙판이 만들어진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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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때마다 떨어지는 감은 홍시가 되어 있었다.
어찌나 꿀맛인지, 감나무 밑에서 심심치 않게 주워 먹을 수 있다.
오래도록 머리속에 담아놓고 싶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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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찾아온 겨울 덕분에 서둘러서 텃밭의 배추와 무를 뽑아다가 김장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앗차 하는 순간에 허리를 다쳤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지
쪼그리고 앉아서 김치를 버무려넣고, 일어나는 순간에 허리를 삔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것 조차 부담을 느낄 만큼 허리 통증은 심했다.
하루를 꼬박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생활하다보니 머리속을 착잡하게 만든 것은
덧없이 늙어가는 초라함에 대한 서글픔이었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도 된다는 것을
이제는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허리 통증에 찜질팩을 사용해야 하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산책을 하면서도 허리 통증에
몇번씩 허리를 두둘겨야 하는 모습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았다.
나와는 상관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새 그것들은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짧아지는 세월 앞에서
이제는 자꾸만 나약해지는 초라한 모습에 위축되어 세월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어쩌다가 허리를 다쳐놓고, 신세 한탄을 세월탓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
저물어 가는 한해의 끝자락에 늘상 느껴보는 허무함인데, 올해는 짧아진 가을탓에
우울증 까지 곁들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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