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얀 겨울날의 동백꽃

nami2 2014. 2. 28. 23:52

             이 세상에서 눈 내린 것을 처음 본 사람처럼 몇 날 며칠 동안 사진 속의 설경에 푹 파묻혔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지방에서 자랐기에, 눈 내리는 것에 대해 그다지 큰 반응이 없었다고 생각 했는데,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참아 왔는지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었던 '눈' 그리움이 동심으로 돌아간듯

             보석보다 더 귀한 눈이 내리는 날에 이구석  저구석을 찾아다니며 참으로 많은 사진들을 찍게 되었다.

             이곳에서 살면서 언제 또 이렇게 많은 눈이 올 것인가를 생각하니 햇볕에 녹아 내리는 눈마져도 소중했었다.

           눈이 몹시 쏟아지던 날, 길이 미끄러운 것을 알면서도 겁없이 자동차를 타고 집 밖으로 나갔다.

           내리던  눈이 날씨가 포근해져서 비로 바뀌어서 내린다면

           새하얀 세상이 우중충한 회색빛 세상으로 탈바꿈 될 것 같아 조바심이 났었나보다. 

           해안도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 '한옥'의 멋스러운 풍경에 잠시 차를 멈췄다.

           대문 앞에 놓여진 빨간 자동차가 없었드라면, 더욱 멋진 풍경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다른지방에서는 이런 멋진 풍경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남쪽지방에서 누릴 수 있는 특혜라는 것이 이런 것인지

          새빨간 동백꽃 위에 내린 하얀 눈은 정말 아름다웠다.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에 神이 내려준 2월의 선물은 하얀 잔설이 아니라 폭설이었다.  

                        잔설이었다면 동백나무에 눈이 내려 앉자마자 녹아 내렸을텐데

                        폭설이었기 때문에 동백꽃 위에 눈이 쌓인 것이었다.

                        목화솜 처럼 부드러운 하얀 눈으로 이불을 덮고 있는 동백꽃의 고운 자태는 

                        2월이었기에 볼 수 있었던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동백꽃은 봄이 오기전에 꽃이 피어서 추운 겨울에도 사람의 마음에 따뜻함을 전하는 꽃이다.

                         특히 해안도로에 핀 동백꽃은 다른 곳에 핀 것 보다 더욱 빨간색깔이다.

                         하얀 눈 위에 핀 아름다운 동백꽃이 아무런 이유없이 예쁘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세상이 모두 적막하다.

                           새하얀 세상.....

                           다른곳과는 무언가 다른 이곳에는  또다시 눈이 내린다는 것은  기약이 없다.

                           25년 쯤 흘러가야 또 한번 폭설이 내리지 않을까....우선은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여지는  한옥이 정말 아름답다.

                               언젠가 꿈속에 보았던 집 처럼....

                               꿈에서 깨어나면, 흔적없이  사라질 것 같은 마음이지만 

                               현실이었기에 멋진 풍경이다.

                       해안도로를 다니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카페 건물에 눈이 쌓인 모습이

                       눈이 많이 내리는 외국의 풍경 처럼 멋스러워 보인다.

                       들어가서 따끈한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눈 내리는 해안도로에서의 시간이

                       단 1초 동안이라도  아까워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가와바다 야스나리가 쓴 일본 중편소설 '설국'을, 눈내리는 겨울이면 생각나서 그동안 몇번 읽었다. 

                  늘 머리속에 그려진 설국 이란  이런 풍경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2월에 뜻 깊은 하얀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 나혼자만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제 까지라도 잊을수는 없을 것이기에  神께 감사기도를 올리고 싶어진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하나 추가된 몹쓸 병  (0) 2014.03.20
쑥을 뜯던 날  (0) 2014.03.19
오랫만에 눈이 내리던 날 (1)  (0) 2014.02.11
명절 후유증  (0) 2014.02.02
어머니의 유품 '찜질팩'  (0) 201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