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섣달그믐날 밤이 지나고, 새해가 밝아왔다.
섣달그믐날 밤에 일찍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쉰다고 잠을 못자게 하던 부모님은 아주 먼곳에 계시건만
설날이라고 부모님께 세배를 하고 싶다는 간절함은 가슴 한켠에 또하나의 그리움으로 남겨진다.
설 명절날 아침에 세배하러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날씨가 포근해야하는데, 날씨의 변덕은 한치 앞을 모른다.
집 주변은 온통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해안선을 따라가며 바닷바람을 맞을수 있다.
울산온천에 다녀오면서 잠시 간절곶 주변에서 산책을 했다.
울산 간절곶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유명하다.
포항 호미곶 보다 1분 먼저 해가 뜨고, 강릉의 정동진보다는 5분 먼저 해가 뜬다고 한다.
그러나 큰맘 먹고 일출을 보려고 찾아가면, 날이 흐려서 정확한 시간에 해가 뜨는것을 본 적이 없다.
늘 구름속에 가려진 해를 보았을뿐이다.
포항 호미곶에서도, 강릉 정동진에서도,울산 간절곶에서도 일출을 제대로 본적이 없다면 믿을런지?
그러나 정말이었기에 이제는 집 주변 아무 곳에서 마음 내키는 날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
일년에 3~4번쯤....
모처럼 이곳을 찾아갔던 날에도 날씨가 흐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겨울바다에는 갈매기도 보이지 않는다.
수평선 위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 꼭 장난감 처럼 보인다.
빨간등대가 있는 곳은 대송포구 이며, 저멀리 언덕 위에 하얀 등대가 있는 곳이 간절곶이다.
방파제 끝의 빨간등대가 있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프로포즈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포장된 것 같다.
울산의 석유화학 단지에서 하얀연기가 나오는것이 보인다.
동해남부의 작은 어촌 마을 포구에 있는 빨간등대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세찬바람과 하얀파도가 넘실대는 겨울바다가 보고 싶어서 모처럼 시간을 냈는데 바다는 너무 잔잔하다.
몇년전에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은 이웃의 부부가 마지막 작업을 하던 곳이
이 부근이었음을 생각하니 차거운 겨울바다가 또다시 가슴을 시리게 한다.
산을 좋아하는 내게 있어서 바다는 일년에 한두번씩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곳이다.
바닷가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염증을 느끼지만, 머리가 띵할만큼 추운 겨울날에 바닷가에 서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계절중에 내가 바다로 갈때는 몹씨 추운 겨울날이다.
난생 처음 부산에 내려왔던 그해 겨울, 몹씨 추운날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겨울바다를 좋아하게 된 이유인것 같다.
세찬바람에 날리는 모래 먼지가 눈을뜨지 못하게 했으며, 주변상가의 지붕이 날아갈 것만 같았으며
아무도 없었던 쓸쓸한 겨울바다에서 친구를 기다렸던 그때의 풍경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